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운동으로의 '협동조합'에 대한 조망

유진춘 경북대 교수 '협동조합의 기원과 발전, 정체성' 강의

협동조합, 생협 실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대안운동으로의 협동조합 활성화 방안을 논하는 강좌가 열렸다. 이 강의는 농어촌사회연구소(농어연) 주관, 한살림, 생협전국연합회, 인드라망생협 등 7개 단체들이 참여해, 전체 7개의 강의로 구성돼 있다.

29일에는 '협동조합의 기원과 발전, 정체성'이란 주제로 유진춘 경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의 강의가 진행됐다.

강의에 앞서 서동진 농어연 사무국장은 “지금은 20년에 걸친 생협운동의 과정을 되돌아보는, 이론적인 재정비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며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협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자"며 강좌 개설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강의를 맡은 유진춘 교수는 외국과 한국의 사례를 통해 자본주의적 생산과정과 유통과정 속에서 영세한 독립 소생산자와 노동자 그리고 소비자들이 경제사회적인 자위적 수단으로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역사적 과정을 설명했다.

  29일 유진춘 경북대 교수의‘협동조합의 기원과 발전, 정체성' 강의에는 50여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협동조합(Cooperative)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방법) 사업체를 통하여(수단),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목적) 자발적으로 결합된 사람들의 자치적 협동조직(주체)으로 정의된다.

유진춘 교수는 “자본주의의 성립, 발전으로 빈부계층이 분화되는 과정에, 빈민 계층들이 자위적인 수단을 모색하며 협동조합을 결성, 발전 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1844년 영국의 ‘로치테일협동조합’을 효시로 설명했다. 사회적 강자들이 안전한 먹을거리의 생산과 유통을 장악한 가운데 자신의 삶의 공간을 확장하기 위한 약자들의 자발적인 사회조직으로 협동조합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로치테일협동조합'이 탄생하던 시기, 영국에서는 보통선거권을 주장하는 차티스트 운동이 전개되던 시기였다.

유진춘 교수는 "‘로치테일 협동조합’은 ‘정직하고 불순물이 혼입되지 않은 식품을 제공하는 생협의 조직화와 유통의 사업화’를 주창하며 남녀, 종교, 빈부 불문의 1인 1표제 실현을 주장했다"고 설명하며 "전 국민이 보통선거권을 갖지도 못한 상황에서 로치테일협동조합이 주장한 내용은 사실상 ‘혁명적인 내용’ 이었음" 강조했다.

한국 경우, 일제에 의한 협동조합과 민족운동으로의 협동조합 운동이 일어났고, 1957년 농협이 설립되고, 60년대부터 신협이 사업을 하면서 협동조합운동의 역사가 이어졌다.

유진춘 교수는 “지속적인 경제개발계획 추진을 통한 고도 성장과정에서 자본의 집적과 집중을 가져오게 되었고, 독과점 체제의 폐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한 70년대 중후반, 노총과 신협을 중심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생협운동은 소비자 운동과 연계되면서 독자적 영역을 확보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물론 역대 정부와 연계될 수밖에 없었던 '농협'을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운동과 '70년대~80년대에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음식의 안전성'을 위해 도입 한'직거래 개념' 형태의 협동조합에는 한계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농촌주민, 농민의 소비자 운동 형태로 진행되던 협동조합운동은 ‘한살림’ 출범이후 농산물 판매차원, 새로운 농민운동의 성격을 띠면서 생활협동조합 운동으로 확산됐다.

최근 농축수산물 직거래를 중심으로 생협운동에 대한 일반적 관심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 정부 시절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재정됐다.

유진춘 교수는 "소비자들이 품질 좋은 생활소비제 및 다양한 문화적 서비스를 저렴하게 구입, 이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협동조합이 법적으로 보장받으며 활동할 수 있는 근거 법이 됐다"고 강조하면서도 "친환경 농산물, 유기농의 관점을 가진 생협으로 활동 범위가 축소된 부분도 있다"고 한계도 지적했다.

유진춘 교수는“한국 사회에서 현재의 협동조합운동이 사업의 영세성(생협)과 정체서의 혼란(농협), 자율성의 부족(신협)등 다양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으로 진단하며 “협동조합의 신뢰의 위기, 경영의 위기, 이념의 위기가 협동조합 운동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WTO가입, FTA 체결 등 신자유주의가 가속화됨에 따라 세계 시장에 더 깊숙이 편입되고 있으며, 시민 생활 속에 시장의 영향력이 더 커져 양극화와 실업과 빈곤이 더욱 증가 되고 있다”고 역설하며, “국가가 담당해야 할 복지와 협동조합이 맡아야 할 사회적 경제의 역할이 더 중요해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진춘 교수는 "생협, 협동조합 운동을 하는 조합원 활동가와 직원들이 이 사회에서 협동조합, 생협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강좌는 △세계 협동조합의 보편적 가치(9/5) △세계 협동조합운동의 흐름과 정부의 역할(9/12) △한국생협의 흐름과 향후 과제(9/19) △한국 협동지역사회운동 사례(10/2) △한국 생협의 사업과 부문별 사례(10/9) △몬드라곤을 통해 살펴보는 협동조합 전망(10/17)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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