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출산율 늘어난다

[언론의재구성](114) - 한겨레의 출산율 보도태도

얼마 전 출산율이 증가추세로 돌아섰다고 많은 언론들이 환영하고 나섰다. 올 해 새로 태어난 아기들은 작년보다 1만 4천 여 명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태도를 살펴본다.

출산율 증가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출산율 증가는 국가의 대대적인 위기감 조성에 의한 반짝 증가일 가능성이 높다. 하기에 왜 출산율이 증가했고, 앞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근원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정말 딴 나라 이야기 남성 육아휴가

한겨레는 10일, 노르웨이의 아르네 홀레 아동·평등부 가정·양성평등국장을 인터뷰 했다. 정세라 기자는 이 기사의 제목을 ‘아빠 출산 휴가 6주 의무화는 출산율 유지비결’이라고 뽑으며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버지에 대한 육아휴가와 가사분담이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기사에서 “노르웨이는 일하는 여성과 출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라며 홀레 국장이 다섯 아이를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을 “남편과 함께 육아를 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힌 것을 인용해 남성 육아휴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남성들도 육아휴가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여성들도 육아휴가를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일부 계층의 이야기 일 수 밖에 없다.

이 기사는 정작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한, 안정적인 출산을 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인 ‘여성의 안정적 일자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올 7월 시행 예정인 비정규직법,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 등 정부가 내놓는 노동관련 대책들은 모두 노동자들의 안정적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싼 비용으로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하는데 만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노동 자체가 불안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육아휴가는 그림의 떡이다. 남성은 물론이며 여성들도 자유롭게 육아휴가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여성들의 안정적인 노동의 보장이다. 하지만 한겨레는 이런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문제제기는 비켜가고 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전략이 대안?

한겨레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전략’을 긍정하고 있기도 하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전략’은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여성의 일자리 창출과 이를 위한 보육, 간병, 교육 등의 일을 사회서비스로 보장하겠다며 제출한 것이다.

정부의 이 정책도 노르웨이처럼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주제 속에서 만들어 졌다. 정부는 80만 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포함된 것은 대부분 여성이 가족 내에서 책임지고 있거나, 가족 외부에서도 여성의 일로 치부되어 현재도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일들이다.

그래서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전략이 나오자마자 노동사회단체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은커녕 여성들을 또 다시 저임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담기 보다는 연중기획 ‘2007 희망 이정표, 5대 불안을 벗자’에서 사회서비스 고용창출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을 통해 2010년까지 사회서비스 일자리 80만 개를 더 만들겠다고 밝혔다”라며 “신규 일자리 80만 개는 지난 해 말 기준 전체 실업자 76만 8천 명을 기준으로 하면 실업자를 모두 없앨 수도 있는 규모”라고 긍정했다.

이어 김혜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질 높은 인력, 서비스 공급을 위해 예산 집행에 유연성이 필요하다”라며 노동사회단체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를 보도하기 보다는 예산 집행을 잘하면 되는 정도의 국소적 문제제기에 그치고 있다.

비정규직 없애야, 안정적 일자리 보장해야 출산율 증가!

노무현 정부는 저출산을 극복하겠다며 많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모두 근본적인 문제를 비켜가거나 오히려 악화시키는 방식인 상황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비정규직법 시행령에 따라 모두 기간제 노동자로 채워질 예정이다.

물론 많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조건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아이들을 낳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가사와 일을 양립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지금도 가사와 일을 양립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성의 일이라는 것이 부차적인 것, 남성의 일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어 점점 더 불안정한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더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고, 안정적인 여성의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함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