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상황이 어떤가요?"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짜(저쪽으로) 가서 물어 보이소."
"한 마디만 해주세요"하면 "지원아, 지원아"(효정재활병원 간병사지회 서지원 지부장)하며 수줍게 자리를 피하던 강을출 조합원을 만나기 위해 6일 토요일 오후 효정재활병원이 있는 울주군 천전리, 가을 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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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정재활병원 연대집회에서 |
"인터뷰하러 왔는데요"
강을출 조합원은 당연한 듯 서지원 지부장 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강을출 조합원님 인터뷰하러 왔습니다"
소담소담 편안하게 얘기하게 햇살 가득한 마당으로 나갈까 했는데 김덕상 위원장도 서지원 지부장도 자리를 피해 주셨다.
"문디 지랄한다. 나가긴 왜 나가노"
이렇게 효정재활병원 로비에 얇은 스티로폼과 돗자리를 깔고 5개월째 농성중인 강을출 조합원과의 짧은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55세입니다.
효정재활병원에서 언제부터 일하게 되셨나요?
2004년 7월부터 일했고 작년 7월에 노조가 생겼는데 9월 25일에 해고가 됐습니다.
간병사 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현대중공업에서 조경하는 일을 오래 했는데 다리가 아파서 그만두고, 놀지는 못하겠고 2003년부터 간병학원을 다녔지요.
연속극 좋아하십니까?
...
좋아하는 연속극 있으세요?
'하늘만큼 땅만큼'(작년 8월 31일에 종영된 일일연속극).
시간나면 그래도 한번씩 봤는데 해고되고 농성하고 나서 부터는 연속극 한번 못봤네요. '하늘만큼 땅만큼' 보다가 노조 생기고 해고되고 농성 시작했으니까. 그 뒤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효정재활병원에서 간병사로 일하시면서 근무조건은 어땠습니까?
24시간 마다 교대를 합니다. 아침 9시에 들어오면 다음날 아침 9시에 교대하고 나가고...
노동조합 활동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한번도 없지요. 연대오시는 분, 다 좋아요. 동생같고 자식같고.
보고 또 봐도 사람들이 저렇게 다 착한데 이 착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하는가 싶고... 왜 저런 일을 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 착하기 때문에 저런 일을 하겠지...
언제부터 일하셨나요?
열 일곱, 열 여덟 살쯤 대구에 섬유공장 방직공장.
해고된 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복직 판결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왜 일 안하시고 빨간조끼입고 데모하십니까?
지원이(효정재활병원 지부장. 중노위에서 복직판결)랑 향순이(윤향순 조합원. 중노위 패소)랑 다 데리고 들어가서 일하려구요.
앞으로 하고싶은 일이 있으시다면요?
갈 데가 없잖아요. 받아준다고 하면 가죠. 이곳에서 간병사로 일하는 게 제 마지막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손발이 안 돌아갈 때까지는 일을 해야지요.
간병학원 다니면서 이 일을 배웠다고 하셨는데 또 배우고 싶은 건 없으십니까?
나이가 있어서... 조그맣게 장사하는 것.
마지막 직장에서 왜 해고가 되셨나요?
우리 월급이 24시간 일하고 교대하면서 104만원이었습니다. 퇴직금 8만원 제하고 98만원을 받았는데 100만원 채워주든가 한달에 하루 쉬게 해달라고 했는데 안들어줘서...
작년 7월에 노조를 만들고 처음으로 단체생리휴가를 썼다고, 7명이 해고됐습니다.
이렇게 오래 농성을 해오시면서 혹시 TV나 신문에 나와보신 적 있으신가요?
한겨레라던가... 거기 한번 실렸다고 들었고 티비에는 나와본 적 없지요. 안나오니까 딸들도 내가 뭐하는지 모르고 친척들도 모르니까 어쩌면 다행이기도 하고.
우리가 이렇게 농성하는 것도 노동뉴스 김성민 기자때문에 알려지기 시작했지요.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혼자 서울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때는 토요일마다 오더니 홈에버때문에 수요일로 바뀌었지요.
병원 로비에 스티로폼 깔아놓은 농성장을 병원 방문객들이 오가며 들여다보고 말을 걸기도 한다.
심한 장애를 가진 시누이를 맡겼는데 한달에 5만원씩 옷이라도 사 입히라고 후원금을 보냈는데 옷을 한번도 안 사 입혔나보다고 환자보호자가 목소리를 높인다.
영세민을 위한 요양병원이기 때문에 사정이 있어서 가족을 맡긴 환자의 오빠라는 분도, 흥분한 올케라는 분도, 병원측에 직접 항의는 못하고 농성장에 와서 묻고 부탁을 하고 간다.
서지원 지부장에게서 들은 '50~60세의 나이에 100만원 월급주는 데 있으면 거기 가서 일하라'는 병원측의 말이 생각났다.
더이상 갈 곳이 없기에 가족이 없어서 또는 가족에 의해 이곳에 맡겨진 독거노인, 지적장애인(정신지체장애인), 치매노인.
환자를 맡겨놓은 보호자도 할 말을 못하고 건강이 좋지 않은 걸 감추고 일한다는 60세의 간병사 할매도 할 말을 못하는...
강을출 조합원의 마지막 직장이란 말이 계속 맴돌았다.
해고되고 나면 갈 곳이 없기에 병원측에 복종을 하며 일하는 노동자와 마지막 직장에서 5개월의 긴 싸움을 하고 있는 노동자.
제가 지금까지 강을출 조합원님을 네번째 뵙습니다.(남목고개 시집 출판회 때 처음 봤다는 걸 기억하고 계셨다) 그런데 볼 때마다 손에 과일칼을 들고 계시거나 오늘은 파리채를 들고 계신데 손에서 일을 놓지를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부지런한 성격이신가요?
일은 다 재밌었어요. 입원해 있는 할매들도 정이 들어서 가족같고.
할매들 못보신지 오래되셨겠네요?
할매들도 우리가 여기 있는지 알고 계실거예요. 출입문을 폐쇄해서(출입문 비밀번호를 바꾸었다고 함) 일하던 병동에 못들어가니까 이렇게 병원 로비에 앉아 있는데 할매들도 1년동안 못봤지만 우리가 여기 어디 있다는 건 알고 계실텐데...
수줍음이 많은 강을출 조합원이 인터뷰를 거부해서 잠시 웃으며 자리를 피해주신 서지원 지부장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김덕상 위원장은 병원 마당에서 환자들과 장기를 두고 있었다.
효정재활병원의 경우 상수도가 없어서 지하수를 끌어 쓰는데 장마철에는 흙탕물이 나오고 물이 부족해서 기저귀를 늘 사용하는 환자가 대부분인데 용변을 볼 때마다 다 씻지를 못하고 한달에 한번 환자목욕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환자의 위생관리조차 그렇게 허술한데도 보호자는 병원측에 항의를 할 수가 없고 20명의 간병사가 300여명의 환자를 돌보는 노동조건인데도 일하는 간병사가 병원측에 항의를 할 수 없는, 이런 걸 두고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말이 나왔나보다).
그러다보니 강을출 조합원은 여름에는 24시간 일하고 집에 잠깐 들어갈 때는 병실에서 배인 냄새가 몸에서 날까봐 많은 사람 앞으로 나서지를 못한다는 말을 했다.
강을출 조합원님은 1월에 중앙노동위원회의 복직 판결을 받으시고 3개월 정직처분 후에 복직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왜 다시 농성을 하시게 되었나요?
내가 좀 싸웠지. 소방훈련을 안받았는데 받았다고 서명을 시키는데 나는 못하겠다고 했지.
(중노위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 복직이 안된 서지원 지부장과 파업 기간중에 재계약을 못한 다른 조합원을) 데리고 들어가야지. 나 혼자 일하면 뭐합니까.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끝까지 이 싸움을 이겨서 보란듯이 일해야죠.
인터뷰 중에 여담으로 누구 닮았다는 말 들어보신 적 없냐는 질문을 했는데 효정재활병원 농성장을 방문한 공무원노조 교육청지부 윤병수 부지부장이 "을출이 형님, 전원주 닮았네요" 한다. 그 말에 강을출 조합원이 "내가 어디가 전원주 닮았노"하며 얼굴이 빨개지길래 "제가 보기엔 김혜자 닮으셨습니다."라고 하니 아무 말을 안했다.
효정재활병원 간병사 노동조합 6명의 조합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
안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이 생각을 달리 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포기를 안했으면 합니다.
아까 일이 재밌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게 좋으시죠?
열 일곱 열 여덟 살부터 방직공장 다니고 애들 클 때도 현대중공업 조경일을 해왔는데 일을 다니면 옆 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친구라는 게 없습니다. 직장친구랑 재밌게 지낼 수 있으니까.
매주 수요일 효정재활병원 연대집회에 참가하시는 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
먼 거리에서 잊지도 않고 소식을 전하면 곧바로 달려오는 게 고마와요. 오는 사람들이 다들 참 착해요.
힘들진 않으십니까?
처음엔 조합원 6명이서 속닥하게 했는데 서지원 지부장의 글을 보고 사람이 찾아오니까 기분도 좋고 잘할 것 같고...
지금은 마무리 단계가 된 것 같은데 복직할 때까지 마지막 큰 싸움 잘 이겨냈으면 합니다.
요양원 간병사 노조는 효정재활병원이 처음이라는데 노조가 있어서 좋은 점은 무엇입니까?
착한 사람 만나니까.
노조 만든 후 힘든 점은 없습니까?
힘든 부분도 있지만 극복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여기 있으면 집이 걱정되고 집에 가면 오기 싫을 때가 있고 그런 마음이지요.
행복하세요?
행복하지요.
(강을출 조합원은 몇 년전 남편을 사별하고 딸 셋을 두고 있다) 만약에요, 따님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이렇게 해고가 되어서 농성을 하게 된다면 엄마처럼 열심히 하라고 하실 겁니까?
절대 안되지요.
강을출 조합원님은 다른 조합원의 복직을 위해서 5개월동안 천막에서 병원로비에서 농성을 하고 계신데 왜 딸들은 안됩니까?
자식한테 이 고생 안 시킬라고 이라는 것 아닙니까. 이런 일이 다 후세가 잘 되라고 하는 거지, 우리 대에 잘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나라 기자)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