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아주 수준 낮은 사기”

울산시민단체협의회, 경부운하 예정지 답사

  창녕군 낙동강변에서 경부운하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반도 대운하 계획 백지화를 요구하는 첫 걸음을 내딛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울산시민연대, 울산YWCA, 울산YMCA, 참교육학부모회울산지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박이현숙, 이은주 울산시의원 등은 21일 ‘국토파괴 경부운하 시민검증 답사’를 다녀왔다.

일행은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사문진갑문 건설 예정지와 창녕 우포늪, 곽재우 장군이 말년을 보냈던 망우정,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남지 장암갑문 예정지를 둘러봤다.

현장 안내를 맡은 최상철 창원YMCA 이사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한마디로 “아주 수준 낮은 사기”라고 일축했다.

최상철 이사는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공사에 들어갈 16조3000억원 가운데 8억3000만원을 강 바닥과 주변에 있는 모래와 골재 등 8억㎥를 파내서 충당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모래가 그렇게 나올 리도 없고, 정기적으로 교체되는 천연정수기 역할을 하는 골재를 짧은 기간동안 그렇게 엄청나게 채취해버리면 강에 생명을 의지하는 모든 존재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오랫동안 자연 퇴적된 골재는 후세에 물려줄 연속성 유산이고, 해마다 반복해서 퇴적되는 골재를 일부 파내 지방자치단체 수입으로 귀속시키고 있는데, 한반도 대운하는 마치 자연이 준 무한 연금을 중도해지해서 원금을 통째로 거덜내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1일 오전 9시30분 울산시청 앞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울산시민단체협의회 회원들

  낙동강(왼쪽)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곳. 이곳에 사문진갑문이 설치될 예정이다. 대구 화원유원지에서 바라본 모습

  위성사진으로 본 사문진갑문 예정지 일대

  현장 안내를 맡은 최상철 창원YMCA 이사가 경부운하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운하를 파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유럽의 운하를 아무리 봐도 운하 운송으로 그나마 경제성이 있는 게 석탄, 철강, 모래, 곡식 같은 것들인데 우리나라에서 석탄이나 철강을 원료로 쓰는 공장들은 거의 대부분 해안에 있다. 운하를 파서 이런 연료들을 운송할 필요가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반도체 같은 상품들을 컨테이너에 실어 운송하겠다는데 부산에서 서울까지 정부 주장대로 하더라도 24시간, 실제로는 48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경부운하로는 경제성이 없다.”

최상철 이사는 또 “운하 운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강과 낙동강 지역 교량 대부분을 교체하거나 보수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교량 교체 공사가 벌어질 경우 교통대란이 발생할 수 있고 엄청난 추가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에서 준비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사에 들어갈 비용으로 예상하고 있는 16조3000억원보다 훨씬 더 많은 추가 건설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본류와 지천제방 증고 및 배수설비에 약 4조8천웍원, 토지보상비 약 8000억원, 암반층 굴착공사비 약 3조원, 기존 교량 교체비 약 8조원, 취수원 양평 이전 비용 최소 1조7000억원, 한강과 낙동강 부족수량 강변여과수 전환시 최소 9조원, 하천환경 개선 10조원 등 41조3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돼 총공사비는 정부 예상보다 3.5배 늘어난 57조6000억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에도 당초 5조7000억원에서 3.5배 늘어난 20조원의 공사비가 들었다는 것.

경부운하는 창녕 우포늪 등 배후습지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량한 문화해설사는 “낙동강 바닥을 파내 운하를 만들면 지하수위가 낮아져 인근 습지와 지천이 말라버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지금 있는 제방을 더 높이지 않는 한 높아진 홍수위 때문에 범람과 침수가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유역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적들도 운하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김량한 문화해설사는 “낙동강 주변에 엄청난 문화유적들이 분포해 있는데 이 유적들을 조사할 전문기관 종사자 수는 전국에 2000명도 안된다”며 “문화재 조사에만 수천억원의 예산이 들어가고 조사 기간만도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운하 건설에 따른 낙동강의 수질 오염도 심각한 문제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물금 낙동강 하구언 건설로 물 흐름이 최소 5.6배 정체돼 수질이 43.2%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9개 갑문과 16개 보를 설치할 경부운하의 경우 물 흐름은 최소 10배 가까이 정체될 것이고 낙동강의 수질은 그만큼 더 악화될 것이다.

이날 답사에 참가했던 시민단체 회원들은 “갈수기 울산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낙동강의 수질 오염은 울산시민들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번 탐사를 계기로 한반도 대운하 추진 계획을 백지화하기 위한 시민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이종호 기자)


  창녕군 망우정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김량한 문화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경부운하 전체 노선도(자료=한반도대운하 연구회, 2007)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남지 장암갑문 예정지

  우포늪 인근 낙동강과 황강이 합류하는 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