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첫날.. ‘협상 중단 촉구’ 시국선언 쏟아진다

각계인사 870명, 국회의원, 여성단체들 목소리 높여

8일 한미FTA협상이 시작됐다. 언제나 그렇듯 김종훈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 수석대표의 카메라를 향한 화사한 미소와 악수로부터 협상은 시작되는 셈이다.

협상 첫날인 8일. 사회 각계 각층에서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선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성과 보다는 ‘체결’에 일방적인 의미를 둔 정부의 ‘한미FTA 협상 종결'의 폭주를 막기 위해, 각계의 국민들이 나서서 자기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각계인사 870명, 한미FTA 협상 중단 촉구 시국선언

8일 프레스센터에서는 노동계, 정치인, 여성계, 종교계 등 각계인사 870명이 ‘한미FTA 졸속 협상 중단 촉구 시국 선언’이 발표됐다.

  시국회의에서 진행된 퍼포먼스. 죽음의 한미FTA를 상징하는 의미였다.

이날 시국회의에 참석한 100여 명의 주요 인사들은 "미국 측의 시한에 쫓긴 양보 일변도의 협상 타결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천명하며, 시국 선언을 채택했다. 또한 "한미FTA 졸속타결의 피해자는 4천 7백만 국민”이라며 “국민의 힘으로 맹목적인 한미FTA 질주를 저지하자”며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했다. 또한 시국회에서는 상징적으로 '죽음의 한미FTA'를 상징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후 참가자들은 회의장인 프레스센터(광화문)를 나서 플랭카드를 앞세우고,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세종문화회관 앞 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세종문화회관 까지 행진하고 있는 모습

뼛조각 발견 된 박스만 골라내면 광우병 위험이 사라지나

국회의원 33명과 각 단체 대표자 41명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FTA 협상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며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 건강과 농업의 일방적인 희생 속에 한미 FTA 협상이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농축산물 민감 품목 축소를 비판했다.

  국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모습/ 이윤원 기자

또한 한국 정부가 제기한 '부분반송(뼛조각 발견 된 박스만 반송 또는 폐기하는)'의 내용과 관련해 '미국산 쇠고기 뼛조각 문제는 발견 된 박스의 부분적인 문제가 아니라 광우병 위험 그 자체에 있는 것'이라며 정부를 향해 질타를 가했다.

한미FTA, 여성의 빈곤화를 더욱 가중 시킨다

99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의 여성들이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선언이 발표됐다.

경남지역 여성 대표 10여명은 경남 도청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의 빈곤과 비정규직여성 차별 등 사회양극화를 초래하는 한미 FTA협상 저지를 위한 '경남지역 여성(노동자) 3800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또한 제주도여성대책위원회도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의 생존권을 후퇴시키는 한미FTA 결사 저지'를 천명했다.

  강기갑 의원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의 플랑을 건 소를 이끌고 있다.

한편, 이날 시국회의에 참석했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농민대표들은 오후 1시 부터 종각역에서 부터 소몰이 시위를 진행했다. 강기갑 의원은 "한미FTA는 국민들을 모두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라며,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수입하려고 애를 쓰는 정부의 행태가 말이 안된다"고 상징적인 시위의 의미를 전했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의 내용이 담긴 플랭카드를 몸에 감은 소를 몰아 청와대 방면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경찰에 의해 저지 당해, 구호를 외치고 자진 해산했다.

[대국민호소문] 맹목적 개방의 피해자는 4천7백만 국민입니다.

제2의 IMF, 한미FTA 협상의 졸속 타결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

한미FTA는 우리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제2의 개헌, 제2의 IMF입니다.
한미FTA는 정부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이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FTA’로서 단순한 무역의 자유화를 넘어 경제와 사회문화, 기업제도와 공공정책 일반의 미국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실상의 경제통합협상입니다. 준비 없는 개방은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도리어 약화시키며, 한국의 고유한 현실에 맞는 공공정책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할 것입니다.

정부는 개방에 대한 교조적 맹신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도 이익도 없는 밀실졸속 협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제도와 문화가 다를 뿐만 아니라 산업과 서비스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월등한 경쟁력과 협상력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미국에 대한 총체적 개방이 ‘지고지선’인 것처럼 막대한 세금을 들여 홍보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당한 우려를 제기하는 비판적 목소리를 ‘쇄국주의’라고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그리고 구체적 이익도 제시하지 않은 채 개방 그 자체가 국익이라고 호도하는 정부야말로 맹목적 신앙과 현실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 반드시 지켜야 할 ‘협상의 마지노선’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 협상의 맹목성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협상결과는 정부가 공언해 온 대부분의 장밋빛 약속이 결코 지켜질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미FTA 협상을 개시하면서 정부는 제조업에서 상당한 이익이 예상되고, 서비스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며, 투자도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분야별 실무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이 모든 약속들은 주관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했음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섬유, 의약품, 농산물 등 상품분야 핵심 쟁점의 협상에서 미국의 압박에 밀려 도리어 국내시장을 얼마나 내줄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이익이 클 것으로 보았던 자동차 분야마저 미국의 무역역조 해소 요구에 국내 세제도 포기하고 시장개방 비율마저도 약속해야할 형국입니다. 제조업체들에게 악명높은 미국의 반덤핑 보복조치는 정부가 여러차례 요구수준을 낮춰 미국측에 요구했지만 전혀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FTA체결국 투자자가 부동산 투기대책 등 공공정책에 불복하여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위헌 시비까지 일고 있지만, 정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수용하되 몇가지 예외조항만이라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은, IMF 당시와 같이 외국투자자금이 대량으로 이탈하여 한국 정부가 긴급제한조치를 취할 경우에도 미국 투자자만큼은 투자자국가소송제를 통해 이에 불복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대미경제개방으로 우리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갑자기 향상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 방송통신, 영화문화, 금융 등 서비스 분야 협상에서 한국은 미국의 전방위 개방압박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실정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얻는 것 없이 양보의 폭만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미국의 일정에 쫒겨 불리한 협상에 도장을 찍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됩니다.

정부는 한마디 사전 의견수렴이나 최소한의 공청회도 없이 한미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습니다. 쇠고기 수입 재개 등 4대 선결조건을 일찌감치 양보해서 스스로 협상카드를 포기했습니다. 모든 협상분야에서 이익의 불균형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국측의 일정에 따라 3월내에 고위급 회담을 통해 타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졸속 타결을 앞두고 정부는 공공연히 기대수준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합의 없이 최종타결을 밀어붙일 경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국가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경고는 무시되고 있습니다. “졸속타결보다 협상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사회적 합의기반 점검이 시급하다”는 주장은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맹목적이고 졸속적인 한미FTA 질주에 제동을 걸어 주십시오.

이제는 협상판을 접어야 할 때입니다. 바둑으로 치자면 이미 진 바둑입니다. 정부가 저지른 이제까지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퍼주기식 고위급 타협’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못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이 맹목적 질주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졸속협상의 피해자는 다름아닌 4700만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광우병 쇠고기, 비싼 약값, 고유한 문화잠재력의 해체, 부동산정책을 비롯한 공공정책 후퇴에 따른 실제 피해자는 우리들인 것입니다. 국민의 힘으로 졸속타결을 저지합시다. 국민의 힘으로 무책임한 한미FTA협상을 중단시킵시다.

국회와 각 정당은 국민의 대표답게 한미FTA 협상 중단을 요구해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의 무책임과 무능력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습니다. 한미FTA 협상이 이토록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으로 강행되게 된 데는 국회와 각 정당의 책임이 큽니다. 이 맹목적 질주를 방관하는 것은 직무유기입니다. 국민의 대표로서 한미FTA 협상이 가져올 이익의 불균형과 사회적 피해를 제대로 점검하고 맹목적인 졸속 타결에 제동을 거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2007. 3. 8
한미FTA 졸속협상 중단 촉구 비상시국회의 참가 각계인사 870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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