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7년노동자대투쟁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엮은 이 책은 87년 전후부터 2007년까지 울산에서 활동한 현장 노동자들과 백무산, 정인화, 안윤길, 조성웅 시인 등이 쓴 시 202편을 연대별로 배열, 울산 지역 노동운동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안윤길 시인은 엮은이의 말에서 "묘하게도 노동운동사의 굴곡과 배열한 작품들이 비례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 울산 노동운동의 역사가 한눈에 보인다"고 쓰고 "파업 현장에서, 투쟁 속에서 짤막하게 터져나온 글들이야말로 진실이 아니겠는가"라며 소감을 피력했다.
남목 고개가 우릴 부른다
―87년 대투쟁 20주년에 부쳐
1987년 8월 중순 어느날,
흰 수건을 목에 걸고 삼삼오오 떼 지어
중공업정문을 꾸역꾸역 밀고나오는
작업복행렬은 끝이 없었다
그날 보았다, 나는
중장비를 앞세우고 명덕에서 남목까지
도로를 꽉 메우며 길게 늘어선 작업복군대를!
고갯마루를 닭장차로 가로막고
논두렁밭두렁에 늘어서서
놈들은 그 엄청난 장관을 보고 벌벌 떨었다
"이거 계엄령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한 놈이 굽실거리며 예! 예! 하며 무전을 받더니
“옛, 알겠습니다.” 하고는 닭장차를 돌려
놈들은 꽁지가 빠지게 도망갔다
그때 나는 처음 알았다
노동자이면서 노동자인줄 모르고 살았던 세월!
무지렁이인줄만 알았던 우리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그것은 긴 어둠을 걷어내며
전국 방방곡곡으로 빛살처럼 퍼져나가는
해방의 전주곡이었다
그로부터 20년
우리들의 어설픈 해방은 빈틈을 보였는가!
적들의 집요한 회유와 혹독한 탄압은
끝없는 수배와 구속 해고, 열사들을 앗아갔고
야금야금 빼앗기며 우린 원점으로 되돌아 왔다
동지들, 오늘을 함 보라!
저기 저 흩어져 비틀거리는 비정규직들을 보라!
저들은 바로 20년 전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저들보다 월급 좀 더 많이 받고
생활이 윤택하다고 우리네 삶이 과연
올바른 삶이라 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 그러더군
빼앗길 게 있는 노동자는 오염된 노동자라고
혹여 우리가 먹는 밥이 비굴한 밥은 아니던가!
동지들, 20년 전
그때 우리는 남목고개를 넘고 나서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꾸어냈던
신화를 남긴 노동자였지 않았든가
동지들,
남목고개가 또다시 우릴 부르고 있다
그날 그때처럼 당당히 고개를 넘어
다시는 치욕스런 밥 따윌랑 먹지 말라고
당당히 넘어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 없는
하나 된 노동자로 태어나라고!
동지들,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금부터 준비하자
지난 20년, 통한의 세월을 되새기며
그때처럼 손에손 잡고
우리 못 다한 노래
서리서리 한 맺힌 노래를 부르며
남목고개를 넘어가자!
저 해방의 고개를 넘자!
- 2007, 7. 안윤길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