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 62주년, “국가인권위는 죽었다”

인권위 장례식 퍼포먼스...“우리가 원하는건 상이 아닌 인권”

9일 오전, 인권시민단체들이 국가인권위 앞에서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기자회견에서 “인권은 사라지고, 인권위는 죽었다”고 선언하고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와 인권위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같은 시간, 프레스센터에서는 헌병철 위원장이 참석한 인권위 주최의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인권상 수상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다수의 수상자가 수상을 거부하며 인권단체의 기자회견에 몰려들었다. 일부 인권단체 회원들은 이 자리에 참석해 ‘현병철 위원장은 사퇴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인권위 표창장 수상을 거부한 소또무 이주노동자의 방송 대표는 “버마에서는 인권에 대한 단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한국에 온 뒤 인권위가 있다는 사실에 놀랍고 기뻤다”며 “버마에도 인권위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한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하지만 한국사회에서의 인권위의 행동을 보면서부터 내가 기대했던 인권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상이 아닌 인권이다”라며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와 이주민들에 대한 인권을 요구했다.

또 다른 수상 거부자인 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는 인권논문 부문 우수상 수상자였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도저히 받을 수가 없었다”고 토로하며 “인권위는 그동안 성소수자, 비정규직, 철거민, 장애인 등의 기대를 배반해 왔기 때문에 만약 이 상을 받는다면 성소수자를 비롯한 약자들을 배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애인단체의 인권위 점거 농성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등 장애인에 인권위의 반 인권적 처사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장애인단체 역시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권위는 죽었다’며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사회적 약자의 보루인 인권위에서 조차 공권력을 투입하고, 장애인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사회적 약자들에게 인권위는 죽은 곳”이라며 “오늘 인권위의 장례식을 시작으로, 인권위가 새롭게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는 인권활동가들은 손수 뽑은 10대 뉴스를 발표하며, 대한민국의 인권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병철 위원장 임기 1년만에 찾아온 위기와 사퇴운동 △인생은 아름다워로 촉발된 동성애 혐오의 조직화와 확산 △삼성 반도체 박지연 씨 사망 △끝나지 않는 용산 △경기도학생인권조례 △G20을 명분으로 한 인권 후퇴 △불법파견과 간접고용 문제 △4대강 사업등을 10대 뉴스로 꼽으며 여러 인권 탄압의 사례를 고발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권을 모독하며 인권 없는 인권위를 만든 현병철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면서 “그것이 오늘 세계인권선언일 62주년을 맞아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을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권후퇴와 차별에 맞서 계속 싸워나갈 것을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결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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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의친구들

    본 기사와 사진 일부를 아친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실을 예정입니다. 출처 밝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