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3不정책과 3不 법제화만으로는 안 된다

3不을 뒤흔드는 현실의 교육위기를 돌파하자

3불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급기야 헌법재판소로까지 갈 전망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이석연 변호사가 3불 중 기여입학제 금지를 제외한 2불(본고사 금지와 고교등급제 금지)을 걸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3불의 폐지•유지 여하가 보수적인 헌법재판관들의 판단에 의해 결정될지 모를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노무현정권에 들어와 3불정책 비판이 새로운 건 아니지만 그 임기 말에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정권의 실정과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도 때문이며, 이 정권의 집권 기간동안 강화된 신자유주의 시장화 정책에 의해 보수파의 정치지형이 크게 강화된데 기인한다. 서울대, 서강대, 고대 등 일개 대학의 총장들까지 공개적으로 대통령과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을 비난하고 나서는 진귀한 풍경은 임기말 노무현정권의 자화상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3불정책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3불정책 비판에는 교육현실의 위기라는 객관적 토대가 있고, 따라서 현실의 위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3불정책의 유지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교육현실의 위기는 이 정권의 교육정책과 3불정책이 실패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3불정책 하에서 평준화 등 공교육은 실패하였고 과거 대입본고사 때보다도 오히려 입시경쟁이 더 심해졌으며, 사교육이 일층 강화되면서 사교육에 의해 부와 가난이 대물림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왜곡하고 마치 3불폐지는 부자들을 위한 사교육으로 가는 거고 입시지옥을 부활하는 것인 양 3불 유지를 선전하는 건 오히려 3불의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다. ‘개천에서 용 나는’ 건 이미 지나간 옛일인데, 상고 나와서도 대통령할 수 있다고 3불을 변호하는 노 대통령의 인식은 너무도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다.

3불정책과 그 위기에 대해 근본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기치를 들고 나온 두 번의 민간정권들과, 이를 계승하고 강화한 노무현정권이다. 교육개혁과 자율이라는 이름 하에 교육부문에 시장화 원리를 도입, 강화하고 대학과 사학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을 점차 약화시킴으로써 민간정권들은 정작 3불이라는 공교육의 이념을 실천할 수 있는 수단들을 상실해 왔다. 그에 따라 3불정책의 위기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는데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조 위에서 이 위기는 방관될 수밖에 없었다.

당장 2008년도 입학전형에서 연고대 등 주요 사립대학들이 고교등급제와 수능 중심의 선발제도를 공식화했는데도 정부는 더 이상 이를 규제할 법적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3불정책의 근간은 상당부분 이미 무너졌고 무력화된 상태다. 그런데도 노무현정권은 마치 공교육 수호의 전도사인양 아직도 3불정책 유지를 천명하면서 부자들을 위한 3불폐지론에 반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만적이고 면피용으로 거론할 뿐이다. 지금처럼 3불정책이 존망의 기로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노정권은 언사만 늘어놓을 뿐 3불과 공교육의 위기를 정말로 해결하려는 행동으로는 나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반(反)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3불 찬반의 구도로는 3불을 지켜내기 어려우며 3불정책의 법제화로도 현실의 위기와 논란을 극복할 수는 없다. 진보진영은 3불의 위기를 가져오는 교육현실의 위기를 직시하여 그 해결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먼저 고교등급제 문제는 미완의 평준화 정책 때문이고, 특히 평준화 정책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특수목적고의 불법과 편법 운영 때문이다. 설립취지에 어긋나게 외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들이 입시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는데도,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런 불법과 편법을 사실상 방치함으로써 현실적으로 고교간 격차가 발생했던 것이다.

현실의 고교간 격차를 근거로 해서 거꾸로 고교등급제를 요구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불법을 현실로 용인하자는 주장이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불법의 철폐와 원상복귀가 올바른 해결책이고 특수목적고의 불법과 편법에 대해서는 일반고로의 전환 같은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이러한 규제 없이는 고교등급제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이는 의지만 있다면 실행가능한 간단한 문제지만, 물론 평준화를 강화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평준화 고교의 현 실정, 즉 평준화 고교 내에서의 우열의 차이, 이와 관련한 수업방식과 학급운영방식의 문제, 요컨대 내신 경쟁과 이로부터 발생하는 교육현장의 파행 등 평준화 실패로 말해지는 어려운 문제들에 해답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들 문제는 근본적으로 평준화 제도 하에서도 우열과 경쟁을 통한 선발이라는 입시방식이 지배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 입시방식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평준화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입본고사 금지문제는 3불 중 가장 어려운 문제라 할 수 있다. 대입본고사 금지야 법령으로 쉽게 강제할 수 있겠지만, 우열에 따른 경쟁과 내신 경쟁이라는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이를 공교육 정상화와 어떻게 조화시키는가 하는 근본적 성찰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내신 경쟁의 철폐와 입시철폐는 공산주의 미래사회의 교육대안일 수는 있어도 현 단계에서 요구할 대안이 아님은 분명하다.

현 단계에서 상정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어떻게든 내신 경쟁과 수월 경쟁을 약화시키는 방향의 대학입학제도이며, 그 위에서 공교육을 보다 정상화할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국공립대의 획기적인 확대와 강화, 사립대에 대한 국가지원 확대와 통제의 강화, 대학간 격차와 서열화의 해소, 적정한 수준의 최소 내신 또는 최소 수능 하에서의 자유로운 대학입학과 대학선택의 보장 등이 그러한 대안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라 할 수 있다.

기존의 3불은 이미 내용적으로 크게 무력화되었지만 교육현실의 위기를 극복하고 공교육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일단 유지해야 할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마지노선이 뚫리면 대안은 더욱 멀리 날아갈 것이다. 그러나 3불의 유지 또는 법제화 위에서 3불의 위기를 가져온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위기의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3불은 껍데기만 남고 결국은 폐지될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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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빈

    내신 경쟁 철폐와 입시 철폐는 공산주의 미래사회의 교육대안일 수는 있어도 현 단게에서 요구할 대안이 아님은 분명하다??
    --> 그렇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인 프랑스나 핀란드 등에서도 적어도 대학 평준화와 내신 경쟁 철폐는 가능한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의 경우 입시 완전 폐지는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수는 없어도 적어도 국공립대 통합 전형과 대학입학자격고사 실시를 통해 현재의 입시 경쟁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습니다. 왜 참세상에서 굳이 이런 표현을 썼는지 알수 없군요.

  • 공감

    필자가 생각하는 공산주의 미래사회는 어떤 사회인지 궁금하군요.

  • 동의

    저도 얼마 전 이 논평을 봤을 때 그 표현이 마음에 걸려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능폐지! (입시철폐!) 는 이미 교육진영 안에서 슬로건으로 사용되었던 구호입니다.

    입시철폐란 슬로건은 현 상황에서 충분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는 독일의 경우 한국과 같은 입시시험은 없습니다.

    독일은 대학입학시험 대신 아비투어라고 부르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이 있습니다.

    "대학평준화!"란 말과 함께 "입시철폐!" 란 말은 한국사회에서 더 널리 널리 펴져나가야 합니다.



    관련된 참고기사

    http://antihakbul.jinbo.net/bbs/view.php?id=news&page=1&sn1=&divpage=1&sn=off&ss=on&sc=
    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5&PHPSESSID=
    c9c7d4ab3b8265e8bfa2bd92902fa1f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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