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

노 대통령, 헌정사상 최초로 헌법소원 청구

노무현 대통령이 선관위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과 관련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21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선관위의 조치로 국가공무원법상 정치활동이 인정된 정무직공무원인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제9조에 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약당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9조, 위헌이다"

천 대변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9조에 대해 "지나치게 포괄적·추상적으로 규정되어 공무원으로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 지 예견하기 어렵고, 오로지 선관위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지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공직선거법 제9조는 헌법상 기본권제한의 원리인 명확성의 원칙, 필요최소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많아 위헌"이라고 헌법소원 청구 배경을 밝혔다.

또 그는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에 의하면 대통령 등 정무직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의무가 없다"며 "정치적 중립의무가 없는 대통령에게 선거에 있어 중립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모순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 '기본권' 있고, 선관위 '공권력 행사'... 청구요건 갖춰"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의 청구 요건을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행정부 수반이자 그 자신이 공권력 행사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청구 요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또 선관위가 내린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 역시 '공권력'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천 대변인은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선거라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 선출된 정치적 헌법기관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국민의 한 사람 또는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의 주체"라며 "헌법재판소도 지난 2004년 탄핵사건에서 대통령이 기본권을 가진 주체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선관위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에 대해서도 "선관위 조치는 대통령의 일부 발언에 대해 공선법 제9조 위반으로 결정하고, 대통령의 장래 발언행위의 자제를 요청 또는 재촉구하는 것으로 사실상 경고에 해당한다"며 "이는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행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시켜 대통령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어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헌법소원 청구 요건인 '헌법상 기본권'을 지녔고, 선관위의 결정은 '공권력 행사'에 해당되기 때문에 청구 사유가 충분하다는 반박이다. 이 같은 천 대변인의 반박은 '노 대통령이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이번 기회에 정치공세에 대한 대통령 반론 허용 기준 마련할 터"

천 대변인은 "정치활동과 선거과정을 통해 선출된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과 반론을 제약하는 것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례가 없다"며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고, 정치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헌법에 따라 선관위 조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입법례에 비추어도 선거로 선출된 국가최고책임자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 헌정질서의 전제조건이자 핵심"이라며 "이번 기회에 정치공세에 대한 대통령의 반론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