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협상 직후, 고위급 협상 만이 남은 '현재'적 시점의 의미
8차 실무협상 종결 다음 날인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협상과 관련한 3가지 핵심 내용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익이 되면 체결하고, 이익이 되지 않으면 체결하지 않겠다”, “낮은 수준의 합의”, “기간 안에 하지 못하면 좀 불편한 절차를 밟더라도 그 이후까지 지속해 갈 수 있다”는 것으로 축약 될 수 있다.
양국 협상대표가 “더 이상의 실무 협상은 없다”고 공언한 가운데 '한미FTA 협상' 타결을 위해 남은 과정은 장차관급 고위급 협상과 양국 정상들의 회담뿐 이다.
이런 조건에서 한국 행정부의 최고위급인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론은 3월 내 한미FTA 협상 종결을 기정사실화 하며, 남은 고위급 협상단에 ’힘 실어주기‘의 방편이란 점이다.
여전한 반복, “이익이 되면 체결하고 이익 되지 않으면 체결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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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 [출처: 청와대] |
말 그대로 현재 국내법상 FTA 체결 협상의 최고 수장인 자신이 대 국민용, 대 국회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무조건 타결이 아니다'라는 단서를 둔 점은 고의적인 문서 누락 의혹 등 '얻은 게 없다'는 협상 평가와 최근 정치권 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한미FTA 협상 평가에 대해 역공의 명분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협상 기간 동안 침묵을 지켰던 정치권이 최근 기다렸다는 듯이 ‘한미FTA 협상’을 놓고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무조건 타결이 아니다’고 쐐기를 박아 정치권의 '협상 성과 없음'의 역공에 미리 방패를 꺼내든 셈이다. 또한 대국민 여론 무마용 멘트 이기도 하다. 이는 '실익'을 언급한 이후 발언과도 연결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익이 되면 체결하고 이익이 되지 않으면 체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전에도 계속돼 온 전력이 있는 발언이다. 별 실효성 없는 말이다.
핵심은 전후로 ‘이익’의 범주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주문이 깔렸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FTA에 정치적 의미를 상당히 부여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안보적 메시지가 있다거나, 한미관계 우호적 분위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나 대외신인도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것을 더 이상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 문제, 전략적 유연성, 정상회담, 북미관계들과 분리된 개별 과제가 아닌 만큼, 협상 막판 부정적 여론의 확장을 우려해 한미FTA 협상을 여전히 '경제적인 문제'로만 한정시켜 '정치적 논점'을 배제 시키려는 전략인 셈이다.
이는 또한 ‘경제적 실익’이 아닌 ‘무조건 타결’, ‘3월 시한’ 등에 쫓기는 협상이란 여론에 밀리기 시작하면 막후 쟁점으로 남은 민감한 부분들의 내용들에서 반대 여론을 자극하게 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은 쟁점들은 농업, 의약품, 시청각미디어, 자동차 등 이해 관계가 상충되는 굵직한 분과들의 쟁점들 뿐이다. 그 만큼 반대 여론이 높고, 국내 여론이 민감하기 때문에 남은 쟁점들이다. 또한 관련 단체들 및 이해 관계자들이 세력화 돼 남아있는 분야 들이기도 하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3월 종결’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국민, 정치권을 의식한 사전 여론 정비 작업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신속협상(TPA) 절차 안에 하면 아주 좋고, 그 절차의 기간 내에 못하면 좀 불편한 절차를 밟더라도 그 이후까지 지속해서 갈 수도 있다"고 덧붙인 것도 분위기는 3월 종결로 몰아가더라도 '무조건 타결이 아니다'라는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낮은 수준의 합의.. '정확한' 배경이 뭘까
이번 대통령 메시지의 핵심은 “낮은 합의 수준”에 대한 언급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높은 수준의 협의 아니라 합의 수준을 높일 수 없다면 중간이나 그보다 낮은 수준이라도 이익이 되면 방향을 검토하라”고 말하며, “국민 설득 문제는 진실로 설득하면 된다”고 말했다.
‘낮은 수준’의 범주는 말 그대로 '협상 종결’에 초점을 둔 발언이다. 지금이라는 시기가 바로 '협상'의 종반부라는 그들의 스케쥴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한국 협상단이 8차 협상에서 줄기차게 읊었던 ‘유연성’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낮은 수준의 대상 범주가 어디까지 인가이다. 특정 분과를 지칭한 것인가. 전체적인 협상의 기준선을 말하는 것인가.
예를 들어 특정 분과라면 현재의 쟁점 중 타협의 여지가 없는 농업가 꼽히게 될 것이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은 농민 대표자들과의 비공식 만남에서도 농업대책을 운운하며 비슷한 논지를 편 바 있다. 또한 한칠레FTA 체결 당시에도 '농민의 희생이 불가피 하다'며 체결했던 전례도 있다. 말 그대로 농업부문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니 농업 부문을 지키려 무리하게 협상을 끌지 말라는, 농업부문의 희생을 전제로 FTA 다른 분과의 '종결'을 유도하자는 주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특정 분과가 아닌 한미FTA 협상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발언이라면 '설령 낮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 내더라도 '한미FTA 협상 체결'에 무게를 두어 협상을 하라는 지침으로 볼 수 있다. 수많은 쟁점들의 가이드 라인이 낮아지더라도 수석대표에게 '협상 종결'의 모든 카드를 쥐어준 셈이다. 이 두 가지 모두 '협상 종결'을 위해 최악의 수를 두는 '낮은 수준의 합의'인 셈이다.
대통령이 직접 하사한 '타결'을 위한 키를 받은 수석대표는 19일부터 워싱턴에서 막후 수석대표간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결국 협상단의 숨통을 틔어준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또다른 결단이 한미FTA 협상에 더욱 검은 전망을 드리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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