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전교조, 낡은 이념집단?

진보평론39호(2009년 봄호), 전교조 20년 특집 다뤄

20주년을 맞는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가 위기에 처했다. 오른쪽에서 과도할 정도로 전교조를 때리고, 안으로는 정파 갈등 심화와 내부응집력 약화, 지난 4년간 약 1만6천 명의 조합원의 이탈로 현상 유지조차 힘들다. 일부 지역은 지부장 경선조차 불가능하다. 여기다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이념집단 비슷한 이미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권재원 풍성중학교 교사가 ‘전교조 20년’을 특집으로 다룬 진보평론 39호(2009년 봄호)에 실은 글 ‘위기의 전교조와 그 희망의 싹 : 내부로부터의 도전’에서 짚은 진단이다.

조직운동을 진단하는 데 있어 여러 시각과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권재원 교사는 위기의 전교조를 바라보며, “무책임한 이데올로기 공세인 ‘초심론’”이 아니라 “전교조가 진보진영의 중심에 서기 위해 먼저 스스로 진보해야 한다”는 취지로 그 가능성을 제기한다.

권재원 교사는 전교조 위기를 △정파엘리트주의와 조직응집력 저하 △민주집중제에서 비롯된 조직의 비효율적 운영 △대안 부재 △교육전문성의 부재 등으로 요약한다.

권재원 교사는 특히 ‘대안 부재 - 낡은 운동권 이념의 그림자’에서 교육운동단체가 백년지대계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낡은 운동권의 이념에서 찾는다. 운동권의 이념이 단지 운동권에게 익숙한 이념일 뿐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권재원 교사는 전교조가 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이 가시화되던 89년에 설립되었고, 뒤늦게 이론을 학습해 가면서 조직을 세우게 되는데, 어렵고 까다로운 마르크스주의보다는 단순하고 감성적인 반미자주론, 그리고 세상을 단순하게 민중과 가진 자의 대립으로 보는 다소 인민주의적인 담론이 이들에게 특히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회고한다.

한편 다른 분야 활동가들이 다양한 상호작용과 갈등, 힘겨운 설득과정과 이념적 혼란을 경험하면서 진화 또는 전향의 과정을 밟는 동안, 교사들은 안락하며 안정적인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 덕분에 자신의 신념이 붕괴되거나 의심받는 상황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돌아본다.

이들이 중년이 되었고, 전교조는 80년대 이념을 간직한 소수의 활동가와 다수의 양심적 소시민으로 구성된 매우 이질적인 집단이 되었다고 진단한다. 권재원 교사는 이런 현재의 조직에서 활발한 대안이 개발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단언한다.

권재원 교사는 민주노총의 전직 위원장과 현직 수석부위원장, 그리고 한국진보연대의 공동대표, 민주노동당 대표가 모두 전교조 출신이란 점이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이는 전교조가 그만큼 진보운동에 헌신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그 만큼 외도를 많이 했다는 의미라고 폄훼한다. 대안 개발 능력은 없이 그저 사람만 좋은 활동가들이 득세했다는 설명이다.

전교조 활동가들이 ‘교육노동운동’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데 대해 권재원 교사는 교육운동이라 부르기에는 노동계급 중심주의에 걸리기 때문에 노동을 하나 더 붙여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자른다. 안도감을 느끼기 위한 무의식적인 반응이라는 말이다.

권재원 교사는 그 증거로 교육과 노동에 대한 철학이 전교조 관련 문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든다. 전교조 활동가 상당수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교사처럼 보이고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노동자처럼 보이고 생각하기’를 원하며, ‘지식이 모자라고, 이론이 없고, 교육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비판은 계속된다. 회화가 안 되는 영어교사, 문제를 못 푸는 수학교사, 경제기사를 해석하지 못하는 사회교사, 고문 사료를 해석하지 못하는 역사교사들이 전교조를 대변해 안팎에서 발언해왔다고 꼬집는다.

권재원 교사는 서두의 약속대로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운동의 싹을 보여준다. 정파엘리트주의에의 도전 사례로 2006년 11월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 나선 ‘전교조 새로운 힘’을 주목한다. 교찾사와 참실련이라는 양대 정파가 비공개 카페를 통해 내부 의사소통하는 것과 달리 공개 카페를 개설하고 공개적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등 전교조 내 진골, 성골 그룹의 원천인 1500 동지회에 공개 도전장을 냈다는 이야기다.

이어서 권재원 교사는 ‘운동 관료주의를 묵살하라’며, 이번 일제고사에서 보여준 자율주의적 전망을 소개한다.

일제고사 거부 운동 사례다. 전국적으로 10여 명의 교사들이 해임.파면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전교조가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8년 하반기의 일제고사 거부운동은 교사들이 전교조 본부의 의사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준의 거부 행동을 알아서 실시했고, 전교조 본부나 기존의 오래된 전교조 우군 단체들과 연대투쟁하지 않고, 이른바 아고라, 촛불세력, 혹은 비운동권 단체들과 연대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권재원 교사는 이러한 사례들로부터 낡은 이념에의 도전으로 탈근대적, 성찰적 교육운동과 교육전문성에의 요구를 제기한다. 전교조가 산업노동(산별)조합주의를 극복하고 전문직조합주의(Professional Unionism)를 공식적으로 채택할 수 있느냐를 장차 전교조 운동의 미래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바라봤다.

전교조 20년에 대한 권재원 교사의 진단과 해법이 정당한 지는 전교조 당사자와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권재원 교사 스스로 이 글에 대해 전교조 중앙 활동의 경험을 근거로 작성한 것으로, 주장을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진보평론 39호(2009년 봄호)는 전교조 20주년 특집으로, 특집1 - 전교조 20년의 역사, 그리고 평가(권재원, 진영효), 특집2 - 전교조 정책 평가를 넘어 대안을 찾아(이윤미, 심광현, 박거용, 정성진), 특집3 - 전교조에 바란다(노명우, 진주명, 양돌규) 등으로 꾸몄다.
태그

전교조 , 진보평론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유영주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조합원

    유기자님,제목부터 황당합니다. 내 보기에'입만 살아 나불대는'-이조차도 실천적으로 아무 힘도 없는- 전교조내 '새힘'그룹의 실상을 아신다면 이런 기사 안썼을텐데..일제고사와 자율주의? 우습군요ㅎㅎ
    결국 지금 정세속에서 이렇게 까나 저렇게 까나 본질은 "전교조죽이기"에 귀결된다는 것을 아시는가?

  • 학생

    학생이 보는 전교조와 교사가보는 전교조와 조합원인 교사가 보는 전교조는 모두 다르지 않을까요 ? 조합원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