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차하다. “우리나라 국악하는 사람들은 키 큰 사람이 없다. 작은 사람이 국악을 하는 게 감칠맛이 난다는 의미였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이 내놓은 변명이다.
머리 속에 떠오른 엄마의 말
박범훈 총장이 했다는 말을 듣고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어디 가서 키 170cm 넘는다는 말 하지 마라. 얼른 살 빼야 좋은 남자 만나지”
그래서 내 키는 항상 170cm에 맞춰져 있다. 사실 내 키는 고 3때 했던 신체검사에서 173cm이었다. 여성의 외모는 항상 남성의 눈에 맞춰져 있다. 엄마의 기준도 세상 남자의 시선과 정확히 일치한다.
“감칠맛이 난다”는 작은 키에 아담한 몸매. 감히 50kg를 넘어서는 안 되는 몸무게. 이것 때문에 많은 여성들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목숨을 건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에 도전해야‘만’ 한다. 그래서 남성의 시선이 절대 선인 세상의 기준으로 여성의 신체를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은 여성에게 폭력이다.
명창이 되고픈 제자의 꿈은 어디로
“감칠맛이 난다”고 했다. “원래 요렇게 생긴 토종이 애기 잘 낳고 억척스럽게 살림 잘하는 스타일이죠. (중략) 요새 뭔가 우리 때와는 음식이 달라서 길쭉해지고 했는데 사실 요 (작은 게) 감칠맛이 있고, 매력이 있습니다”고 했다.
자신의 제자를 두고 한 말이다. 평소에 존경해 왔던 선생님의 부름을 받아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잔뜩 모인 행사장에서 뛰는 가슴으로 최선을 다해 노래 불렀을 제자에게 선생이 한 말이다. 명창을 꿈꾸며 대학을 다니고 무대에 섰을 이 여학생은 꿈은 순식간에 “애기 잘 낳고 억척스럽게 살림 잘해야 하는” 남성의 절대 기준 앞에 사라졌다.
박범훈 총장의 말 한마디에 제자의 꿈은 사라졌다. 여성은 여성이기에 무조건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기에 무조건 가사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기에 아이를 낳고 가사노동을 함께하길 원한다. 그리고 꿈꾸고 싶다.
박 총장의 말에 그곳에 앉았던 수많은 남성들은 “소리를 참 잘하는 학생이네”라는 것이 아니라 “역시 토종이 감칠맛이 나지”라는 말로 그 여학생을 평가했을 것이다. 동의한다는 웃음을 나누면서. 여성을 때리고 강간해야만 ‘성폭력’이 아니다. 여성의 꿈을 꺾고 죽음으로 내모는 남성의 ‘말’도 폭력이다. 제발 말 조심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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