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서울공항 인근 '부시 반대 집회' 허용해야"

인권위, 성남수정경찰서장에게 '집회 허용' 긴급구제조치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 반대 집회 자체를 불허한 경찰에 대해 집회 개최를 허용하라며 긴급구제조치를 권고했다.

인권위 "집회예정일 하루 앞두고 금지 통고, 위법하다"

인권위에 따르면, 시민 박 모 씨는 5일 부시 대통령 방한에 맞춰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 인근 인도에서 집회를 개최하기 위해 7월 31일과 지난 2일 두 차례에 걸쳐 성남수정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했다. 그러나 성남수정경찰서 측은 집회 개최 예정일을 하루 앞둔 어제(4일) '시설보호 요청이 들어왔고, 박 씨가 불법 시위 전력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금지 통고를 했다.

박 씨는 경찰이 집회를 불허하자 즉각 인권위에 긴급구제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이날 "집회 개최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금지 통고를 한 것은 집회 신고자가 이의신청을 통한 재결처분을 통해 권리 구제를 받을 가능성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성남수정경찰서장에게 집회 허용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정부 측의 '시설보호 요청'을 금지 통고 사유로 들고 있는 데 대해 "집회가 신고 된 장소가 집시법 시행령에 규정된 군사시설 주변지역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집회로 인해 군사 시설이나 군 작전의 수행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인권위는 성남수정경찰서가 집회 신고를 한 박 모 씨의 과거 전력을 문제 삼고 있는 데 대해서도 "과거의 불법집회시위 전력만을 이유로 판단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성남수정경찰서 측은 앞서 금지 통고 사유와 관련해 "박 씨의 불법 시위 전력이 집시법상 불허 사유인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의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박 씨가 신고한 집회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인정할 추가 근거가 없어 집회 금지 통보 사유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공항, 미 고위인사 방한 때마다 집회 여러차례 열려

한편, 서울공항 인근에서 집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국의 고위 인사들은 방한 때마다 주로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해왔다. 2003년에는 라이스 장관이 백악관 안보보좌관 자격으로, 2004년에는 럼스펠드 전 장관이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바 있다.

이들의 방문 때마다 '이라크 파병 중단' 등을 이슈로 서울공항 인근에서는 1인 시위 등이 개최됐지만, 경찰의 우려와 같이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협'이 발생한 적이 없다. 때문에 경찰이 '갑호비상령'을 내리고, 시민단체들의 반대집회 자체를 불허하는 등의 대응에 대해 '부시 대통령 방한을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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