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비전, 정책없는 정치공방

한나라당 통일외교안보 정책비전대회 열려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 세 번째 통일외교안보 분야 토론회가 19일 오후 2시부터 대전 평송수련원에서 열렸다.

  대전 평송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3차 정책비전대회

변화된 정세, 한나라당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오는 터라, 다섯 후보 간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토론은 앞서 이루어진 두 차례 토론보다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번 정책비전대회는 특히 정책토론 없는 정치공방으로 채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노동당 세 후보가 도라산역에서 가진 정책토론회와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수준으로 보인다.

'평화' 키워드는 시대적 대세

토론 시작에 앞서 이주영 정책위 의장이 당 정책기조를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한반도 안보 위기,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무분별하게 지원, 북 인권 문제 외면, 북핵 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등 네 가지 정책을 실패했다고 짚었다. 이로부터 "핵없는 평화로운 한반도와 인권이 존중되는 자유로운 한반도를 목표"로 7대 평화구상을 밝혔다.

7대 평화구상은 △임기 내 핵 폐기 △북한의 자립경제 육성 지원 △10년 내 한반도 경제공동체 △신 북방정책 △국민의 생명과 재산 철저히 보호 △한반도 평화체재 구축 △단계적 통일 등이다.

한나라당이 발표한 7대 평화구상은 특히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밝힌 정책 구상과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제목만 본다면 참여정부의 통일 정책이나 민주노동당의 세 후보가 밝힌 한반도 구상과도 비슷해 보인다. 한반도 문제에서 평화는 이미 공통의 키워드가 되었고, 한반도 평화체제, 북에 대한 남의 경제 지원, 북핵 폐기 내지 한반도 비핵화 등은 정치세력 일반의 공통 관심사가 되었다. 따라서 말은 무엇이라 가져다 붙이든 과거 냉전-반공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를 가져가야 한다는 데 대한 암묵적 합의가 형성되는 흐름이다. 7대 평화구상에서 보건대 한나라당 역시 '평화'의 맥락만큼은 벗어나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한 듯 하다.

그러나 후보들간 토론이 시작되면서, 여러 쟁점에 대한 시각차가 확인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나 이해방식에 있어 신안보, 신냉전의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작은 차이가 큰 골을 만들 수 있고, 향후 미칠 영향과 결과는 한반도 평화를 심대히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홀히 지나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박근혜, '한반도 3단계 평화통일론'

박근혜 후보는 안보에 바탕을 둔 한미관계 발전을 전제로 했다. 미국과 21세기에 걸맞는 가치동맹, 경제동맹, 포괄적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점을 출발로 삼는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이웃국가들과는 국익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외교 관계를 맺겠다는 생각이다. 박근혜 후보는 3단계 통일론을 들었다.

첫 단계는 핵무기를 완전 제거하고 군사적 대립을 해소하는 평화정착, 두 번째 단계는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경제통일, 세 번째 단계는 자유, 인권, 복지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통일로 요약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의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의 완전 제거, 이를 위해 보상과 제재를 적절히 사용해서 철저한 국제공조로 북의 비핵화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박근혜 후보는 '원칙있는 상호주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북의 개혁 개방을 유도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오도록 한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비핵개방3000' 구상

'원칙있는 상호주의' 부분에 대해서는 이명박 후보의 생각도 동일했다. 햇볕정책이 의도와 달리 빗나갔다는 지적과 함께 "북의 변화와 개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칙있는 포용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에게 개방의 길로 나설 것을 호소하는 가운데, 북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제 사회의 협력과 북의 철도, 항만, 고속도로 등 인프라 확충과 한강 하구 800만 평 부지 공동 조성으로 남북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로부터 향후 10년 안에 북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3천 불이 되도록 하겠다는 '비핵개방3000' 구상을 강조했다. 한편 핵문제 해결 이전이라도 천만 이산가족 자유왕래, 특히 70세 이상 이산가족은 당장 자유왕래, 인도적 차원에서 쌀과 비료, 의료품 지원에 대한 북의 국군포로와 납북자에 대해 인도적 협력 등을 정책으로 내놓았다. 이명박 후보는 6자회담 틀을 '동북아경제안보공동체' 창설로, 에너지 외교의 다변화, 튼튼한 외교안보 등을 덧붙였다.

  애국가를 부르고 있는 이명박, 박근혜 후보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박근혜 대표는 '선 핵 폐기 후 지원 보장'을 묻는 질문에, "머리에 핵을 이고 한반도 평화번영 기대할 수 없으므로 핵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하고, 북 교류 협력 늘려서 경제공동체로 가야 하지만 핵 문제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북핵 폐기 방안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리비아와 우크라이나 식 핵 폐기 사례를 들며 "비핵개방3000은 핵을 포기하면 도와준다는 핵 포기 유도 제안"이라고 답했다. 유무상 원조금, 일본의 보상금, 남의 기업 진출 등을 활용하면 10년 안에 3천 불 소득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명박 후보는 포용정책의 문제점을 물은 질문에 "퍼주기식이 아니라 생산적인 지원을 하자는 것"이라며, "햇볕정책이 시도는 좋았으나 북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북 정권을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후보는 "북에게 소모적 지원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포용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식이든 리비아 식이든 북 핵 포기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차원의 남북 관계 문제 해결과 핵 해결을 다른 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고진화 후보와는 차이를 보였다.

원희룡 의원은 북의 기아 문제에 관심을 표명했다. 북에 현금 등 지원을 우선하되 인권 개선이나 개혁은 기아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북의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실패했다는 진단과 함께 북이 국제사회로 걸어나와 개혁개방의 길을 가야 한다는 데는 같은 인식이다.

홍준표 의원은 남북경제공동체 기반 구축으로 호혜적 상호주의를 제기했다. 홍준표 의원은 박근혜 후보에게 "우파의 포로가 되어 헤매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보안법에 집착하면 한나라당이 반통일세력이 된다"고 말해 박근혜, 이명박 후보와 차별성을 부각했다.

  토론 시작 전 자리를 같이 앉은 고진화, 홍준표, 원희룡, 이명박, 박근혜 다섯 후보

냉전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통일외교안보 정책

한반도 미래에 대한 정책토론으로 보자면 박근혜 후보의 '3단계 평화통일론'과 이명박 후보의 '비핵개방3000'이 두드러졌다. 홍준표 후보의 남북경제공동체, 원희룡 후보의 3단계 통일방안, 고진화 후보의 한민족대연합통일방안 등도 소개되었지만, 토론 쟁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두 견해는 거시적인 맥락과 현실 인식 등에서 차이점이 없었다. 비핵개방3000이 북 경제에 대한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이로 볼 수 있으나, 이 역시 북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북 핵 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토론 시작 전에 밝힌 대북정책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번 정책비전대회는 전반적으로 정책토론이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수준 이하의 쟁점들로 채워졌다.

김노박(김일성-노무현-박근혜)이 이명박 후보를 죽인다는 항간의 이야기,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국가정체성,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후보간 입장 차이, 유신정책이 대북포용정책이었느냐 아니냐,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의 필요와 현실성 문제, 북이 국가냐 아니냐, 김정일이 수괴냐 아니냐, 불가침협정과 평화협정 체결의 차이와 이해에 대한 질문과 답변, 북이 BDA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고 있는 지 등 후보간 정치공방이 주를 이루었다.

더군다나 미국에서 벗어나 자주적 입장을 가지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미국과의 동맹을 전제로 하고, 반세기 냉전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신안보 따위를 강조하는 맥락이라,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보수적 체질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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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 한나라당 , 외교 , 안보 , 박근혜 , 이명박 , 정책비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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