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안이 올 국회, 대선 정국의 폭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한때는 한미FTA가 막판 대선의 변수가 될 것이라 전망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선 후보들의 찬성이냐 반대냐의 선을 긋고, 파병의 원죄가 있는 사람들이 은혜 받은 냥 정치적 차별성을 드러낸다는 '과도한 정치적 해설'까지 난무한 상황이다.
2003년 고 김선일 씨의 피랍 사망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에게 할말은 하겠다' 던 노무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자이툰 파병을 강행했다. 그리고 2007년 임기를 말년에 레임덕도 없는 노무현 대통령은 '파병 연장'을 요청하는 대국민 담화를 직접 발표했다. 마치 '파병'으로 시작해 '파병'으로 마무리 하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다.
23일 노무현 대통령은 10분간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이툰부대의 철군 연장 이유를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 강화 △자이툰부대의 중동지역 정세안정 기여라고 지적했다. 같은 시간 350여 국내 노동, 사회단체들이 모인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병연장안 반대', '자이툰 부대 즉각 철군'의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2개의 약속. 부시와의 약속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
2003년부터 파병 저지-> 파병 중단-> 파병군 철군을 주장해온 노동사회단체들은 반복되는 상황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대해도 정부는 '국익론'을 앞세우며 매번 파병을 강행 해 왔고, 때 마다 한국인들이 피랍되면서 '철군' 논쟁이 사회적으로 제기되지만 사태가 잠잠해 지면서 조용히 파병 기간이 연장돼 왔기 때문이다.
2007년에도 반복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피랍되면서 철군 논란이 의제화 됐고, 한국군이 무엇을 하던 미군과 함께 점령에 동참한 이상 한국인들에 대한 현지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내용들이 전파를 탔다. 현재 이라크에는 한국을 비롯한 27개국 17만8천여 명이 주둔하고 있지만, 미군 병력을 제외하면 외국군은 1만3천여 명에 불과하다. 외국군이 2003년 이라크전 개전 직후 한 때 5만 명에까지 달했던 것에 비하면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철군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이후, 이라크 자이툰 부대의 철군 계획에 대해 정부는 언제나 "철군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해 왔다. 자이툰 부대를 철군시키겠다며 이행계획서를 9월까지 제출하겠다고 공언한 노무현 정부가 아니던가. 2007년까지 철군계획을 밝히겠다고 했던 것은 노무현 정부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었다.
그러나 2007년 9월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미 대통령의 파병 연장 협조를 요청에 노무현 대통령은 "동맹국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파병반대국민행동은 미국 내 반전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음을 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 및 점령 지원이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점령을 지속시키기 위한 그 어떤 거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연장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놓고 사실상 파병 연장 요청을 받아 들인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했다. 통상 6개월 단위로 임무를 수행하는 교대 병력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9월 6일에 자이툰 7진 1차 교대 병력 545명이 이라크로 떠났기 때문에 설득력을 얻었다. 이들의 출병은 내년까지의 주둔을 염두해 둔 사실상의 '파병 연장'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정부가 한 입가지고 두말한 상황이 됐다. 앞으로 '철군 계획 발표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파병 연장을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약속은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하고, 부시 미 대통령, 미국과 한 약속이기도 하다. 결국 노무현 정부가 두 약속을 다 지키기 위해 '단계적 철군', '파병 기한 연장' 이라는 꼼수의 카드를 꺼낸 상황이 됐다.
그러나 '단계적 철군' 방안은 무마를 위한 타결점이 아니라 '파병 기한 연장'의 또 다른 방식일 뿐이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무현 정부는) 국민다수의 의견을 무시한 파병 독재 정부"라고 규정했다. 김은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노무현 정부가 부시 대통령과의 약속을 지키기에 앞서 국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를 반문했다.
마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다이옥신, 뼛조각, 광우병 위험물질까지 발견되면서 미국의 검역 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로 '국제적 수준'을 약속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 약속은 한미FTA와 맞물려 지금까지 빛을 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과의 약속, 국가적 책임 보다는 미국과의 약속이 언제나 우선인 상황의 반복은, 안타까움을 넘어 한심함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파병군 철군하면 긴밀한(?) 공조가 약해지거나 깨지나
23일 기자회견에서는 '파병연장 반대'나 '철군'에 대한 구호 보다는 정부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 이들은 정부가 파병을 연장하겠다는 근거가 이전 주장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파병은 2003년 이후 매년 연장돼 왔고, 2007년에는 한국인 피랍 사태로 인해 한국군 해외 파병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검증이나 납득될 만한 논거나 검증자료 없이 여전히 '국익'을 말하며 파병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정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2003년 당시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필요하고, 한미 동맹을 위해 파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과연 2003년 이후 미국이 어떤 도움을 줬나"를 반문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김환영 평화재향군인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말하는 파병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는 당연한 논리 도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럼 지금 정부가 어디서 실익을 얻고 있고, 챙기고 있다는 국익이 무엇이고, 국가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구체적인 설명이 없이 '파병=국익'이라는 공식만을 선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박이고, 보이지 않는 '국익'에 대한 물음이다.
파병을 통해 경제적 실익을 챙기겠다는 비정한 한국 정부
정부가 주장하는 국익의 일부로 '경제적 실익'의 측면이다. 백번 양보해서 파병을 인정한다고 해도 2003년 이후 파병을 통해 실제 이라크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있는가, 실제 자이툰 부대가 주둔함으로 중동지역 정세안정 기여 했는가 하는 점이다.
임종인 의원(무소속)은 18일 산업자원부 석유공사 국정감사에서 유전개발권과 경제적 실리를 챙기기 위해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하고 연장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전혀 맞지 않다고 비판을 제기했다.
임종인 의원은 “파병3위국인 한국은 지난 4년 동안 3297건의 경제재건사업 수주계약에서 단 한건도 수주하지 못하고, 수주계약의 대부분은 미국, 영국 등 외국기업이 독식했다"고 밝혔다. 또한 "올 초에 우리 기업이 이라크 진출약속을 남발하는 것은 친미성향의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가 자이툰부대의 주둔 연장을 위해 급조한 당근책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특히 "미국정부가 고용한 미국컨설팅회사 베어링포인트의 도움으로 작성한 이라크 중앙정부의 '신석유법'은 이라크 전역을 내전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고, 이라크 석유 때문에 침략전쟁을 일으킨 미국도 예상과 달리 이라크내 치안이 확보되지 않자 군침만 흘리고 있는 상황”라고 지적했다.
임종인 의원은 “한국정부와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유전 개발권 문제는 이라크 북부지역의 불안정성을 심화시켜, 이라크 내의 반목과 폭력을 부추김으로써, 자이툰 부대의 젊은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열심히 파병했고 수년이 흘렀지만 실제 이라크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전무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내전 분위기는 더욱 심각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미 공조를 위한 올바른 선택임을 강조했다. 남의 나라 국민들이 전쟁에 죽어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한국은 점령에 동조함으로써 '국익'을 챙겨야 한다는 논리로 읽힐 수밖에 없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한반도의 평화는 중요하고 이라크의 학살과 전쟁은 괜찮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만약 상황이 반대라도 같은 말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다.
필요 할 때는 동맹, 피랍사태는 '외면' 당했던 경험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약속이냐 아니냐 만으로 모든 것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구두 약속은 사실상 '파병 연장안 처리'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 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가 '한미 동맹'을 강조하기에 앞서 미국의 요청에 의해 한국군을 파병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했던 한국인 피랍사태와 2명이 무고하게 희생된 사건을 상기할 수밖에 없다. 피랍사태 당시 미-아프가니스탄 정상회담 뿐만 아니라 미국은 포로교환 요구 거절, 테러집단과의 협상이 없다는 원칙들을 재확인하며 점령에 이어, 2명의 무고한 희생을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그리고 동시에 군사 작전은 계속진행 했다. 위기에 처한 국민들 조차 구해 낼 수 없는 동맹의 실체를 모두가 목격한 셈이다.
이소형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는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인가. 미국의 점령에 동참한 한국군 파병이 현지 민중들뿐만 아니라 오무전기 노동자들, 고 김선일, 아프란 피랍 사태 등 무고한 희생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평화인가"를 반문했다. 그리고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한미동맹이고, 파병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 발표로 자이툰 파병 연장 안이 쟁점이 됐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언제나 '한미 동맹'과 '국익'을 근거로 제시한다면, 미국이 점령, 완전 철군에 나서지 않는 이상, 미국의 허가를 득하지 않는 이상 한국군 철군 선언은 정부 수준에서는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답답하다", "이런 정부의 국민이라는 것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철군을 주장할수록 분통이 터 진다" 현재 국면에서 활동가들이 털어놓은 심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파병 연장'의 카드를 던졌다. 정치적 해석들이 난무하며 찬반의 편 가르기를 하지만 정작 계속된 '점령'으로 인한 현지 민중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심하다. 진정한 평화를 바라는 '자이툰 부대 철군'이 사회적으로 공론화 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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