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영어교육 성찰 없는 토플대란 보도

[언론의재구성](112) - ETS 한국 지역 제외로 벌어진 토플대란

지난 15일, 토플 출제 기관인 미국교육평가원(ETS)이 7월 토플 시험에서 한국 지역의 접수를 제외시키면서 이른바 ‘토플대란’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태도를 살펴본다.

토플은 한국 입시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단 외국어고 등 특목고들이 특별전형에서 토플 성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초등학교 때부터 토플 시험을 보기 위해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다가 그동안 토플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았던 대학들까지 나서서 토플을 입시에 반영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고려대는 2008년 대입 전형에서 ‘글로벌 KU'라는 전형을 만들어 고교 내신 50%와 한국의 수능이 아니라 미국 대학의 수학능력시험인 SAT와 대학 선학점 이수제 AP 등을 50% 적용해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ETS가 토플 시험에서 한국 지역을 제외하겠다고 했으니 엄청난 파장이 몰려온 것이다. ETS가 토플의 한국 지역 등록을 제외하자 토플에 응시하기 위해 컴퓨터만 바라보던 학생들은 “토플 공부보다 등록하는게 더 어렵다”라며 허탈해 했다. 이는 한국 교육의 단면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토플대란, 독자적 영어 평가제도 있으면 될까?

이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태도는 일단 기사의 제목들을 살펴보면 드러난다. 사태가 시작된 시기인 13일, ‘갈팡질팡 ETS’로 시작해, 미국이 다시 한국 지역의 접수를 받겠다고 한 날인 16일, ‘미 선처에 울고 웃는 영어 광풍’, ‘특별시험 임시방편, 미국대학 인정 안 할 수도’, 그리고 22일 ‘어떤 영어시험 준비하나 혼란’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주된 보도방향은 토플에 목메고 있는 현 상황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현재 영어교육에 대한 근본적 비판을 가하고 있다기 보다는 한국의 독자적 영어평가제도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사들 중 그래도 비판적 입장을 담은 기사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16일, 김기태 기자가 쓴 ‘미 선처에 울고 웃는 영어 광풍’이라는 기사를 살펴보면, 이번 사태에 대해 “한마디로 유학열기와 영어 광풍이 몰고 온 토플의 식민지라고 할 만 하다”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영어과 권력화 된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사의 결론은 영어의 식민지가 된 한국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보다는 도정일 경희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공신력 있는 시험을 개발하는 등 사회적 각성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결국 현재 영어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기 보다는 독자적 평가제도의 필요성으로만 멈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보도방향은 사설에서도 드러난다. 13일,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토플대란’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때 아닌 토플대란은 아마도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기현상일 것”이라며 “한국인들의 영어집착, 미국 유학 집착, 미국시험 기관에 집착을 이 사태가 뭉뚱그려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이번 사태를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시 결론은 김기태 기자의 기사와 다르지 않다. 사설은 “한국의 토플 수용에 비하면 시험 주관 업체인 미국교육평가원의 서비스는 크게 떨어진다”라면서 “푸대접을 받지 않으려면, 토플 시험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한다. 이 사설의 결론은 서울대가 만든 텝스의 예를 들면서 “국내 주요 대학들이 공동으로 시험을 개발하고 정부나 기업 등에서 지원해 정착시키는 방안 따위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고 맺고 있다.

결국 현재의 영어교육이나, 미국의 한국 교육 시장 침투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기 보다는 시험제도의 개발 등의 한계적 입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제도 근본적 성찰 필요

미국의 평가제도 도입은 한미FTA에서도 중요한 사안으로 논의된 바 있다. 엄청난 대입 경쟁으로 형성된 한국의 거대한 사교육 시장은 미국의 평가업체들이 눈독을 들일 만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한미FTA에서 정부는 교육은 논의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미래유보’라는 형태로 테스팅 서비스 분야를 사실상 개방했다. 테스팅 분야의 개방은 한국의 입시경쟁 상황에서 공교육 과정에 붕괴를 가져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번 대란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한겨레의 보도태도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번 사태는 영어 광풍에 대한 근본적 평가가 있기 보다는 “애국심을 동원해 ETS를 몰아내고 토종 영어시험을 개발하면 된다는 방식으로 정리가 되고 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제대로 못 해서 그렇다면서 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을 더욱 강조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언론들이 분석하고 지적해야 할 것은 치열한 경쟁의 목적이 되어버린 한국의 영어교육과 교육 평가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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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토플대란 , 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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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김재웅

    ETS에서 실시하는 IBT 토플시험에 Speaking test는 실시간으로 이루어 지는가요? 아님 녹음을 한 후에 채점을 하나요? 만약에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