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하반기 1라운드에서 미디어행동은 국면을 주도하며 언론관계법 처리를 ‘2월 중’으로 연기시켰다. 그리고 1-2월에 걸쳐 민주당이 미디어행동에 손을 내밀어 연합전선이 형성됐으며, 이같은 합의가 도출됐다. 이른바 2라운드.
‘100일 이내 논의’에 대해 여야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 논의기구에 미디어운동 주체들이 어떻게 대응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논의기구 해석과 참여 여부를 포함한 3라운드 전투가 막 시작된 셈이다.
조건부 결합으로 하고픈 이야기를 다 하고 딴지 거는 방식을 택할지, 인정하지 않고 별도의 전술을 택할지 지켜볼 일이다. 미디어운동 주체들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이후 100일간 ‘사회적 논의’의 당사자 주체로서의 의무를 부여받게 되고 지금까지보다 더 치열한 이론적, 정치적 공방과 대결을 펼쳐가야 한다.
‘사회적 논의’에 대한 참고할 만한 텍스트
계간지 ‘문화/과학’ 2009년 봄호(57호)에 ‘사회적 합의 강조의 언론.미디어 운동 비상전략’이란 제목의 글이 실렸다. 전규찬 교수의 글이다. 우선 상황을 좀 요약하면,
“지난 1회전에서는 여론대중의 힘이 권력의 후퇴를 강제했다.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민주당 등 야당과의 합의를 타협토록 했다. 여기에는 방송법을 포함한 언론·미디어 관계 6개 법안들에 대한 ‘빠른 시간 내 합의처리 노력’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한나라당은 ‘빠른 시간 내’라는 표현을 ‘2월 중’으로 정의한다. 2월 안에는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합의처리 노력’이라는 문구와 관련해서는, 민주당 등 야당과의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해보지만 안 되면 원안대로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작년 연말 강행처리를 하지 못하고 2월중으로 미룬 언론관계법 처리 배경에 ‘여론대중의 힘’이 있었음을 짚고 있다. 전규찬 교수는 이로부터 “요컨대 본인은 제도정당 간 언론.미디어법 ‘합의 처리’의 합의를 대중정치의 소득으로 적극 해석하면서, 그것을 사회적 공론 구성과 일방적 권력 저지의 능동적 계기로 전유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힌다.
전규찬 교수는 “삶 즉 문화에 엄청난 체계 변동적 효과를 가져올 언론.미디어 법안들에 대한 그 어떤 의사피력, 판단수립의 기회조차 박탈당했던 인.민 대중들에게 ‘합의’의 조건은 결코 무시될 수 없는 참여와 교전의 포인트”라고 인식한다.
교전에 임하는 주체의 싸움의 기술을 묻는 질문과 답이 이어진다.
“권력으로부터 획득한 최소한의 무기를 최적으로 활용하는 것 외에, 일방적 추진에 맞서 공개적 논의와 합리적 타협의 시간을 요구하는 것 외에, 약자가 현 시점에서 취할 수 있는 그 어떤 싸움의 기술이 있는가?”
전규찬은 자구책으로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합의’의 조건은 한나라당에게 매우 불편한 현실이고, 현 정권에게 아주 불리한 부담이다. 한나라당이 바로 그 조건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그 조건의 의미를 냉소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마련된 합의의 조건을 더욱 담론화하고 홍보함으로써, 중대 법안들에 대한 사회적 규제.간섭의 가능한 틈새를 확보하는 게 매우 필요하다”라는 인식을 깔고 있다.
합의는 파기할 수 있지만, 합의 파기의 정치적 책임은 쉽게 면할 수 없으므로, 6개 법안을 약속대로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의 명령문을 끊임없이 발송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논의에 임하는 주체의 역할도 짚었다. 전규찬 교수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고, ‘국민’의 여론을 청취해야 하며, 이를 기초로 여야 합의 통과 혹은 합의 불가시 폐기가 결정되어야 한다. 민중=민주적 합의 규칙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며, 당사자=주권자 시민을 배제한 ‘합의 처리’는 무효”라고 강조함으로써 미디어 주체 당사자의 의지가 반영되는 사회적 합의의 의미를 강조했다.
전규찬은 이번 언론관계법 합의처리 약속과 실천 과정에 대해 “단순히 국회 차원이 아닌, 진보 좌파의 입장에서나 한국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정치 복원의 중요한 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환기하고, “국회가 헌법이 명령한 공화국 체제의 핵심 파트로서 그 기능을 보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인.민 대중들이 민주주의의 실질적 주권자로서 그 권한을 다시 발휘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한국 정치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중대 사건”으로 내다봤다.
언론관계법을 둘러싼 3라운드 국면. 여야의 합의가 사회적 합의로 대체될 가능성이 농후한 100일 교전이다. 내칠 것인가, 업어칠 것인가, 덥썩 물리고 말 것인가. 미디어행동이 어떤 전술을 펼치며 정치 테스트의 관문을 통과할지 관심이 자못 집중되는 시점이다.
문화과학 57호 특집, ‘GNR 시대의 도래와 문화변동’
글이 실린 ‘문화/과학’ 봄호(57호)는 ‘GNR 시대의 도래와 문화변동’을 특집으로 다뤘다.
편집자는 “우리 지식계에서 ‘GNR’은 아직은 암호처럼 들린다. 자본주의 공황의 도래와 계급투쟁의 격화라는 긴박한 시점에 그런 것이 무슨 시사성이 있단 말인가?”라고 묻고 “하지만 자본주의는 새로운 축적 계기를 찾고자 과학기술 개발에도 혈안임을 잊지 말자”는 맥락에서 이 주제를 특집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편집자는 “20세기의 역사는 공황이 파시즘을 대동하고 이때 거대한 전쟁기계가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쓰고 “21세기 초에 다시 대공황과 파시즘이 우려된다면 오늘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GNR이 어떤 해방과 지배의 잠재력을 가졌는지 따져보는 것을 한갓된 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관심을 자극했다.
특집 글로는 강내희가 ‘‘GNR 혁명’과 탈인간주의 시대의 지식생산―비판적 인문학자의 단상’을, 김환석이 ‘두 문화, 과학기술학, 그리고 관계적 존재론’을, 박미선이 ‘행위적 실재론―과학실천 이해에 대한 여성주의적 개입 (캐런 바라드)’을, 심광현이 ‘21세기 과학.기술 혁명에 대한 철학적 성찰 : ‘GNR’ 혁명의 문화.정치적 함의를 중심으로’를, 이득재가 ‘GNR 혁명과 인지자본주의―자본․미국 헤게모니의 변동과 관련하여’를, 최철웅이 ‘유비쿼터스 시대에 권력은 무슨 꿈을 꾸는가?’를, 이광석이 ‘유비쿼터스 시대의 권력 변화와 웹2.0 미디어 양식에서의 문화 지형’을, 김상우.유원준.진중권이 ‘우리 시대 뉴미디어 아트를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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