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부서진 정규직의 꿈

[인터뷰] 이상봉 KBS계약직지부 조합원

"추석되면 집에 찾아가야죠. 일단 실업급여로 선물을 사려고해요. 부모님은 해고된지 모르시니 휴가 받아 가는 것처럼 해야죠. 노인들이라 정규직, 비정규직 이런 것을 잘 모르시는데 비정규직이라 해고됐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잖아요. KBS에 들어갔다고 좋아하셨는데"

KBS에서 7년 동안 뉴스밴을 몰던 이상봉 씨는 7월 31일 해고를 당했다. KBS는 6월 말 이상봉 씨에게 자회사인 KBS 미디어텍으로 전적을 요구했다. 그는 고민 끝에 전적을 거부했고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공영방송이 비정규직법 악용해”

대구에서 건설업을 하던 이상봉 씨는 한 때 돈도 많이 벌었지만 IMF여파로 부도를 당했다. 7년 전 6백만 원을 들고 서울로 왔고 KBS 파견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입사 2년 뒤 이상봉 씨는 주변의 정규직에게 연봉계약직 시험을 치라는 권유를 받았다. 연봉계약직이 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그러나 연봉계약직 시험을 치려면 사표를 내야했다. 시험에 떨어지면 실업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는 사표를 쓰고 모험을 시도했다. 다행히 연봉계약직이 된 이상봉 씨는 신분상승(?)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언론조노 KBS계약직지부 조합원들의 사연은 다양하지만 이상봉 씨처럼 대부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희망과 달랐다.

“연봉계약직 시험을 준비하면서 자격증을 따기 위해 대학도 들어갔어요. 7년 동안 연봉 2천만 원도 안 되는 박봉에도 열심히 일한 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정규직 시키기 싫어서 해고를 했어요. 공영방송국이 비정규직법을 악용하는 게 말이 돼요?”

KBS는 지난 6월 “비정규법으로 사용기간이 2년 초과하는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를 무기계약 하거나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63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나머지는 계약종료, 자회사 전환, 도급전환을 실시했다. 전적을 거부한 사람들은 계약종료 시점에 맞춰 해고됐거나 해고를 앞두고 있다. 이들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 대량해고로 시작된 뉴코아-이랜드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투쟁 쉽게 끝내지 않아”


해고된 뒤에도 이상봉 씨는 매일 아침 서울 여의도 KBS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업무대신 출근선전전으로 하루를 시작해 1인 시위, 집회 참석, 노동조합 회의 등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해고무효 소송을 내기도 했다.

지난 23일 KBS 연봉계약직 투쟁이 백일을 맞았다. 투쟁 백일이 기뻐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이들은 백일 떡을 돌리고 KBS 본사 앞에서 문화제도 열었다.

이상봉 씨는 “투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예요. KBS가 어떤 곳인데 아무런 준비 없이 해고했겠어요. 해고무효 소송만 해도 대법원까지 가면 3년은 걸리겠죠. 그러나 7년 동안 일한 게 억울해서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