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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욱 기자 |
눈썰매장 가기 며칠 전, 대추리 사는 10살 승민이가 전화를 했습니다.
“날씨가 추워진다는데 그래도 눈썰매장 갈 거야?”
“응, 그래도 갈 거야. 옷 따뜻하게 입고 같이 가자”
“아...다행이다”
주말에 혹한, 폭설등의 예보가 있었고 또 그날은 대추리에 눈발이 흩날렸습니다. 엄마들의 걱정이 있었을 것이고 아이들은 눈썰매장에 못 가게 될까봐 맘 졸였던 가 봅니다.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은 꼭 가야 한다고, 아무리 추워도 가야 한다며 저에게 다짐을 받아냈습니다. 참 다행히, 눈썰매장 가는 날은 우리가 놀러가기 좋은 날씨였습니다
아이들은 출발 시간이 되기 전부터 마을회관 앞에 모여 동네를 시끄럽게 했습니다. 모자, 장갑, 목도리를 칭칭 감고 나타난 아이들은 봉고차 3대에 나누어 탔고, 평택하나농원 눈썰매장으로 출발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 들어간 아이들은 신나게 눈썰매를 탔습니다. 지치지도 않는 지 쉴 틈 없이 올라가고 다시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대추리 눈싸움하자” 13살 선민이가 눈싸움을 하자고 해 눈을 던지고 맞고 썰매를 방패삼아 막아내고 즐겁게 뛰어 놀았습니다.
4년간 마을의 싸움이 지속되는 동안 아이들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몸에 새기고 기억해 두었을 것입니다. 솔부엉이 도서관에 해 놓은 아이들의 낙서들 - ‘대추리 승리, 미군 패배’ ‘미군기지 확장반대’ ‘미군은 나가주세요’ - 은 마을의 싸움이 아이들의 언어가 되고 삶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시간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모습으로 대추리 도두리 아이들에게 남게 될까요.
국방부가 포클레인을 밀고 들어올 때 마다 경찰은 학교차를 막아섰고 아이들은 학교에 못 가거나 늦게 갔습니다. 5월 4일은 운동회에 가지 못했고, 철조망이 추가로 설치되던 11월에는 학교차가 마을에 들어오지 못해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고 30분 넘게 발품을 팔아야 했습니다.
대추리 도두리 아이들이 언제나 이렇게 신나고 즐겁게 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는 승환이, 승민이네 집 담에는 ‘가을, 승환이 승민이네’라고 적혀 있고, 연수, 영호네 집 담에는 ‘연수네, 평화를 지켜요’라는 글과 함께 예쁜 그림들이 보입니다. 대추리 도두리 아이들 모두가 그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계속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이름 ]
예진, 선민, 연수, 영호, 승환, 승민, 지우, 지영, 병철, 호중, 호승, 선화, 하람, 푸름, 유근, 산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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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연 님은 솔부엉이 도서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사진은 김용욱 기자가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