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바짝 대립각을 세우고 나섰다. 최근 정 후보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의 차별성 부각을 위해 다소 개혁적 의제를 선보이고 있는 데 대한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
정동영, "'5대 가치'와 차별 없는 성장 위해 5대 전략 추진"
정 후보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경제적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자영업의 격차, 수출과 내수의 격차, 전통 산업과 미래 첨단 산업의 격차, 중앙과 지방의 격차,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의 격차 등의 5대 차별과 격차"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5대 차별과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 강국, 신성장 동력 육성, 내수시장 활성화, 유연하고 안정된 노동시장, 남북경협 및 대륙경제 등의 차별 없는 성장을 위한 5대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로운 성장, 더 많은 기회, 성숙한 평화, 행복한 가족, 따뜻한 통합 등의 '5대 미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5대 가치'는 재벌이 아니라 서민을, 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가치"라고 설명했다.
권영길, "정동영, 또 다시 나타난 제2의 노무현" 맹비난
다분히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듯한 '5대 가치'론을 들고 나온 정 후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22일 "노무현의 눈물에 속아 탄식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또 다시 나타난 제2의 노무현"이라고 맹비난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선대위 박용진 대변인은 정 후보에 대해 "대통령 후보에 당선되자마자부터 진보적 의제를 들고 나섰는데, 사실 정동영 후보가 어떤 분인가"라고 물은 뒤 "말이 실용이지 열린우리당 창당시절 치켜들었던 개혁과제를 모두 부정하고 개혁실패로 몰아간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실용주의 정치세력의 대부를 자처하고, 유시민 류의 개혁조차도 참기 어려워 당을 깨고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개혁세력을 분열주의자들로 몰았던 정 후보가 난데없는 좌향좌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 후보는 IMF 이후 우리 사회 양극화를 몰아온 두 정부에 몸담고 온갖 수혜를 누린 사람"이라며 "이 정권 10년으로 쌓여 온 사회양극화에 대해 자신이 극복하겠다고 말하면서 그 주범 정권에 대해서 계승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 우롱행위"라고 일갈했다.
박 대변인은 "선거 때만 되면 진보적인 의제를 들고 나서는 것을 보면 일종의 계절병인 듯 싶다. 정동영 뿐 아니라 노 대통령도 그랬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며 "이 정도면 정 후보 상태는 자아상실 수준"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권영길, "문국현, 견해를 같이 할 수 있는 부분 많다"
정 후보에 대한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의 이 같은 반응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정 후보가 경선에서 당선된 후 "금산분리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자 권 후보 측 심상정 공동선대위장은 "정동영 후보는 금산분리 원칙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 정 후보의 과거 행적을 떠나 그가 최근 내놓고 있는 정책의제들이 과연 '왼쪽'으로 분류될 법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권 후보가 유독 정 후보에 대해서만 이렇듯 날을 세우는 바도 이해가 쉽지 않다.
범여권의 또 다른 잠재 주자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에 대해서는 "기업 경영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나와 견해를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권 후보다. 권 후보는 문 전 사장에 대해 "구동존이(求同存異), 의견이 같은 부분부터 협력해 나갈 수 있지 않겠냐"며 연대가능성 까지 시사했다.
정동영은 'NO', 문국현은 'YES'?
이쯤 되면 '정동영과 문국현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이 따라올 법하다. 이에 대해 권 후보는 쉽사리 '다르다'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권 후보가 유독 정 후보에 대해서만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쉽게 납득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군다나 권 후보 측은 지난 달 까지만 하더라도 문 후보에 대해서도 "이명박 후보의 유한킴벌리 버전"이라는 비판을 쏟아냈었다.
바야흐로 모든 길이 대권으로 통하는 지금, 모두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분주하게 결집과 헤쳐모여를 반복한다. 그곳에 '색깔'은 없다. 카멜레온과도 같이 옷을 갈아입을 뿐이다. 때론 중도 때론 진보, 이념과 정책은 사라지고 수사만 그득하다. 이 길에서 민주노동당이 '진보'라는 색깔을 계속 지켜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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