선거국면, ‘노조 내 남성중심성’에 대한 지적이 ‘양념’처럼 등장하고 노조 내부에서의 여성노동권 확보를 위한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시기적 발언권을 얻고 있는 가운데, ‘여성할당제’로 해결할 수 없는 노동조합 내 여성노동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가 여성노동모임 주최로 민주노총 3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의실에서 19일 개최됐다. ‘여성할당제를 넘어’, 부제는 ‘노동조합 내 젠더평등 장치 마련을 위한 논의의 장’이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공공연맹 등 각 노조에서의 ‘여성할당제’ 평가를 시작으로 ‘할당제로 해결할 수 없는 노동조합에서의 여성노동자의 권리’와 증권노조 사례를 중심으로 한 ‘여성노동권 확보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 등을 큰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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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3층에서 개최된 '여성할당제를 넘어'가 진행되는 모습. |
여성활동가 생존권 확보를 위한 논의로 진행되어서는..
패널들은 여성할당제를 통해 여성활동가들의 위상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에 대체적으로 동의했지만, 노조전반의 남성중심성은 극복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성할당제가 여성의 지도층으로의 진출은 도왔지만 노조전반에 남성중심성에 기인한 성차는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할당제는 유지하되 노조 내 일상적 성인지 교육과 외부 여성운동진영과 노조 내의 여성의제 교류 등 상시적 연대전선 강화, 성인지 예산 책정, 성별영향평가 실시 등 대안들이 제시되었고, 단체협약 의제를 확대하고 여성도 교섭위원으로 배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증권노조 사례를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김은아 증권노조 교선실장은 “차별을 유지 확대하는 임금협약, 단체협약”에 대해 지적하고 “노동조합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는 구호로만 그치고 구체적 실행계획이나 분석이 없다”며 “증권노조에서는 차별시정 관련 하위직급, 여성, 비정규 임금을 높이는 방안으로 정액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단체협약에 있어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주요 슬로건으로 걸고,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과정을 단체협약의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가 노조 내 여성활동가 생존을 위한 논의로 진행되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미 기존의 노조 운동이 임금협상, 단체협상 등 일부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운동으로 침체되면서 쇠퇴하고 있다는 주장이 안팎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이날 토론회가 노조 내 여성의 이해를 어떻게 관철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한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은 사회진보연대 여성국장은 “노조운동 내에서 여성운동과 있어서 기존의 노조가 남성주의적이다 여성의 이해가 대변되고 있지 못하다는 표현이 많은데, 누구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냐”고 되묻고 “보편적이지 못하고 일부노동자들만 조직하면서 기존의 노조 운동이 쇠퇴하는 흐름 속에서 또다시 이해를 대변하고자 했을 때 같은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노조가 드러낸 한계의 원인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는 것.
김정은 여성국장은 “여성활동가 생존, 조합원 이해를 드러내는 것은 중요한데, 교섭에서 여성들의 요구를 어떻게 요구할 것인가로 논의가 가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노조 내에서의 젠더평등장치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노조를 변혁해가는 주체로 어떻게 진행될지 논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에게 부가된 이중부담 노조에서도 여성활동가들의 활동 어렵게 한다
박덕준 전교조 전 여성위원장은 지난해 8월 실시한 ‘할당제를 바라보는 대의원 의식조사’를 기반으로 “상층부의 여성활동가들의 활동은 많아졌지만, 노조전반에서 여성활동가를 바라보는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할당제는 여전히 여성의 대표성을 이루기 위한 주요한 방법의 하나이기에 시기에 따른 조직 내 적극적 조치의 방안들이 다양하게 강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113명의 대의원이 참여한 의식조사에서 대의원을 하게 된 이유로 남성의 경우 91.2%가 ‘본인이 원해서’라고 답한데 반해 여성은 36%만이 같은 대답을, 38.7%가 ‘할당제 책임감 때문’이라고 답했다.
박덕준 전 여성위원장은 “진출된 여성활동가들의 직책과 역할의 중복 등으로 피로도가 극도로 많은 상황에서 여성활동가로 나서서 활동해 나가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활동가 진출을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할 점’에 대해 탁아방 운영과 같은 육아문제 지원이 43%, 여성조합원의 적극적 의지가 24.3%로 나타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노조 안에서도 여성에게 부가된 이중부담이 진출된 여성활동가들의 활동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할당제 여성내부의 차별을 조장하는 도구로 전락해 버릴 수 있어”
‘여성할당제’에 대한 공무원노조와 공공연맹에서의 평가도 전교조와 비슷하다. 전은숙 공무원노조 언론홍보국장은 “여성할당제가 여성들의 노조 참여를 늘리는 것은 맞다”며 “할당제도를 형식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말그대로 생색내기일 뿐이고 할당제의 의미를 되새기며 성차별적 관행과 의식변화를 실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은숙 국장은 “집행부 교체에 따라 여성할당 간부가 노조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집행부가 교체되어도 지속될 수 있는 여성정책 연구단위가 필요”와 함께 △여성사업과 조직화에 남성간부 적극적 참여 △여성활동가에 대한 교육과 장기적 경력 관리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권수정 공공연맹 부위원장도 과제와 전망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밝히고 “할당제가 자칫 여성내부의 차별을 조장하는 도구로 전락해 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소소의 엘리트 여성을 위한 노조운동이라고 덜미를 잡힐 수 있을 것”이라며 “△의결기구 내에 여성이 많아진다고 해서 과연 여성의제들이 많이 논의되고 있는지 △충분한 인력 풀이 없는 상황에서 한 여성에게 너무 막중한 할당의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등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조직화’ 시급
할당제가 여성들의 노조 참여를 이끌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노조 외부에서는 여성활동가 ‘조직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김경희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여성이 수적으로 많아졌다고 해서 질적 변화도 양산했는가 하는 평가의 자리가 아닐까한다”며 “노조내의 성차별에 대한 내용은 자세하게 나왔고, 조직구성의 측면에서 조직운영의 측면에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조직 구성의 측면에서 여성의 비율이 더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은 사실상 갈등관계를 가졌다. 노동운동 내부의 여성 조직화가 어렵다”며 “노조운동 자체가 침체되어 있고, 그 안에서의 ‘여성’ 역시 마찬가지, 여성활동가 조직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다른 안들도 필요하지만, 제한된 자원을 가졌다면 이를 어디에다 쏟아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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