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조건부 선별 합법화 시사

"인권침해 상당부분 해소" vs "근본적 해결은 못돼"

법무부도 여수참사 부담 느낀듯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반인권적 단속추방으로 비난을 받아왔던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관계자가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를 만나 조건부 선별 합법화 정책을 시사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만남은 지난 2월 여수 화재 참사 이후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이 근본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 계속 지적되면서, 계속되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강명득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장이 서울 종로구 기독회관에서 이철승 외국인 ·노동운동협의회 상임대표, 김해성 외국인노동자의집 대표 등과 면담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진 출국을 유도한 뒤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합법적으로 다시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현재 고용허가제에 따라 인력송출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9개 나라 출신 우선 대상으로 삼을 계획”임을 밝혔다.

강명득 국장은 5월에 있는 대통령, 법무부 장관, 노동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 등이 참가하는 대책회의에 이와 같은 내용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노협은 일단 환영, "인권 침해 상당부분 해소 할 것"

만약 강명득 국장의 발언대로만 된다면, 전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약 80% 가량인 16만여 명이 합법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고용허가 양해각서를 맺은 국가는 9개국이며,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이들 국가 출신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약 7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다음 달 중국과 양해각서가 체결된다면 9만4천여 명에 달하는 중국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합법화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명득 국장은 여기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노동자 운동 관련 단체 및 노동조합에서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단 외노협은 강명득 국장과 만난 자리에서 “자진출국 뒤 재입국까지의 경과기간 및 재입국 보장 여부 등 앞으로 논의해야 할 쟁점이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신분의 약점 때문에 끊임없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현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2003년의 재판”, 조건부 선별 합법화는 근본 해결책 못돼

이상재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교육홍보팀장은 이런 변화에 대해 “일단 환영”을 표시하지만, 여전히 "(조건부 선별합법화는) 근본적 해결이 되지 못한다”며 체류기간에 따라 선별합법화를 했던 2003년의 재판을 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으로 선별합법화를 추진하게나,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체류기간에 따라 합법 조치를 취하고, 일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출국 후 고용허가제로 재입국 조치를 취한 적이 있으나, 이주노동자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현실적일 문제로 인해 실패한 바 있다. 2003년 당시 자진 출국 후 재입국 하려고 했던 1만6천 명의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아래서도 재입국을 하지 못했다. 2004년 1월 명동에서 농성 투쟁을 진행하던 이주노동자들도 정부 측에서 제안한 ‘자진출국 후 고용허가제로 재입국’안을 농성단 회의를 통해 부결시킨 바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정부정책에 신뢰가 없어
근본해결책은 노동허가제 도입


‘자진출국 후 고용허가제로의 재입국’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강명들 국장의 발언대로 정책의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유린 및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조건부 선별 합법화 조치가 아닌 전면 합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동시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현재 고용허가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MTU) 이정원 국장은 “이주노조의 입장은 전면 합법화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일부 제외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또 자진출국을 한다고 하더라도 여타 사정으로 못 들어오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나갈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 정책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주노동자 정책의 핵심은 바로 이주노동자들의 확신과 동의를 통해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인 만큼 이주노동자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는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

이정원 국장은 “자진출국 방식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고용허가제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정원 국장은 “UN에서 조차 3년의 단기 로테이션 정책, 1년 마다 재계약, 직장이동 금지 등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고용허가제로 다시 들여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고용계약 체결, 그리고 이와 연결된 비자 문제가 전적으로 고용주의 손에 달려 있는 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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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 미등록 , 선별 합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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