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가 철폐되면 얼마나 좋을까

[기자의눈] 강내희-장혜옥-홍세화 좌담을 보고

민중언론참세상 좌담 제안을 해준 활동가는 이철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사교육, 대학입시, 평준화 등 교육 문제에 대한 대안의 목소리를 민중언론참세상 지면을 통해 알리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좋은 제안을 주신 이철호 선생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을 드린다.

부랴부랴 세 분 선생을 모시고 좌담 자리를 만들었고, 사교육, 영어교육, 대학입시, 고교.대학평준화 등 네 가지 문제를 소재로 삼아 진단과 처방의 토론 시간을 가졌다. 사교육-영어교육-입시는 대한민국 교육 문제의 핵심 고리이고, 고교.대학평준화는 이 고리를 깨뜨릴 만만치 않은 방안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홍세화 선생은 언론인이면서도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철학적 안목이 깊은 만큼, 시종일관 외국 사례와 함께 평등교육의 가치를 강조했다. 똑똑한 한 놈이 아흔아홉 놈을 먹여살린다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현실을 개탄하고, 반공과 안보, 질서와 경쟁력 강조 대신 연대의식, 공공성, 인권, 사회정의의 가치 의식을 형성하는 교육과정을 강조했다.

장혜옥 선생은 사교육과 특히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통계를 들어가며 문제삼았다. 우리가 갖는 독특한 언어체계를 인지하고 습득한 후에 외국어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소한 언어체계를 갖추는 시기인 초등교육 과정에서는 영어를 하지 말고, 중등에서도 듣기 말하기로 치우칠 것이 아니라 쓰고 읽고 번역하는 종합적인 언어능력을 갖추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강내희 선생은 대학평준화를 이야기함에 있어 기본적인 동의를 바탕으로 대학교육의 질과 학문의 자래매김을 간과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학문 문제를 교육 문제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학문을 분리해서 교육과 관계 짓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강내희 선생은 신자유주의 국가 하에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국가학문위원회 같은 것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 앞뒤 쉬는 시간, 짬짬이 국가 이야기가 화재가 되었다. 도대체 국가가 사회구성원에게 어떤 교육체계와 과정을 제시해야 하고 운영해야 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이다. 교육을 말하는 한, 국가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겠는데,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국가주의적 요소가 작동한다는 점을 상기하는 가운데, 공적 교육의 기획, 운영, 실행자로서의 국가의 역할과 공적 교육체계의 정상화를 통한 교육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의 역할이라 하니 거창한듯 하지만, 이는 경쟁 논리에 잠식된 작금의 교육 현실을 넘어, 공적 교육체계와 미래 교육대계를 바로 세울 주체를 만드는 문제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문제다. 이런 점을 의식한듯, 교육 대안을 이야기 나누는 세 분 선생의 토론 과정 곳곳에 변혁의 문제와 분리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힘들어 보이지만 동시에 밝은 표정이 아닐 수 없다.

민중언론참세상 좌담을 하던 이날 공교롭게도 한나라당 5명의 대선 예비후보들은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교육,복지 정책을 중심으로 2차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역시 사교육, 대학입시, 고교 평준화 등이 초점이었다. 그런데 한나라당 토론은 후보들 간의 정책 차별성이 크지 않았고 개별 후보간 미미한 논쟁이 있었을 뿐이었다. 3불정책(대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이나 사학법과 관련해서도 후보자간 심도 있는 토론은 없었다. 원희룡 의원이 서울대 학부를 없애고 전국의 국립대학을 통합하자는 주장을 펴 약간의 주목을 끌었다는 점 외에는. 예비후보 대부분은 사교육비 고통으로부터 해방과 공교육 정상화를 말하긴 했다.

이명박 전 시장은 사교육을 공교육 틀 안으로 흡수해 학교간 경쟁을 통해 질을 높여야 하며, 공교육에서 영어교육과 영.유아보육과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주장이고, 박근혜 전 대표도 영어교육 국가완전 책임제, 저소득층 영.유아 조기교육 지원 등을 키워드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를 위한 교육과정, 교사 양성, 재정 확충방안 등 구체적인 것은 아무 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고교평준화 문제는 학교 간 지역 간 경쟁체제 도입으로부터 사고하고 있으며, 대학입학제는 자율화하겠다는 주장으로 역시 경쟁을 핵심 코드로 하고 있었다. 이날 교육 관련 유일한 논쟁은 박근혜 대표의 16개 시도별 주민 직접 평준화 여부를 선택하자는 것, 그러나 이 역시 큰 틀에서는 방향이 같아 정책토론이라는 이름값을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나라당 교육 브레인들이 민중언론참세상 좌담을 본다면 답답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율, 경쟁, 성공, 일류, 선진화 따위의 사고방식을 가진 이상 ‘평준화’는 획일화, 질적 하락 등의 도그마로 이해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좌담에서도 지적되었듯이 평준화 라는 단어가 갖는 뉘앙스가 다소 그러하다는 점에서 이를 대체할 좋은 용어가 있다면 채택할 필요는 있겠다. 그러나 ‘평준화’의 진실은 자연스럽고 끈질기게 제기함으로써 사회구성원의 동의를 구하는 것만큼은 한 치도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 자율, 경쟁, 성공, 일류, 선진화 따위의 인식으로 살아가는 딱한 인간들이 답답해 뒤집어질 정도까지는 치고 나가고 볼 일이다.

이런 시점에서 범국민교육연대 민중교육특별위원회가 지난 5월에 내놓은 대선 교육분야 10대 정책(Ver 1.0)은 진보적 교육주체들의 땀과 노력, 고민이 담긴 참으로 소중한 성과다. '교육평등 2007 - 입시철폐로 인간다운 교육을'에는 입시철폐, 무상교육, 교육과정 등 10개 주요과제와 해설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온 가장 보편적인 가치는 자유와 평등이다. 말을 더 하면 무엇 하랴.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경쟁과 효율의 가치는 자유의 참된 가치를 왜곡시켰을 뿐 아니라 평등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해왔다. 그런 점에서 '교육평등2007'은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구성원의 삶에 가장 기초적인 공공재로서의 지식과 살아가는 삶의 가치 습득에 대한 길잡이로서 기초 골격을 갖춘듯 하다.

교육평등2007의 10대 주요과제는 △대학평준화, 입시철폐, 사교육비 해소 △무상교육 확대, 대학등록금 절반 △교육주체가 함께 만드는 창의적 교육과정 △영어는 외국어다 △누구에게나 저렴하고 질 높은 대학교육, 고교평준화 완성! 귀족학교 폐지 △폭력.왕따 NO, 학교가 즐겁다, 학생인권 보장, 학생복지 체제 마련 △자율성과 다양성이 살아있는 학교, 학교자치 △열악한 지역부터 학급당 학생수 25명 △비교육적인 통제와 경쟁은 이제 그만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교사, 질 높은 공교육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입시 철폐와 대학평준화가 핵심이 아닐까 싶다.

‘입시 철폐, 대학평준화’가 먼 나라 먼 미래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입시=경쟁=서열 체계가 종적 구조를 이루는 나라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일류를 내세우는 대학 간 경쟁이 피를 튀기는 나라에서 입시를 철폐하라, 대학을 평준화하라니 이 얼마나 뚱딴지같은 이야기이겠는가. 그러나 세 분 선생도 이런 점을 십분 인지하고 있었고, 누구보다도 이 슬로건을 현실화하기 위한 과정상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끼는 주체들이었다. 교육혁명이 사회혁명의 마지막이라는 말처럼, 필시 세 분 선생은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교육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마지막까지 교육과 변혁의 키워드를 놓지 않겠다는 모습이었고, 다소 립서비스 같긴 하지만 그래서 좌담은 흐뭇하고 뿌듯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입시가 철폐되면 얼마나 좋을까. 입시 철폐와 대학평준화 쟁취 싸움으로, 모쪼록 학문과 학원의 상품화 시장화를 획책하는 자본의 도발을 잠재울 날이 한시바삐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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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대학입시 , 사교육 , 평준화 , 영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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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참 좋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