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4일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각 당의 합의를 수용해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1월 9일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 이후 3개월간의 ‘개헌 정국’이 종결됐다. 정치권은 일제히 “개헌 철회를 환영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이 배서해 어음으로 선거공약 이행”
노무현 대통령은 “18대 국회 개헌을 국민에게 약속한 각 당의 합의를 수용한다”면서 “각 당이 18대 국회 개헌을 당론으로 정해준 데 대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이 발표했다.
지난 13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개헌추진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18대 국회에서 개헌문제를 다루고 이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다는 당론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당초 청와대가 제시했던 조건인 ‘4년 연임제 개헌’은 당론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한나라당의 경우 “4년 연임제를 비롯해 모든 내용을 논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윤승용 홍보수석은 “한나라당 의원총회 결정 내용에 ‘4년 중임제’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며 “당론 확인 및 원포인트를 포함해 대부분 수용된 것으로 봤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18대 국회 개헌 당론적 합의를 수용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주요 참모들과 접촉해 상의한 후 밤을 새워 고민한 끝에 14일 아침 이 같은 결정을 윤승용 홍보수석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 철회가 정략적’이라는 해석에 대해 “정략은 없었고, 대통령 본인의 선거공약을 이행하는 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라며 “사실상 어음형태로나마 선거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봐달라. 한나라당까지 당론을 결정했는데 어음에 배서한 게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윤승용 홍보수석은 “노 대통령은 FTA와 개헌을 국정의 두 축으로 생각했다. FTA는 매우 중요한 시대에 맞는 국제 경쟁력 문제로, 개방 시대에 맞도록 국가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평가한다. 개헌은 국내 통치적 차원의 시스템을 정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적 공론화는 약간 미흡했지만, 정치권이 개헌이라는 총론에 합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역설했다. 향후 정치권과의 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더 협상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 이구동성 “FTA 전념해야”...민주노동당만 반대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철회 방침과 관련해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늦었지만 당연한 귀결”이라며 “다만, 그동안 개헌으로 초래된 국정혼란에 대해서 대통령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부터 노 대통령은 정치적 문제에서는 손을 떼고 오로지 FTA 후속대책, 북핵폐기 이행 등 산적한 현안 해결과 민생경제 회복 및 공정한 대선관리에만 올인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재성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긴 장마가 끝난 것 같다”고 환영 의사를 표하며 “이제 FTA 마무리와 특히 남북문제 등의 현안이 햇빛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형일 통합신당모임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유보 결정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6개 정파는 18대 국회에서 개헌이 발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고, 대선주자들도 선거과정에 개헌입장을 분명히 밝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는 FTA 국회 비준을 앞두고 야기될 수 있는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데 전념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은 “개헌 발의 철회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더 이상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지 말고, 한미FTA 후속대책,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2ㆍ13 합의 이행, 민생경제 회복 등 산적한 국정현안에만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정호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뒤늦게나마 개헌 발의를 철회하고 18대 국회 개헌 추진을 수용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민주노동당은 경제민주와 평화통일 시대 준비 등 시대적 요구가 반영되는 폭넓은 개헌안을 만드는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미FTA에 대해서는 “한미FTA 타결이 반 국익적인 타결이라는 것이 속속들이 확인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 여론을 수렴해 한미FTA 타결 무효를 선언하고 또다시 국정혼란을 초래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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