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급권 철회' 한EU FTA 협상 성과인가

지재권대책위, 3차 협상 내용 공개 촉구

한미FTA저지 지적재산권 대책위원회(지재권대책위)는 4일 성명을 내고 한EU FTA(자유무역협정) 3차 협상에서 '추급권 철회'와 관련한 비판적 입장을 밝히고, 관련 협상 내용 공개를 촉구했다.

정부는 3차 협상에 임하면서 지식재산권 이슈 등에 관한 우리 측의 입장을 EU측에 전달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협상 결과로 EU가 요구한 추급권과 디자인 보호기간 연장 안이 철회된 점을 협상 성과로 발표했다.

반면 실질적으로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안들, 예를 들어 의약품 허가자료 독점기간의 10년 연장, 공연보상청구권의 도입, 위스키와 포도주, 농산물에 대한 지리적표시(GI) 보호, 지적재산권 침해에 관련한 단속,처벌,소송절차를 규정하는 집행규정 강화 등과 관련한 협상 경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지재권대책위는 "EU측이 추급권 도입 요구와 디자인 보호기간 연장 요구를 아무런 대가없이 철회하였을 리 만무한데, 정부는 EU가 그 대가로 무엇을 챙겼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하며, "정부는 협상의 성과를 선전하는데만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실질적 알권리의 보장을 위해 협상의 실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무엇이 협상 과정에서 거래됐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요한 내용은 쏙 빼놓고 협상단이 스스로 성과라고 선전할 것들만 공개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재권대책위는 "추급권 철회가 협상의 성과인가"를 반문했다.

추급권이란 미술품 원작이 재매매될 때 매도인 등에게 매도차익 중 일정액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원작자의 권리로, 한국의 저작권법에는 없는 제도이다.

지재권대책위는 "만약 한EU FTA를 통해 추급권이 도입됐더라도 유럽과 한국의 무역관계에서 상호간 득실이랄 것이 거의 없다"라고 강조했다.

유럽인의 작품이 국내 화랑이나 경매업체를 통해 매매될 때나 유럽과의 관계에서 문제될 수 있을 뿐인데 그런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유럽이 그 요구를 철회해도 유럽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고 우리도 굳이 뭘 얻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추급권은 원작자의 명성이 높아져서 원작자의 초기 작품이나 사망전 작품의 가격이 상승한 경우에 매도차익의 일부를 원작자나 그 상속인에게도 분배해 주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에 인정된 권리이다.

국내에서도 미술가들이 작품 활동을 위한 경제적 토대를 마련하고 미술시장의 투명화, 위작의 퇴출 등 부수적 효과를 기대하며 한국추급권협회 창설 등 추급권을 도입하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아 온 상황에서 EU 측의 추급권 도입 요구를 철회시킨 것이 협상의 큰 성과인가를 반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