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개미 떼'의 풍경, 대선
'이합집산'(離合集散). "헤어졌다가 모였다가 하는 일, '뭉치고 흩어짐'으로 순화". 국립국어원이 발행한 국어대사전에는 이합집산의 뜻을 이렇게 적고 있다.
또 사전은 박영한의 소설 '인간의 새벽'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 "제각기 제 살 구멍을 찾아 이합집산을 서두르는 거대한 개미 떼와도 같이 이리저리 쏠리고 있었다"는 예문을 친절히 실어놓았다.
요즘 여의도의 풍경을 이 보다 잘 묘사한 표현이 있을까.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왜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통합'과 '연합' 그리고 '지지'라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대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대선 후보들은 그 누구라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러나 "가진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정치꾼들의 허망한 권력다툼 속에 장애인들의 삶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외침은 메아리가 없다.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27대 정책, "최소한의 생존권적 요구"
12월 3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장애인의 날'이다. 이날을 장애인 당사자들은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이라고 달리 부르기도 한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으로 구성된 범장애계대선공약실현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을 맞아 다시 한번 장애인들의 생존권적 요구를 각 대선 후보와 정치권에 촉구하고 나섰다.
공동행동은 3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17대 대선 범장애계 요구안 쟁취를 위한 전국투쟁결의대회'를 개최하고, 27대 정책요구안을 정치권이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이미 지난 달 27일 △생활 △환경 △참여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노동·소득 △주거 △의료 △법제도 △접근성 △시설 △여성 △자립생활 △교육 등 총 9개 영역에 걸쳐 27대 정책요구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세부 정책과제로 공동행동은 △장애인연금제도 도입 △장애인 주거수당 도입 △공공의료기관의 접근성 향상 △장애관련 사회복지지출 OECD평균인 GDP 2.5% 확보 △장애인차량 유류지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여성장애인 모성보호 및 양육 제도 마련 △중증장애인활동보조제도 개선 △장애학생의 완전한 교육기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이 같은 27대 정책요구안과 관련해 "지금 이 순간, 이 땅에서 살아가는 장애민중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생존권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제도정치 영역 장애인 권리는 없다"
공동행동은 이날 결의대회를 통해 "하루하루 생존에 허덕이고 있는 수많은 민중을 배제해버린 정치공간은 점점 더 보수화의 길로 추락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을 기층민중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만들고자하는 장애인계의 노력에도, 17대 대선은 각종 비리와 비상식적인 경쟁 구도로 얼룩진 가진 자들의 권력쟁탈전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도 보수정당들의 담합으로 인해, 중증장애인들의 생존권적 권리인 활동보조인서비스 예산은 국회에서 대폭 삭감 직전까지 가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며 "이는 장애인 대중의 권리가 소위 제도정치의 영역에서 얼마나 무시되며 배제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이어 "단지 대권 차지에만 눈이 먼 보수정치권의 시혜적 공약으로는 장애계의 절실한 생존권적 요구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며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범장애계는 하나의 목소리로 뭉쳐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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