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TV가 SK텔레콤에 인수돼도 끝나지 않는 싸움

[인터뷰] 윤세홍 하나로텔레콤노조 위원장

무선통신시장의 강자인 SK텔레콤이 유선통신 2위 업체인 하나로 텔레콤을 인수하기로 했다.

'정보통신부 승인' 이라는 조건이 있지만, 정부가 유무선 칸막이 규제를 철폐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이상,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소식은 사실상 KT와 KTF의 합병설, LG데이콤과 LG파워콤 간의 합병설과 연장된, '3파전' 통신시장 지각변동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IT강국이라는 자부심은 34조원에 이르는 통신시장의 육성, 기술의 발전과 이용자들 그리고 종사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뤄졌다.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외자 유치에 나섰던 하나로텔레콤 노동자들은 오히려 지난 5년간 외국 자본의 '먹튀'와 외국자본으로의 재매각을 막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왔다. 그리고 SK텔레콤 인수가 공식화되면서 다음 단계의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노동자들이 겪어온 과정은 이른바 'IMF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자본의 천국이 된 한국 사회에서 자본과, 정부고위 관료, 법무법인의 공조아래 수많은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되고, 강도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해도, 비정규직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응축해 보여준다. '악질 자본을 만난, 운 나쁜 노동자'들이 아니라 10년간 계속돼 온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의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외국자본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자본을 거부한다

  윤세홍 하나로텔레콤 노동조합 위원장/이정원 기자

하나로 텔레콤 종사자들은 2003년 소액주주 10만 명(26%)을 모아 외국자본 유치에 나섰다. 2003년 대주주가 된 AIG-뉴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은 2008년까지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협약서를 체결했고, 인력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조합과 합의 후 시행하기로 약속했다. 애초 10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각종 협약은 무용지물이었다. 2005년 일방적 인원감축을 진행, 200여 명(15%)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는 임금 동결, 기술직군도 영업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아야 하는 제도 도입, 한국적 정서에 잘 맞지 않는 인사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정규직 직원이 1,200여 명 밖에 안되는 회사에 임원만 50명에 육박, 이들에게는 최고 수십억 원이 넘는 시가의 스톡옵션을 줬다.

수천억 원의 매각 차익을 남기는 상황에서도 임금은 몇 년간 동결이었고, 지난해 합의한 1% 임금 인상분은 소급 적용조차 되지 않았다. 싸움 과정에서 노동조합 위원장은 해고됐고, 계속적인 구조조정으로 대주주와의 싸움은 불가피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하나로텔레콤을 운영해온 AIG-뉴브릿지캐피탈-TVG 컨소시엄은 시세차익을 노린 외국투기자본"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나로텔레콤이) 투기자본보다 SK텔레콤에 넘어가는 것이 그나마 낫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국내 자본이라 해도 외국인 주주가 60%에 이르는 SK가 국내 자본일까요. 국내 자본이냐 외국자본이냐라는 '자본의 국적' 구분보다는, 자본의 '형태'와 '행태'가 중요하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장기적인 발전을 계획하고, 노동자들과 함께 이런 기업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하나로텔레콤과 오버랩 되는 사업부문을 고려할 때 SK텔레콤이 다른 외국자본이나 다른 국내 자본보다 긍정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윤세홍 하나로텔레콤 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 노동조합, 노동자들이 직면한 과제를 설명한다. SK텔레콤에 인수된다 해도 노동조합은 대상이 바뀐,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싸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자본의, 노동조합+노동자들에 대한 '부정적이고 편협한 시각'

2003년 하나로텔레콤 노동자들이 소액주주운동에 나섰을 당시만 해도 하나로텔레콤 노동자들은 외국자본 유치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겪다 보니 답이 달라졌다. 이번 재매각 과정에서 하나로텔레콤 노동조합은 국회, 정부를 향해 "절대 외국자본에게 재 매각해서는 안 된다"며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다녔다.

  윤세홍 위원장은 5일 삭발과 천막 농성에 돌입하며, 임금 및 근로조건, 고용승계를 위한 상징적 투쟁을 시작한다./이정원 기자

윤세홍 위원장은 자본들의 고질적인 특징을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노사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부정적이고 편협한 시각'이 있다는 것. 특히 외국자본을 대행하며, 경영진의 수뇌부를 잡고 있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한국인)의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은 노조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한다.

인식차이도 상당하다. 단적인 예로 임금 협상하는 조합 간부들에게 '노동조합이 회사가 수익을 내는데 뭘 도와줬냐'는 시각으로 접근한다. 경영진이 과도하게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면서 강도 높은 노동강도와 구조조정을 요구하면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재생산이 가능한 내용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건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역할이기에,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주주가치 극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기본적인 이해가 통하지 않는다.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외국 자본들의 경우 그 경영진 구성에 따라 의사 결정 혼선의 문제, 국내 경영진에게 부여된 권한 여부에 따라 노사 관계의 폭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외국 자본의 가장 큰 특징은 회사의 모든 내용이 법적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노동조합과 대화나 협상, 협의를 할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법률적 자문이 없으면 회사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하나로텔레콤을 포함해 이런 외국자본들의 경우 김&장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다수이다. 그러니 외국자본의 폐해에 맞서 싸우는 단위들이 김&장 앞 규탄 집회에 더욱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수 이후 계속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3~5년 사이에 재매각을 시도한다. 그러니 노동조합의 경우 이런 경영진에 대응해 나설 수밖에 없다. IMF 10년 이후 한국 사회는 주주 가치가 극대화가 당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이는 다양한 형태로 반영됐다. 이에는 외국자본이냐, 국내 재벌이냐는 구분 차이도 불필요하다.

"(하나로텔레콤은) 국민 주주로 시작했던 회사입니다. 외자가 들어와서 노사관계가 원만해질 틈이 없었어요. 노사 간에 최소한의 융통의 틈이 없죠. 철저히 법적 테두리에 박혀 법률에서 시작해 법률적 절차를 밟아 끝나는 형태입니다. 노조 탄압도 방식도 마찬가지예요. AIG-뉴브릿지 대주주의 경우도 법률적 지원은 노동자 탄압 전문인 김&장이 맡아 왔습니다."

노동조합, 대주주의 세금 환원과 고용,임금,단협승계가 현재의 쟁점

윤세홍 위원장은 매각과 관련한 1차적인 싸움은 '성공적'으로 자평했다. 분사나 아웃소싱의 우려가 있지만 SK텔레콤은 탈세를 하거나, 단기간에 재매각해서 다른 나라나 다른 산업으로 이전해 갈 가능성이 낮은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조합은 5가지 요구안을 제출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매각되는 과정에서 하나로텔레콤 노동자들의 단협과 고용 승계, 인력 조정 시 노동조합과 합의, 외주화와 분사시 노동조합과 합의,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등이다. 고용안정 협약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년까지 시한이 있는 만큼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은 다음 단계의 싸움으로 노정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핵심은 통신,IT 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외주화이다. 하나로텔레콤이 SK텔레콤에 매각되지만, SK텔레콤의 네트웍스, 텔링스 등 비슷한 유형의 자회사로 분할될 수 있다. 현재의 하나로텔레콤이 외주화 되거나 아웃소싱 되는 구조라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암울하게 뿔뿔이 나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특히 SK텔레콤은 외주화 비율이 높다. 그러니 인수 결정이 반가우면서도 구체적인 불안감이 엄습하는 상황이다.

  윤세홍 하나로텔레콤 노조 위원장/이정원 기자

윤세홍 위원장은 "임금 및 근로조건, 고용승계와 외주화 분사 아웃소싱에 대한 답을 반드시 받아낼 것"임을 강조한다. 사전에 '전략적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을 받아 놔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외국자본 대주주와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이런 대주주의 탈세를 막는 사회적 싸움과 하나로텔레콤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한 새로 올 경영진과의 싸움이다.

현재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감내해 온 노동강도와 명예퇴직, 흑자 전환 과정에서도 임금 동결로 버텨온 하나로텔레콤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는 기본이다.

또한 AIG-뉴브릿지 컨소시엄 대주주에 환차익 포함 해 2003년 이후 5년간 실현 한 7천억의 차익에 대한 '세금' 납부를 촉구하고 있다. 이중과세 방지협약이 개정돼 세금을 내야 하지만 조세회피지역에 법인이 있는 각계 자본들의 경우 비집고 나갈, 탈세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금을 원천 징수해야 한다는 것이 일차적 요구이지만 국세청이 이를 실현할 수 없다면, 뉴브릿지캐피탈이 제일은행 매각 당시 내놓은 200억 원의 사회 환원기금 처럼, '사회 환원기금'을 출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면전환을 맞고 있는 하나로텔레콤 노동조합은 현재 선거가 진행 중이다. 현 집행부는 06년 노동조합의 재신임 논의가 있을 만큼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해고자 신분인 현 위원장은 노사 합의문의 법적 시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조 선거 출마도 고사했다. 해고자인 현 위원장과 선거 이후 새롭게 구성될 노동조합은 손잡고 이런 싸움을 만들어 가야 할 상황이다.

오늘(5일) 여의도 하나로텔레콤 본사 앞에는 천막이 설치될 예정이다. 하나로텔레콤 노조는 5일 천막 농성에 돌입하고 6일 대의원 대회를 통해 향후 구체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노동조합의 임단투 쟁의행위는 계속될 예정이다.

하나로텔레콤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이어 온 자본에 대한 투쟁은, 이제 그 분명해진 대상을 향한 새로운 싸움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매각 과정 공개와 고용안정 확약 촉구

하나로텔레콤 노동조합은 4일 성명을 통해 '매각 과정 공개'와 '고용안정 확약'을 촉구했다.

노동조합은 외국자본의 대주주 하에서 △정규직 직원이 1,200여 명인 회사에서 임원만 50명으로, 이들은 수십 억원이 넘는 시가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눈에 보이는 회선 실적을 늘리기 위해 영업 현장에서는 해지 가입자를 제때에 해지 처리하지 않았다 △가입자의 정보를 불법적으로 이용해 부가서비스 매출을 늘리는 등 무리한 불법/탈법 영업이 횡행해 왔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인력감축 등 각종 구조조정에 대한 결과로 수천억의 거대한 매각차익이 발생한 것"임을 강조하며 "(AIG-뉴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대주주는) 즉각 매각차익에 대한 정당한 과세와 사회환원 및 직원들의 고용보장에 대한 확약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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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텔레콤 , 기간산업 , 통신산업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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