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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세계에이즈의 날' 표어.. '리더십'
내일(12월 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에이즈의 날이다. 30일 보건복지부는 백범기념관에서 올해로 20회를 맞는 세계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유엔에이즈는(UNAIDS)는 올해 세계에이즈의 날의 표어를 '리더십(Leadership)'으로 정했다.
이 같은 표어는 에이즈에 대한 국가적 대응에서 사회 지도자들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표어로,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의미를 받아 이날 기념행사에서 에이즈예방사업에 헌신한 유공자 43명에게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그러나 같은 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HIV감염인/AIDS환자 당사자들이 모여 또 하나의 '리더'인 국회의원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보건의료단체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감염인·인권단체들로 구성된 'HIV/AIDS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예방법 대응 공동행동'(공동행동)은 3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후천성면역결필증예방법(에이즈예방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간 공동행동은 "감염인 인권보호가 최선의 에이즈 예방"이라며 "감시와 통제를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한 현행 에이즈예방법의 전면개정"을 촉구해왔다.
특히 이들은 에이즈 검사와 보고체계의 익명성 보장, 역학조사 및 강제검사 금지, 외국인 감염인에 대한 강제퇴거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개정안을 직접 만들어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을 통해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가 현애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자체 폐기해, '감염인 인권보장'이라는 공동행동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공동행동, "에이즈예방법 개정안, 감시와 격리 패러다임 여전"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공동행동은 "감염인의 인권을 보호하면 국가의 질병관리에 구멍이 뚫리는 것처럼 인식하는 감시와 격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감염인의 억압적 현실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익명 검사 및 관리'와 관련해 익명으로 검사한 사람에 한해서만 익명관리하도록 한 개정안 내용에 대해 공동행동은 "병의원에서 행해지게 되는 검사에 대해 익명관리의 원칙을 두지 않음으로써 보호받아야할 법익에서 중대한 차별을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감염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은 에이즈 감염에 관한 역학적 지식과는 관계가 없고, 병력정보에 대한 실명보고체계가 감염인을 공중보건체계의 외부로 벗어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실명관리는 에이즈 예방이라는 입법 목적에 역기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공동행동은 개정안의 강제검진 조항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라는 규정을 두었으나, 그 규정의 자의성과 불명확성으로 인한 남용의 위험성이 있다"며 "기본권 침해에 대해 법률로 규정하도록 한 입법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개정안은 배우자 및 성접촉자에게 감염인의 감염사실을 고지할 때 조건을 규정하지 않고 있으며, 군대와 수형시설과 같은 곳에서의 본인고지원칙을 예외로 인정함으로써 원칙을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도 지적했다.
이외에도 개정안은 그간 에이즈예방법의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되어온 '전파매개금지', '외국인 감염인에 대한 입국금지.강제퇴거' 등의 내용을 그대로 존속시켰다.
"복지위, 표 생각만 하며 에이즈예방법 개정안 통과시켜"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법조항이나 문구 하나를 수정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며 "한국사회에서 감염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회는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정훈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은 인권을 침해해서라도 에이즈를 예방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 같은 접근이 예방을 위해서도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은 이미 확인되었다"며 "검진을 받고, 치료받아야 할 대상은 오히려 국회"라고 꼬집었다.
윤가브리엘 나누리+ 대표는 "한국에서 감염인이 발생한 지 2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의 지도층인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에이즈를 공포와 낙인의 질병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 같은 인식 때문에 여전히 감염인들은 음지에 숨어서 살 수밖에 없다. 감염인의 한사람으로서 그런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변진옥 공동행동 활동가는 "에이즈는 사회적 차별이 만든 질병이기 때문에 감염인을 가둔다고 예방되는 것이 아니라는 여러 과학적 근거가 있고, 이는 유엔에서도 권고한 내용"이라며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사회정의가 아니라 선거 시기 표 생각만 하며 '국민 정서' 기대어 졸속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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