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노동환경과 인권에 주목

[남북총리회담정리](3) - 박석진, "개성공단에서 인권은..."

개성공단 3통 문제 합의 획기적

남북총리회담은 2008년 안에 개성공단 2단계 건설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1단계 건설을 빠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필요한 측량.지질 조사를 금년 12월 중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예정된 수순이고, 주목할 부분은 3통 문제 합의 대목이다.

우선 올해 12월 11일부터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 수송이 시작된다. 이를 위해 판문점 임시 컨테이너 야적장과 화물작업장을 건설하고, 신호.통신.전력체계 및 철도 연결구간 마감공사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통행 시간도 대폭 확대됐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기업경쟁력의 걸림돌이 되어왔던 통행.통신.통관 3통 문제해결에 큰 진전을 이루었다"며 "개성공단 통행 허용시간이 아침 7시~밤 10시까지 종래 하루 9시간 허용되던 것이 15시간으로 대폭 확대되었다"고 밝혔다.

15시간 내 자유로운 출입이 되는 지 여부는 역시 군사적 보장 문제와 연관되는 문제다. 이재정 장관은 "출입 횟수에 제한 없이 편리하게 출입하는 문제는 앞으로 논의를 하겠지만 원칙에 대해서는 서로 받아들였다"고 말하고 "군사적 보장이 없으면 안 된다. 앞으로 군사회담에서 논의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또한 2008년부터 인터넷, 유.무선전화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한 1만회선 능력의 통신센터를 금년 내에 착공하고, 통관사업의 신속성과 과학성을 보장하기 위한 물자하차장 건설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재정 장관은 인터넷과 유.무선 전화에 대해 "다만 개성공단에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진행되게 될 여러 공단에까지 확대.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북의 투자 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자본 투자에 있어 통신과 통행(교통)은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며, 이번 총리회담에서 남측은 북에게 3통 문제 해결을 가장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은 이 문제를 국방장관회담으로 넘기자고 있으나 남측의 끈질긴 설득으로 합의를 했다는 후문이다.

남북총리회담의 합의 내용이 풍성하다고는 하나 흐름과 맥락으로 볼 때,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함께 3통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다. 남측 자본이 대북 진출을 하는 데 있어 상당한 호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소는 개성공단 2단계 개발에 25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중요한 것은 민간 자본의 대북 진출 규모에 있다. 자본의 진출 여부에 따라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의 성패가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박석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이정원 기자
박석진, "개성공단의 진정한 평화는 인권 보장 전제돼야"

한편 개성공단이 평화와 번영, 남북 화해를 앞당겨 줄 것이라는 호언에 대해 노동환경과 인권 문제를 들어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제기돼 눈길을 끈다. 박석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진정한 평화는 '군사적 위협이 사라진 상태'로서의 소극적 평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권보장을 통해서 비로소 평화가 실현될 수 있으며, 역으로 평화는 인권 실현의 전제이기도 하다"며 개성공단의 이면을 건드렸다.

박석진 활동가와 이야기 나눈 시점은 남북총리회담이 열리기 전.. 남북총리회담을 계기로 기사를 재정리했다.

박석진 활동가는 남북정상선언 이후 글을 하나 발표한 적 있다. '인권오름'에 '개성공단, 평화와 번영의 약속? 혹은 인권의 무덤?'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제목을 이렇게 뽑은 영감 같은 게 있었는지 물었다.

박석진 활동가는 "개성공단이 평화번영의 상징인 것처럼만 이야기된다. 그것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은 부재했다. 대북 관련 진보적인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도 개성공단을 이야기할 때는 평화에는 방점을 찍고 긍정적인 것을 부각하는데, 그 이면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라고 지적하자 "첨부터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기존의 워낙 강한 패러다임에 문제제기하는 형식의 글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결과적으로 공격적인 표현에 대해 나쁘지 않다며 내심을 살짝 드러냈다.

박석진 활동가는 세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본격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우선 그동안 남북 간 평화 문제에 있어 '평화경제론'의 긍정적인 측면만 봐왔던 경향이 있었고, 그것이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성과인냥, 남북관계의 커다란 진전인양 이야기해왔는데, 이 '평화경제론'이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와 줄 것인가 문제제기 하고 싶었다고 한다. '평화경제론'이 '‘평화'를 위한 남북의 경제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본의 대북 진출, 나아가 자본주의적 흡수통일을 위해 군사적 불안정 요소를 줄이고자 하는 자본주의적 평화사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읽기는 쉽지만 풀기는 어려운 문제다.

두 번째는 진보운동 안에서 남북경협과 개성공단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가 나오는데 약간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뭔가 단정과 결론을 내리기에는 근거가 부족해보인다 건데... 박석진 활동가는 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북 경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사회주의 역사에 대한 평가 일부일 수도 있겠고... 그런 부분을 명확히 하면서 단정해야 하므로 아직은 이르지 않는지를 짚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진보운동이 넘어서야 할 논쟁의 한 지점이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성공단에서의 노동환경이나 인권 침해 같은 문제는 지금 당장 대응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라고 되물었다.

박석진 활동가는 북 체제나 북 경제를 어떻게 보시는지...

"북을 둘러싼 역사적, 환경적 조건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 환경적으로 볼 때에는 북미 적대관계 속에서 미국이라는 거대 제국주의 국가, 제국의 군사적 위협과 경제봉쇄가 50년 이상 지속되어왔고, 이것이 북에 미친 요소는 컸다. 북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그런 상황에서는 국가 시스템 작동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남북 대치, 분단 상황이 계속되어왔고, 역사적인 것과 더불어 현실 사회주의권이 붕괴되면서 북은 고립감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말을 계속 이었다.

"인권의 시각에서 북 체제를 즉자적으로 보면 비판적인 요소가 많지만, 맥락으로 보면 북의 체제는 반작용의 요소가 강하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문제를 북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박석진 활동가는 북 인권을 이야기하면 자칫 빠져들기 쉬운 양비론을 경계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가들한테는 북 체제를 평가하면서 타자화 시켜서 평가하기 보다는, 사회주의 운동의 역사 속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북에 대한 비판은 대안과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을 평가해보자. 어찌되었든 사회주의 실험을 했던 사회주의 역사 속에서 북을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현재의 진보운동 스스로를 돌아보는 무게감과 책임감을 갖고 북을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북이 나쁘다, 배제, 뭐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의 대안은 뭐냐를 북에 대한 비판과 함께 찾아가야 되지 않겠느냐."

박석진 활동가는 북에서의 인권침해에 비판도 필요하지만, 좀 더 무게감 있는 비판이 되려면 타자화가 아니라, 큰 틀에서 진보운동의 맥락에서, 소련 비판이나 중국 비판과 비슷할 수도 있고... 우익들의 사회주의 비판 방식과 같은 게 되면 정말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박석진 활동가는 북 인권의 측면 뿐 아니라, 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접근했다.

개성공단은 남의 기업이 북의 노동력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의 자본주의적 기업경영.문화와 북의 사회주의적 노동환경.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노동자 인권침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 중에서도 노동자들의 자주적 조직의 부재(결사의 자유), 산업재해 등 노동자 안전, 환경영향 평가 미실시 등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현실 사안이라고 보았다.

우선 북 노동자의 자주적인 조직, 즉 노동조합의 결성에 대해 "노동자들의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할 자주적인 조직을 가질 수 있는가가 관심인데 당장 북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보장되어야 할 결사의 자유라는 인권의 측면"이라고 말하며 무게를 두었다.

  개성공단 그린닥터스 병원에서 한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박석진 활동가는 산업재해와 같은 노동자 안전 문제는 시급히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재 현황과 같은 객관적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데다, 산재 발생 시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노동규정>이나 <노동안전준칙>이 있지만, 산재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보상과 권리, 기업에 대한 산재 발생 이후의 구체적인 책임과 규제 등은 명시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 한다. 박석진 활동가는 더욱이 우려스러운 점으로, 북의 의료현실이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북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위급한 부상을 당할 경우 과연 충분한 치료가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졌다.

박석진 활동가는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문제에 대해 "67달러는 남측의 기업 이윤을 생각했을 때 낮은 임금" 이라고 말하고, "남측 기업은 북측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초과 이윤을 착취하고 있다" 는 점을 환기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진행되는 속에서 제3세계 곳곳에서 이와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북의 저임금 문제 역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제3세계 노동자들에 대한 초과 착취의 관점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는 것인데... 다만 이를 북 당국의 문제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북 당국의 문제만으로 몰아갈 경우 자본과 신자유주의의 문제는 간과해버리는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개성공단을 보는 인권의 관점에서 남북 양 기업과 정부에 요구할 내용들이 없겠냐고 물었다.

"정부가 보여주는 것 외에는 제한적이다. 노동 규정만 보더라도 추상적인 부분이 많다. 뭘 의미하는지 어떻게 집행되는지가 모니터링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공개도 안 되는 실정이다. 실제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운동을 고민하는 첫 출발점이겠다. 통일부에 질문을 하고 통일부의 답변에 의존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개성공단 노동권 투쟁 하면서도 부딪힐 문제일 텐데 기본적인 사실 관계와 정보 데이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공개 청구와 같은 걸 운동을 통해 압박하자는 주문이다. 좌파운동이 그동안 북을 건드리는 것을 주저하거나 꺼려했는데 개성공단은 남북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문제이므로 북에게 요구할 게 있는 것이고, 노동규정도 최고인민위원회가 결정하는 거니까 북을 상대로 우리 문제와 직접 연결되는 것을 제기한다거나.. 그런 걸 운동 과제로 삼는 것이 중요한 시점 아니겠는가 라는...

박석진 활동가는 현재의 남과 북을 넘어서는 진보의 상과 과정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논쟁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북 문제나 한반도 평화, 경협 문제에 있어 접근이 어려운 문제는 분명히 있지만, 개성공단 문제는 운동진영이 접근하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남과 북의 노동자들이 한 일터에서 부딪힐 기회도 훨씬 많아지게 될 테니까.

"남북의 문제, 북의 인권문제 그것이 남북을 가로지르는 한반도 인권문제라고 했을 때 꾸준히 관심 가져야 하지 않을까. 개성공단은 하나의 통로일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