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HIV/AIDS 감염인들의 요양소인 쉼터 관계자의 언론 인터뷰를 이유로 해당 쉼터에 대해 '쉼터가 노출되어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할 시 즉시 폐쇄 조치하라'는 지침을 하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 HIV/AIDS 전파를 예방하고, 감염인 인권을 보호해야할 질병관리본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감염인 및 관련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쉼터 노출되어 주민 민원 발생 시 즉시 폐쇄조치 하라"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달 7일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 '동아일보 기사관련 조치 및 결과보고 요청'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날 <동아일보>에는 '안아 주세요. 그들은 세상의 속죄양입니다'는 제목의 한국카톨릭에이즈협의회 회장인 김종일 신부의 인터뷰 기사가 사진과 함께 게재되었다. 김 신부는 광주쉼터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공문에서 해당 기사를 문제 삼은 뒤 "쉼터가 노출되어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할 시 즉시 폐쇄조치하고, 체류 감염인 보호에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쉼터 체류 감염인들에게 김 신부의 인터뷰 사실을 설명할 것을 요청하며 "쉼터의 노출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감염인 본인이 지속체류를 결정할 경우 그 내용을 서면으로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한에이즈예방협회 관계자들은 실제로 광주쉼터 체류 감염인들에게 '확인서' 작성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인 단체, "감염인 보호해야 할 질병관리본부, 책임회피에만 난리법석"
질병관리본부는 김 신부 인터뷰 기사 게재 이후 일련의 조치에 대해 '감염인 보호' 차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광주쉼터 체류 감염인들과 관계자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조치에 대해 "쉼터 노출 가능성을 이유로 감염인들 퇴소를 종용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설령 쉼터가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감염인들을 보호해야 할 질병관리본부가 나서서 감염인 보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주장했다.
광주쉼터 관계자들과 광주인권운동센터,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등은 24일 서울 질병관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질병관리본부의 조치에 항의하며, 공개사과 및 담당책임자 징계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 가브리엘 나누리+ 대표는 질병관리본부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는 감염인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쉼터가 알려져 주민민원이 들어오거나 했을 때의 책임을 미리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쉼터가 외부로 알려지더라도 감염인을 보호하고, 사회적 편견에 맞서기보다 자신들이 미리 빠져나갈 구멍부터 찾는 질병관리본부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감염인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에이즈예방협회는 책임회피를 위한 난리법석만 있을 뿐 정작 노출위험으로부터 보호받아야할 감염인의 목소리는 없었다"며 "질병관리본부가 외려 감염인들을 고립시키고 낙동강 오리알로 만드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 "현실적 상황 고려, 감염인 보호 위한 불가피한 조치"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에서 에이즈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점자 에이즈/결핵관리팀장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감염인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김 팀장은 "감염인 쉼터는 비밀리에 운영되어 나도 그 위치를 모르고 있었는데, 문제가 된 인터뷰 기사를 보고야 알았다"며 "기사가 나간 후 몇몇 감염인 자조모임에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항의 전화를 받은 후 확인해 보니, 기사에 광주의 지역번호와 사진이 게재되어있었다"며 "쉼터 노출 가능성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감염인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주민민원 시 폐쇄조치' 지시를 내린 것과 관련해 "노인복지시설을 지으려고 해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데, 만약 옆집에 에이즈 쉼터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누가 가만히 있겠냐"고 반문하며 "사회적 분위기 상 만약 쉼터 위치가 알려지면, 그 자리에서는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고, 감염인들의 보호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퇴소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체류 확인서' 부분과 관련해서도 "단순히 체류의사를 확인한 게 아니라, 노출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쉼터로의 이전까지를 고려해 취해진 조치"라고 재차 해명했다.
한편, 광주쉼터 체류 감염인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