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 아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 피해사례 증언대회 열려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1종 수급권자들에 대해 △본인부담금 부과 △선택병의원제 도입 △파스 비급여 전환 등을 골자로 한 의료급여제도를 개편, 시행했다. 당시 의료급여제도 개편을 추진한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며, "복지부장관으로서 한정된 재원을 절약하여 보다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이 장관으로서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의료단체들은 "빈민들에 대한 건강권을 박탈하는 조치"라며 의료급여제도 개편에 거세게 반발해왔다.

시행 3개월이 지났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빈곤사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으로 구성된 의료급여개혁을위한공동행동(공동행동)은 9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 숨통을 트자'라는 제목으로 의료급여 수급권자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의료급여제 개편, 빈민들 건강권 보장 위한 최소한의 보완책 무너뜨려”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김학식 씨는 "나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 아니다. 관절질환과 합병증으로 뼈마디마다 파스를 붙여야 그게 지지대 역할을 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료급여제도가 개편된 이후 파스를 구입할 수 없어 건강이 더 악화되었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이 수집한 사례에 따르면, 의료급여제도 개편 이후 상당수의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이 본인부담금 증가 등으로 인해 병의원 이용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모 씨(33세)는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데, 파스가 비급여가 된 이후 파스처방을 못 받고 있다"며 "제도 시행 이후 치료를 거의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퇴행성관절염과 녹내장을 앓고 있는 정 모 씨(76세) 또한 "관절통증이 심해 인공관절 수술을 원하고 있으나, 비용부담으로 인해 수술을 못하고 있다"며 "파스로 버텨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파스 비급여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선택병의원제와 본인부담금 부과에 따른 의료이용 제약 사례도 있었다. 지체장애3급에 당뇨병을 앓고 있는 김 모 씨(40세)는 "각 진료과별로 급여일수를 계산해 해당과 진료를 모두 받아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외래 법정 본인부담금 뿐만 아니라 선택진료비 부담까지 과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의료급여 수급권자들과 보건의료.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의료급여제도는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보장책이었는데, 7월 시행된 의료급여 제도는 최소한의 장벽마저 무너뜨려 수급권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본인부담금 부과 철회 △선택병의원제 폐지 △파스 비급여 철회 △기초생활보장제도 보완 등을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