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리다 법안 "멕시코 군사화 부추긴다"

'플랜 멕시코' 실패한 '플랜 콜롬비아' 전철 밟나

지난 6월 27일 미 의회는 멕시코 정부에 마약범죄단속 지원 명목으로 4억 달러 상당의 각종 군사 장비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으로 마약단속보다는 멕시코 사회를 군사화시키고, 멕시코 군과 사설 경비업체에게는 이익을 안겨주는 반면, 인권상황은 더 열악해 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메리다 법안' 또는 '플랜 멕시코'

일명 '메리다 법안'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2007년 3월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메리다를 방문하면서 칼데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것으로, 마약밀매 조직과의 전쟁에서 14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메리다 법안'은 '플랜 멕시코'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콜롬비아의 마약범죄와의 전쟁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었지만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 '플랜 콜롬비아'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플랜 콜롬비아는 마약범죄와의 전쟁보다는, 지역내 군사화를 강화하고 반정부 세력을 탄압하는 데 이용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1일 미국의 진보언론인 <디모크라시 나우>는 <알 자지라>에서 이 문제를 직접 취재한 아비 루이스와, '플랜 멕시코 보고서'를 발표한 전문가인 로라 칼슨, 존 길버와의 좌담을 통해 이 문제를 심층 조명했다.

"단순한 마약퇴치 프로그램 아닌, 지역적 보안계획"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국경지역의 군사화와 이민통제에 대한 문제다.

플랜 멕시코를 통해 멕시코 정부에 제공되는 장비에는 8대의 벨 헬리콥터와 국경감시를 위한 IT시스템 및 컴퓨터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장비들은 국경지역을 감시.통제하는데 이용될 예정이다.아비 루이스는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멕시코 시민들과 멕시코를 통해 미국을 향하는 중남미 인들을 추적하려는 목적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플랜 멕시코 보고서'를 낸 로라 칼슨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로라 칼슨은 "2005년 3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가 안보번영파트너쉽(SPP)로 확장되었는데, 자유무역협정이 안보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로라 칼슨은 '플랜 멕시코'를 통해 멕시코의 안보 우선권에 미국의 요구가 개입 된다며, "단순한 마약퇴치 프로그램이 아니라, 반마약, 반테러, 국경보안을 포괄하는 지역적 보안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왜 하필 석유 산업 사유화 시점에?

토론자들은 멕시코에서 석유 산업 사유화가 논의되는 시점에 플랜 멕시코가 도입된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졌다.

현재 멕시코에서는 에너지 개혁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에너지 개혁법안이 통과되면 멕시코 국영석유회사인 페멕스의 41개 부문 중 정유, 운송, 파이프라인 소유 등 37개 부문이 사유화된다. 1983년 국유화 된 후 현재 석유 산업은 헌법에서 외국인 또는 민간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롤라칼슨은 "석유 산업이 사유화되는 시점에서 통과된 것은 켤코 우연이 아니"라며, "길에 무장한 사람들이 등장하면, 천연자원을 둘러싼 사회적 봉기 등이 제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 경찰 고문 훈련 영상, '어떤 훈련' 원조인가도 의문

'메리다 법안' 또는 '플랜 멕시코'에서 명시하고 있는 '훈련' 원조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로라 칼슨은 "의혹의 또 다른 측면은 이 돈이 사설 경비 업체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조지부시 미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지 하루 만에 멕시코 경찰이 고문훈련을 받고 있는 영상이 공개된 사실을 인용했다.

이 영상에 나온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은 멕시코 경찰을 쿠토물에 끌어넣고, 코에 물을 넣는 고문훈련을 해 멕시코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에 이 훈련을 담당한 업체는'리스크'라는 이름의 미국 마이애미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 사설 경비업체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특히 애초 미국 정부에서 제기했던 원조자금의 감독 문제를 미국 측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한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된 만큼, 멕시코 정부의 원조 금액 사용에 대한 재량권도 커져있는 상황에서 미 정부의 자금지원이 인권탄압과 반정부 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로라 칼슨은 와하카, 치아파스, 아텐코 등에서 고문이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플랜 멕시코는 이런 사회운동가들에 대한 고문을 지속.확대 시킬 것이고, 멕시코 군과 민간경비업체들만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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