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출범당시, 경제성장으로 비롯한 일자리 확대를 내놓았지만 이 역시 불가능한 정책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월, ‘2020 국가고용전략’을 내놓기에 이르렀지만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은 이를 보며 또 한 번의 절망감을 맛보았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고용 확대는 결국,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대대적인 확대로 밖에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민주노총에서는 현재의 고용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민주노총과 한신대 평화와 공공성센터가 주최한 ‘고용위기, 대안을 말하다’ 토론회에서는 고용확대를 위한 대기업과 정부의 역할, 그리고 주변부 노동시장의 조직화, 그리고 노조차원의 여러 가지 대응 방안이 논의 됐다. 이 자리에는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전병유 한신대학교 평화공공성센터 부소장, 은수미 사회학 박사, 조성주 청년유니온 정책실장, 이상호 금속노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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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환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고용 전략에 대해, 국가 역할 강화에 소극적인 대신 고용창출과 일자리 중개를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유연화로 고용의 질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복지탈출을 유도하고 있어 복지정책의 후퇴를 우려하기도 했다. 서비스업 규제완화와 시장개방 등의 주요 과제 역시 실제 고용창출 효과가 면밀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용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이환 교수가 고용전략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지적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가경제 운용의 기본 틀을 바꾸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가능성 있고 면밀한 전망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역할 강화해야
전병유 교수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일자리 규모는 전체 고용 구조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의 고용 확대를 위한 역할 강화가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과정으로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대기업의 고용책임 강화로, 청년고용할당제, 고용보조금제도, 고용창출세액공제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그는 “세대 간 고용기회의 효율적 배분과 기업의 합리적인 인력운영, 청년층의 비효율적인 교육투자 방지와 인적자원 축적을 위해서라도 청년층에게 일자리 기회를 최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청년고용할당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보조금제도는 고용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로, 과도한 자본투자 억제와 워크 셰어링 방식의 조정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또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는 설비투자액의 7%를 공제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고용친화적으로 바꾸려는 것으로, 고용을 더 늘리는 경우에만 공제혜택을 주는 것이다. 정부는 2010년 세제개편안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고용창출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연장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전 교수는 사회서비스 부문의 고용창출과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해 주요한 영역으로 돌봄노동 분야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사회서비스 시장확대와 고용창출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보육과 간병을 중심으로 하는 돌봄노동”이라며 “이들을 시장에만 방치해둘 경우, 요양보호관련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임금 수준은 높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의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중간착취가 더욱 늘어나는 등 실질적 보상 수준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변부 노동자들의 ‘악순환’의 개선
외환 위기 이후, 노동시장에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주변부 노동시장과 중심부 노동시장이 확고하게 굳어졌다는 것이다. 주변부 노동시장의 일자리는 비정규직, 저임금, 비공식적인 일자리로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중심부 일자리와 그 성격을 달리한다. 특히 주변부 일자리는 저임금에도 이동이 잦기 때문에 빈곤에 시달릴 위험이 크며, 특히 주변부 일자리가 증가되면서 중심부 일자리 역시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은수미 박사는 “주변부 일자리는 사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공식이거나 중소영세사업장일자리이며, 비정규직, 저임금, 여성일자리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이들은 저임금과 실직, 그리고 빈곤의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가 제시한 자료에는 직장 이동이 남성보다는 여성, 상용직 보다는 임시일용직,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고임금근로보다는 저임금 근로가 더 높았다. 게다가 주변부에서의 직장 이동은 주변부 내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은 박사는 노사관계의 균형, 중심부 일자리 확보 등의 주변부 일자리의 고용 안정 정책 외에도 비정규직의 조직화에 따른 문제 해결을 내세웠다. 그는 지금까지 비정규직의 조직화에 실패했던 이유에 대해 현재의 산별전환이 갖는 전략적 한계와,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노조의 이중장치 문제를 지적하며, “이중장치를 폐지하고 조합원 대표가 아닌 전체 노동자 대표로서 산별노조가 바뀌는 것과, 조직화의 새로운 방법으로 노조의 역할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동시에 보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줄어들고 있는 중심부 노동시장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차별시정 제도 등 비정규직법 개선 △사내하도급 특별법 제정 △고용보험 제도 개선과 사회보험료 감면 △정규직 전환 지원등의 방법과, 다양한 중심부 노동시장의 질 향상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조합, ‘고용연대전략’ 추진해야
현재 고용문제에 대응하는 노조의 방향은, 개별 사업장의 대응에만 머물러있거나 개별 사안에 대한 집중적인 문제제기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해고 또는 비정규직과 같은 사회 전반적 고용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노조의 고용연대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문제에 대한 노조의 개입전략은 교섭차원과 고용의제별로 다층적이고 중첩적인 체계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그는 “고용연대전략 실현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고용유지와 해고의 최소화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공유를 원칙으로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또한 고용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현행 고용관련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과 함께, 노동조합이 노사공동, 혹은 독자적으로 고용안정센터를 운영하고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업종별, 지역별 차원에서 이들의 고용안정과 직업안정을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비정규직노동에 대한 고용조정을 당연시하는 현장 분위기 속에서,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대한 노조의 보호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전반적인 고용문제를 개별기업이 아닌, 전체 업종 및 지역차원에서 대책을 협의하기 위한 노사정협의기구와 직업안정기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연구위원은 실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은 향후 5년 내 주당 35시간 협약노동시간제도의 도입을 목표로하는 종합적인 실노동시간단축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민주노조운동의 제 1의 실천과제로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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