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 23일 도심의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는 ‘야생동식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르면 5월 말부터 비둘기가 피해를 끼친다고 판단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 포획할 수 있다.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가 유해 동물이 된 데에는 사실 사람 탓이 크다. 비둘기는 1960~1970년대 각종 대형 행사 때마다 평화를 기원하며 하늘에 날리는 용도로 국내에 수입됐다. 이어 1986년 아시아게임, 1988년 올림픽을 위해 비둘기를 본격적으로 사육하면서 개체수가 급증했다. 아무런 관리 대책도 없이 무분별하게 풀어놓았던 비둘기는 현재 전국적으로 약 100만 마리로 추산된다.
비둘기는 보통 4~5월에 한두 개의 알을 낳는다. 그러나 도시에 사는 비둘기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1년에 약 5~6개의 알을 낳는다. 음식물 쓰레기, 과자류, 튀김류 등을 먹다 보니 몸이 급격히 뚱뚱해졌고, 급기야 산란기도 잊은 채 이상 번식을 계속 한 것이다. 이렇게 몸무게가 늘어나 잘 날지 못하는 뚱뚱한 비둘기들은 사람들에게 ‘닭둘기’라 불리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특히 비둘기 배설물은 철근이나 콘크리트를 부식시키고 문화재를 훼손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비둘기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골칫덩이다. 유럽에서는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대형 비둘기집을 지어 유인한 뒤 알을 제거하는 방법 등으로 비둘기 수를 줄여나간다. 과거 몇몇 국가들에서 비둘기를 포획하여 제거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한 바 있다. 먹이 공급을 차단하거나 부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
환경부의 비둘기 퇴치 방침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생명체학대방지포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은 26일 성명을 내고 “인간이 야생동물을 일방적으로 박멸하겠다는 사고방식은 자연과 야생동물을 보호, 관리해야 할 환경부의 목적과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비둘기를 무조건 박멸할 것이 아니라 그 개체수를 점차 줄여나가는 정책을 펼 것을 주장한다. 사람에게 유해하다 해서 무조건 죽일 게 아니라 야생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어야 한다는 것. 사람이 만든 ‘닭둘기’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 있어 보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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