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문제점 다 드러난 한미FTA 신금융서비스

한미FTA, 금융위기 주범 파생상품 팔자는 것

한미FTA는 협상이 타결되기 전부터 민중운동 진영과 수많은 경제학자가 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금융위기가 미국과 한국, 그리고 전 세계에 폭풍처럼 몰아치는 상황에서 한미FTA는 어떤 의미이고 금융위기와 어떻게 결합하여 문제가 나타날 것인가?

이런 문제를 가지고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17일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제목은 ‘금융위기와 한미FTA의 문제점’이다. 토론회 결과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한미FTA는 더욱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야 말로 ‘한미FTA 폐기’를 공론화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지적이 많았다.


주 발제에 나선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한미FTA의 연관성을 진단했다.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시작했으며, 그것이 각종 파생상품을 통해 위험한 채권을 분산시키는 금융기법으로 이어진 것이 원인이라 했다. 또한 이렇게 위험한 채권들을 팔 수 있는 곳이 투자은행인데 이번 금융위기에 미국의 1-5위 투자은행이 다 무너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미FTA와 미국발 금융위기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정태인 성공회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금융위기는 한미 FTA가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다 보여줬다”면서 “한미FTA는 금융 분야에서 가장 문제 됐던 신금융서비스를 하자는 건데 바로 파생상품을 팔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이번에 일어난 펀드 불안전 판매에 대해 보상하라는 것이 바로 그 파생상품을 판매한 것”이라면서 “은행창구에서 설명하는 사람이 굉장히 복잡한 파생상품을 잘 몰랐고, 그냥 미국 재무성 증권 금리 플러스 1-2%를 더 보장한다고 하니까 예금보다 좋은 거 같아 사람들은 산 것이다. 이게 앞으로 일어날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태인 교수는 또 “이동걸 전 금감위 부위원장이 한 얘기가 ‘한국의 모든 금융기관은 미국 (금융)상품의 단순한 판매 창구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게 이번에 실증된 것”이라고 소개하고 “키코(Knock in Knock out/ 통화옵션파생상품)도 우리나라 은행이 만든 게 아니라 외국 것을 판매 대행 한 것이고, 불안정한 펀드도 그렇다”고 밝혔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미국의 금융당국도 미국 파생상품이 너무 빨리 변해서 규제를 못하는데 한국 금융당국이나 금융기관이 그 리스크를 조종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최형익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도 “이미 투자, 금융서비스 부문에 대한 미국의 이익은 FTA 문서에 미국 월스트리트의 이해를 무제한으로 관철시키는 형태로 구체화 되었다”고 설명했다. 최형익 교수는 “참여정부의 금융허브론, 신성장동력론은 한국을 월스트리트 지부쯤으로 만들어 금융 중개 수수료로 연명하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한진 사무금융연맹 정책국장도 “한미FTA 서비스 협상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없는 금융상품 및 금융서비스인 신금융서비스가 수용 되었다”고 지적하고 “한미FTA가 양국에서 비준되는 순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하여 금융위기를 증폭시킨 주범으로 알려진 신용구조화증권이나 신용파생상품과 같은 새로운 금융상품은 물론이고 이러한 상품을 만들어 금융시장에 내다 파는 악질적이고 사기적인 금융서비스 행태가 국내 금융시장을 마음껏 유린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미FTA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 했다.

박하순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장은 “현재 구조적 위기 상황에서 비교열위의 산업에서 발생하는 실업자들이 비교우위 산업에서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직접투자 역시 주식투자와 다를 바 없는 자본계정에서의 금융투기일 뿐 실물투자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라고 설명하고 “구조적 위기가 지속할 상황에서 한미FTA는 실업증대와 금융투기만을 활성화 할 것이며, 농업부문에서 발생한 실업이 전반적 실업과 비정규직 확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하순 운영위원장은 또한 “성장정체, 관세철폐, 지적재산권 강화로 인해 정부세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피해계층 보상도 충분히 이뤄질리 만무하다”고 경고했다.

금융위기 부른 파생상품 판매 가능케 할 한미FTA와 자본시장통합법

전 세계적으로 몰아친 금융위기는 한미FTA의 파괴적 성격을 실제 경험해 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FTA가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작년 7월 4일 국회에서 통과되어 2009년 2월 시행을 앞둔 자본시장통합법이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해 “한국이 자본시장통합법을 통과시켜 한국판 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라면서 “자통법은 보험,증권 회사가 지급 결제기능을 갖도록 하는 것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등이 투자은행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파생상품을 다룰 수 있는 여건을 미국을 따라 갖추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한진 정책실장도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상품이 범위를 기존의 열거주의 방식에서 포괄주의(네거티브)방식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FTA에서 규정한 신금융서비스의 요건이 사문화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미FTA를 통해 추가로 개방할 금융 상품이 거의 없다고 선전해온 정부의 말과 달리 상업적 주재를 전제로 하는 모든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로 개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이한진 정책실장은 “한미FTA 체결 이후에서야 신금융서비스 개방의 문제를 국책 금융연구소도 적극 제기하고 있다”면서 “자본시장통합법 통과로 금융상품포괄주의가 도입되면 미국 금융기관의 다양한 투자 상품들이 국내에 판매될 수 있다”고 금융연구소의 지적을 소개했다. 이한진 실장은 “신금융서비스의 대상인 각종 금융상품과 관련하여, 금융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금융상품을 개발해 본 경험조차 거의 없는데다가 이를 설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물론 관리감독할 기초 인프라도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집중하든 안하든 지금 한미FTA 폐기 공론화 적기

한미FTA는 금융위기를 더욱 가속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한미FTA가 한미 관계에서 어떻게 추진될지를 두고 약간의 입장차를 보이기도 했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먼저 오바마가 집권할 미국의 금융위기 대응방식에 대해 “오바마의 대외인식이 미국의 재정 적자를 아시아 무역흑자로 메우는 것을 안보문제로 본다”고 설명하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많은 것에 대해 중국이나 한국이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FTA의 공정무역 개념과 똑같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무역적자가 많이 나는 것은 상대국가가 공정무역을 안 하고 있으므로 더 좋은 노동기준과 환경기준을 상대국가가 받아들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태인 교수는 “오바마는 공정무역 개념에서 확실히 얘기한 것은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을 개정이며 미국의 FTA의 성과를 모아서 새로운 표본을 만든 후 다른 나라와의 FTA를 비준할지 개정할지 결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 1년이나 2년 내에 한미 FTA 비준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태인 교수는 또 “당장 재협상이고 뭐고 나오지는 않겠지만, 대신 미국은 한미 FTA와 관계없이 당장 자동차 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명시적으로 협정이나 이면합의 같은 것들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미·일 반도체협정처럼 한국 자동차 시장의 10%를 채워라 라는 식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장처럼 한미 FTA를 재협상할 것이 아니라, 2년 동안 철저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기본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지만 오바마 당선이후 미국의 법과 제도가 바뀌는 것에 비추어 한미FTA를 하나하나 뜯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거의 모든 분야를 뜯어보면 잘못된 것이 전부 드러날 것”이라며 “2년 동안 용어 하나하나까지 다 뜯어봐야 한다”고 전술적인 방식을 밝히기도 했다.

최형익 교수도 “미국 내적으로 디플레가 발생하여 경제공황 상태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이 총동원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한미FTA는 시야에 들어올 여유조차 없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또 “국외적으로 기축통화로서의 미 달러화의 지위 상실, 전 세계 수준의 경제 불황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현재 조건에서 국제적 수준의 금융통화, 통상무역체제의 재편과 리모델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헤게모니적 지위가 관철되는 조건에서나 유지 가능했던 공격적 자유무역 전략은 재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형익 교수는 “한미FTA는 존속유지가 대단히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한미FTA 협정 자체의 원천 무효를 실현하기 위해 민중운동, 시민사회진영이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 무엇일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교수는 또 “민주당은 협정 체결의 원죄가 있어 적극 반대가 어려운 처지지만 ‘내가 이전에 정말 나쁜놈이었다’라는 고해성사를 하고 FTA 무효를 선언한다면 그게 민주당이 살 길”이라고 충고했다.

이한진 국장은 오히려 어느 순간에 비준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이 실장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MB 정부까지 한미FTA 추동 세력은 정치관료 들이었다”라고 지적하고 “그들은 한국이 제조업으로 먹고 살기 힘들고, 금융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그런 생각이 노무현 정부의 생각을 바꿨고, 이명박은 그 생각과 딱 맞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한진 국장은 이어 “FTA는 미국의 이익과 부합되는 측면이 많기 때문에 미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위기상황이 나타난 이 국면에서 폐기를 못 시키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주장했다.

박하순 운영위원장도 “현재 금융, 경제위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기가 옳지만, 선뜻 대안적인 경제 질서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 지배세력이 쉽사리 한미FTA를 폐기 할 것 같지 않고 변형해서 계속 추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하순 운영위원장은 “현재 위기를 무마하고 극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아주 급한 불을 끈 다음이나 혹은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마당에는 한미FTA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한미FTA의 문제점과 폐기의 필요성을 알려내는데 금융위기 국면에서 더욱 적기라는 의견들이 나온 가운데 이후 진보적인 대안에 대해서도 언급되었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토론과정에서 상황이 이러한대도 운동이 지지부진한 것은 미국이나 마찬가지로 물질생활이 자본에 포섭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정규직 노동자를 만나보면 대부분 주식에 빠져 있는 이런 생활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금융위기로 인해 자신의 삶을 얼마나 뒤흔들지 체험하고, 부동산과 같은 투기에 빠져 있는 삶에서 부터 빠져 나오면서 대안을 요구할 것”이라며 “진보적 가치들이 대안이 되는 것을 설명할 좋은 기회이며 3년 내에 진보세력의 집권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하순 운영위원장은 “미국주도 세계자본주의의 특징이 미국을 한축으로 하고, 세계자본이 전부 미국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그런 초국가적, 초민족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붕괴한다면 세계의 다른 나라도 붕괴한다”고 주장하고 “현재 FTA뿐만 아니라 (다른 체제로의)이행문제를 사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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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이정환씨랑 김규항씨가 좌파의 주식투자에 대해서 코멘트 하신 것들이 있군요.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1259.html 하고 http://gyuhang.net/1302 입니다. 우리안에 너무 많이 들어와있는 금융증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