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부지는 미연방항공청(FAA) 규정상 항공기의 ‘계기비행 접근보호구역’에 포함돼 203m를 넘는 높이의 건물을 지을 경우 자칫 불의의 사고가 날 수 있다”
공군은 지난 2006년 2월 20일 롯데그룹의 제2롯데월드 건설 계획발표에 이어 기자회견을 했다. 911 같은 사고가 한국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공군의 경고였다. 당시 공군은 조종사 133명 중 75%가, 군 관제사 34명 중 85%가 충돌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통계결과까지 내놨다.
이랬던 공군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꿨다. 국방부도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12월 롯데물산이 “비행안전 관련 조치를 위한 제반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남 서울공항을 책임지는 박연석 공군 제15혼성비행단장은 3일 오후에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공청회에서 “사실상 14년간 존재해 온 공군과 롯데간 이견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동편활주로를 3도만 옮기면 된다'고 했다. 김광우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은 공청회에서 “동편활주로만 약 3도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지상 항행안전시설과 항공기 장비를 보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비용을 롯데그룹이 부담키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거다. 왜 롯데그룹은 14년 전에, 공군이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혔던 3년 여 전에는 이 비용을 댈 수 없었던 것일까.
항공 공학박사의 명예를 건 발언
항공공학박사인 조진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공청회 자리에서 제2롯데월드 입체 모형를 갖고 나와 가상실험을 보였다. 400분의 1 모형이었다. 그리고 400분의 1로 축소한 비행기를 손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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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롯데월드 조감도 |
“미국의 국립교통안전국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항공기 사고는 대부분 이착륙 때 생기고 상승하강 운행 때 발생한다. 지금까지 사고 사례를 보면 항공법이라든지 이착륙 절차에 따른 사고는 한 번도 없다. 사고는 대부분 항로 이탈때 발생한다. 제2롯데월드가 건설될 시 사고사례를 말하겠다. 특히 북쪽에서 착륙할 시 제2롯데월드가 555m 높이인데, 약 280m 높이로 비행기가 지나간다. 착륙 시 만약 기체가 이상이 생겨서 제2롯데월드로 돌진할 경우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7초에서 34초 밖에 여유가 없다. 이륙 시에도 만약 문제가 생겨 비행기체가 제2롯데월드 방향으로 가면 조종사가 대처할 시간은 20초 내지 40초 밖에 안 된다. 한국은 측풍에 약하다. 측풍의 영향으로 인한 5~10도의 항공기 항로이탈은 빈번히 생긴다. 이에 3도의 활주로 각도 변경은 무의미하다.”
영화가 아니다. 슈퍼맨은 건물이 나타나면 1초도 안돼 항로를 바꿔 건물을 타고 세로로 올라갈 수 있지만 비행기 조종사는 슈퍼맨이 아니라 최대 40초 안에 항로를 바꿔 건물을 세로로 타고 올라갈 수 없다. 충돌할 수밖에 없다.
“불가항력이다. 이런 큰 건물이 비행하는 중에 봤을 경우 엄청난 장애물이 돼 참사가 생길 것임을 항공 공학박사의 명예를 걸고 말할 수 있다”
조진수 교수의 말에 국방부와 공군은 3도만 변경하면 된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비용을 롯데그룹이 대기로 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진학 전 공군기획관리참모부장도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직접 비행기를 몰았던 조종사 출신이다.
“조종사들이 임무수행 과정의 어느 한 부분에 부담감을 가지면 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고, 이로 인해 집중력을 잃게 된다. 고도의 집중력과 즉각적이고 조건반사적인 판단력이 요구되는 조종사들에게 심적 불안을 주는 제2롯데월드는 비행안전 장애물이다”
쟁점은 롯데그룹 측이 안전시설을 위한 돈을 댈 수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항공공학박사가 명예를 걸고 말한 사고의 위험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명박 정부는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인사들과 여당인 한나라당까지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락하려고 하는 것일까.
친구 그리고 땅값 올려 경제위기 극복하기
여기서 ‘친구 게이트’가 등장한다. 그리고 강남 부자들의 돈을 더욱 불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철학이 등장한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2만6500여 평.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꿈이 거기 있다.
신격호 회장은 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을 짓는 게 꿈이라고 한다. 그래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15년 동안 높이 555m의 112층짜리 건물 신축을 추진해왔다. 이런 신격호 회장의 꿈은 김대중 정권에서, 노무현 정권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엔 친구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꿈이 현실이 되기 일보직전이다. 당연히 ‘친구 게이트’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고소영, 강부자란 명언을 남기면서 자기 사람들로 모든 공기업과 정부부처, 관련 연구소까지 채워간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런 의혹은 당연하다.
제2롯데월드엔 6성급 최고급 호텔이 들어선다. 주변엔 대규모 쇼핑몰 등이 입주한다. 기존 롯데월드와 제2롯데월드를 지하광장으로 연결해 잠실벌을 명실상부한 ‘롯데’의 ‘월드’로 완성한다.
소식이 알려지자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송파구의 부동산 가격은 경제위기와 상관없이 뛰고 있다. 2004년 1월 m²당 1200만 원이던 제2롯데월드 부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월에 벌써 2600만원이 됐다. 두 배가 넘게 올랐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은 최근 서울 강남지역 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해제한다는 계획까지 밝혀 이 일대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제2롯데월드 부지와 인접한 잠실 주공5단지 36평 아파트 거래가는 지난해 말 10억5천만 원 선에서 신축 허용 발표가 나고(1월 7일) 일주일 만에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작은 이명박이라 불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변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초고층 허용 발표(1월 19일)를 하자 6천여 만원이 또 올랐다. 투기지역까지 해제되면 이곳에 10억원 짜리 집을 가진 사람은 두 달 만에 앉아서 3억원을 번다.
이명박 정부의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자명해졌다. 이런 게 이 정부가 말하는 기업 규제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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