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41석에서 81석으로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일 "언론에서 분류한 경합지역의 절반을 우리가 이긴다 해도 전체 의석은 비례대표까지 합쳐 80석 안팎 밖에 안 될 상황이다"이라며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선거 막판 "(한나라당에)우호적 정당을 모두 합치면 200석 넘을 것"이라고 이번 선거 결과를 예측한 바 있다. 다분히 '엄살'성 발언이라고 보였던 손 대표와 유 대변인의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됐다.
두 사람은 선견지명이 있었지만, 대세를 돌리지는 못했다. 손 대표는 선거 하루 전날인 8일 "이런 말 쓰기 싫지만 실제로 일당독재의 위기가 올 수 있다. 국회까지 3분의 2이상 차지하게 되면 정권연장 영구집권 획책하는 음모가 진행되지 않으리라는 법 없다"며 "민주주의 위기 닥칠지도 모른다. 국민들께서 막아주어야한다"고 호소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당초 민주당은 개헌저지선인 100석 확보를 지상과제로 설정했지만, 결과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81석으로 나왔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과거 열린우리당이 얻은 의석수는 총 152석이다. 한편, 현재 원내 1당인 민주당의 의석수는 141석이다.
대선은 BBK, 총선은 反대운하
선거 기간 내내 각종 여론조사 지표로도 한나라당의 대승은 이미 예견되어 왔다. '강부자 내각'으로 불린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인사파동, 당내 계파 갈등 그리고 선거 기간 돈 선거 파문 등 정부와 여당에는 잇따른 악재가 덮쳤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 해 대선에서 민주당이 BBK를 중심 화두로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면, 이번에는 '反대운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은 간단명료했다. 총선 공약에서 대운하 정책을 빼버리는 것으로 쟁점을 탈각시켰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집요한 공격으로 대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은 높아졌지만,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변수가 되기에는 이슈로서의 파괴력이 부족했다.
오히려 '反대운하'는 민주당 참패의 또 다른 패착으로 지적된다. 민주당은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자신들이 얼마나 '능력' 있는지를 보여주기보다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독재가 온다'는 식이었다. 이미 그 효용성을 다한 예의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고, 민심은 돌린 등을 다시금 돌리지 않았다.
사회구성원들의 삶에 직결되는 민생 정책들로 한나라당에 맞대응하기보다 유류세와 통신요금 인하 등의 반짝 선심성 정책들로 '한나라당 따라하기'에 열을 올렸다. 선거 막판에는 지난 2004년 총선 때의 탄핵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관련 문제를 물고 늘어졌으나, 이 마저도 반전의 모멘텀은 되지 못했다.
反대운하 이외에 민주당만의 브랜드 있었나?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회창 전 총재, 이번 총선에서는 친박연대 탄생이라는 세포분열을 겪어야만 했다.
반면, 대선 참패이후 위기감에 휩싸인 구 민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일찌감치 합당해 단일대오로 총선에 임했다. 이쪽은 뭉치고, 상대는 흩어지는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었으나 판세는 흔들리지 않았다. 합당 과정에서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표를 쫓아 이합집산하는 것 이상의 어떤 감동도 선사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후보 공천과정에서 이른바 '공천특검'으로 불렸던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 효과를 보는 듯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당내의 반발로 그 빛을 바랬다. 민주당 공천 심사에서 배제된 11명 중 6명은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 후보로 출마했다. 민주당에서 사무총장까지 지낸 신계륜 후보는 공천 심사에서 탈락하고, 서울 성북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한나라당에 맞서 합당을 하고, 공천 특검의 칼날이 반짝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두 번의 반짝 쇼만으로는 정치에 등을 돌린 지지자들을 모아내기란 역부족이었다.
스스로는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세력이기를 자처했지만, 민주당은 유권자들에게 '대운하' 이외에 자신들이 한나라당과 무엇이 다른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내지 못했다. 대선에서 그랬듯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 한나라당과의 차별성 혹은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한 게 이번 총선에서도 가장 큰 패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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