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안 사먹으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사실 국민들은 “수입을 하지 않으면 그만”인 미국산 쇠고기를 굳이 국민들에게 먹으라고 하는 정부를 이해하기가 더 어렵다. 사실 간단한 문제이지 않는가? 그냥 “싫다”, “수입 않겠다”하면 그만인 것을.
"한미FTA, 미국산 쇠고기 빼고는 안팔아요"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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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정부의 논리를 따라가 보자면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세계 최고의 미국이라는 시장”을 얻기 위해서는 한미FTA를 체결해야 하며, 한미FTA를 위해서는 미국 측에서 요구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반드시 수입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한미FTA 체결에 목을 매달고 있는 정부로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피할 길이 없었다.
이런 사실은 이후에 폭로된 2005년 9월 2일 열린 참여정부의 대외경제장관 회의 문서에 “쇠고기. 스크린 쿼터는 완전해결, 자동차.의약품은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경우 한미FTA에 대한 의회 및 업계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에이미 잭슨 USTR(미 무역대표부) 한국 담당 부대표보의 말을 인용한 것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럼 국민들은 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세계화 시대이기 때문에, 또 ‘거스를 수 없이’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과연 정말 그럴까?
<세계화의 가면을 벗겨라>의 필자들은 세계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미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페트라스와 헨리 벨트 마이어는 1990년 대 초 OECD 가업 이후 한국 사회에 지배적인 담론이었던 ‘세계화’는 ‘전 지구적 잠꼬대(globalony)’에 불과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세계화’의 가면을 벗기면 “신자유주의적 관행의 도입을 정당화”했던 “21세기 제국주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쓰고 있다.
세계화을 가면을 벗기면...
저자들은 남미가 그 동안 ‘인간의 모습을 한 세계화’를 통해서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풍부한 경험과 분석에서 밝히고 있다. 민영화로 인한 공적 소유의 위기와 세계화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준다. 아울러 미국이 새로운 식민지를 구축하기 위해 마약 자본주의와 우익 전략들을 어떻게 구사했는지, 다국적 기업들의 확장과정에서 계급관계나 계급투쟁과 분리시키기 위해서 NGO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 분석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는 광우병이라든가, 미국산 쇠고기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중간 중간 나오는 각종 도표와 익숙지 않는 말들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저자들이 “이 책은 지배계급에서 다수의 비정부기구NGO, 개량주의 정당과 진보적 지식인들 사이에 퍼져있는 해악적 이데올로기를 폭로하기 위해 썼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다소 논쟁적이고, 진보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계화 논쟁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술렁술렁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차근차근 읽어가다 보면 미국산 쇠고기 포장지 뒤에 숨겨진 진실, 즉 미국산 쇠고기 뒤에 숨겨진 21세기 제국주의의 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이 ‘거스를 수 없는 세계화’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세계화의 역사적.구조적 한계와 거기에 깔려있는 계급 이데올로기를 이해함으로써 세계화의 폭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목숨을 내놓고 광우병 위험의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폭정”의 현실에 맞서 싸우고, 그 본질에 접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내심’을 겸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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