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불균형, 재협상 해야”

이해영 교수, “EU 세이프가드 법개정 하면 재협상 외엔 방법 없어”

유럽의회가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한-EU FTA)에 위배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쉽게 하게 하는 법 개정안을 상정 한 것을 두고 “법 개정안 이 통과되면 재협상 밖에는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 된다”는 재협상 주장이 나왔다.

또 동네 중소상인들을 위협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가 한-EU FTA에 저촉되는 상황을 두고도 세이프가드 논란을 통한 한-EU FTA 재협상이 필요하다면 SSM규제도 협상 탁자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세이프가드는 수입량의 급증으로 자국산업, 혹은 제품들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때 취할 수 있는 일종의 긴급조치다.

  10월 6일 오전 브뤼셀에서 개최된 제5차 한-EU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EU측 바나케르(Steven Vanackere) EU의장국(벨기에) 외교장관과 드 휴흐트(Karel De Gucht) EU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한-EU FTA에 정식 서명했다.
[출처: 외교통상부]

이해영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27일 SBS 라디오 ‘서두원 최영주의 전망대’에 출연해 이번에 유럽의회에 상정된 수정안이 한-EU FTA 내용과 어떻게 다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설명했다.

이해영 교수는 유럽의회의 법개정안을 두고 “기존의 세이프가드 조항에는 심각한 피해라고 적시되어 있는데, 수정된 안엔 ‘심각한 피해 또는 문제가 되는 경제활동으로 인해서’ 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며 “문제가 되는 경제활동이 뭐냐 하는 건 굉장히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범위를 포함하는 문구”라고 지적했다.

기존 한미 FTA나, 한-EU FTA 협정문 등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엔 세이프가드 조항이 포함되어 있고, 모두 수입을 통해 국내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수입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고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회가 ‘문제가 되는 경제활동’이라는 조항을 넣으면 세이프가드 요건에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무역정책이나 대부분의 비과세 장벽 같은 경우를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개정안대로 통과되면 EU입장에서는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이 굉장히 광범위해지지만 한국은 협정문에 나와 있는 그대로 심각한 피해가 있을 때만 세이프가드 조항을 발동할 수 있어 불균형한 협상이 된다.

이해영 교수는 “보통 세이프가드는 정부 측에서 조사를 하는데도 수정안은 유럽의회가 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한 각종 조사를 직접 취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고, 23개 개별 회원국가가 이런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의회에서 법개정안이 그대로 통과가 된다면 이미 체결한 한-EU FTA가 어떤 영향을 받는 가를 두고 이해영 교수는 “한-EU FTA가 합의된 협정문을 수정하는 것을 의미해 우리 정부 입장에서 보면 난감하게 된다”며 “이걸 용인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며 국제적으로도 전례가 거의 없어 심각한 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로는 협정문이 수정이 된다면 재협상을 하는 것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상태에서 그냥 국회에서 비준절차가 이뤄질 경우를 두고는 “정부는 ‘일단 EU내부의 입법절차에 대해 개입할 수 없고 나중에 case by case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 분쟁조정절차가 있으니까 이 절차에 따라서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며 “제가 볼 때는 일단 불씨를 사전에 제거하고 한-EU FTA를 추진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어떤 형태로든 정비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두고두고 논란의 불씨가 된다는 것이다.

SSM규제 논란을 놓고도 이 교수는 “한-EU FTA를 서명을 할 때 프랑스는 우리 정부와 협상과정에서 1차 규제조치가 가능하도록 협정문에 경제수요심사라고 되어 있다”며 “대형매장이 들어올 때 주변에 어떤 소매점이 있으며 교통은 어떻고 환경은 어떻고 이런 것들을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프랑스 뿐 아니라 다른 EU의 6개 나라 역시 백화점이 들어설 경우에는 이런 경제수요심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해영 교수는 “우리 쪽에는 그런 조항이 없기 때문에 프랑스나 유럽의 어떤 나라들이 우리나라에 대형매장이나 SSM을 열더라도 규제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협정문 자체를 그렇게 협상을 한 것에 기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협정문 자체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재협상을 해서 프랑스나 다른 EU의 7개 나라가 했던 것처럼 그런 조항을 우리도 삽입을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며 “정부가 재협상을 결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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