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원로들이 추기경의 용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천주교 내 파문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사제들이 교구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아가 용퇴를 거론한 적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 성명발표에 참여한 25명의 원로사제 중 천주교 서울교구의 안충석 신부는 “정진석 추기경은 이미 교회 은퇴 정년 나이에도 지났고 현직에 계셔도 이미 고통 받는 지체들에 대해서 떨어져나간 지체나 마찬가지”라며 “양심과 도덕적 신앙으로 처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석 추기경이 지난 8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 데 대해 13일 천주교 원로들이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는 말로 시작하는 성명을 내고 정진석 추기경의 용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성경에 나타난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평화를 위해 피조물을 보호하라는 교황들의 거듭된 가르침에 성찰할수록, 또 이미 드러난 자연 파괴의 참상만 보더라도 4대강사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믿”으며 “개인의 견해가 다를 때라도 주교회의 전체의 합의와 결론을 존중하는 것은 교회공동체의 오랜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주교회의의 구성원 가운데 하필 교회공동체의 일치와 연대를 보증해야 할 추기경이 주교단 전체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의 분열을 일으킨 것은 어떤 모양으로든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며 “동료 주교들에게 그리고 평신도, 수도자, 사제 등 교회의 모든 지체를 향하여 용서를 구하고 용퇴의 결단으로 그 진정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교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신자, 수도자, 사제들과 더불어 우정을 나누는 벗이 되어야” 하는 주교가 “용산참사의 비극이나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불안에는 눈을 감고, 총리와 장관 같은 정치 권력자들에게만 환대의 문을 열어주는 차별과 불통은 불의한 세상과 이익을 나누는 크나큰 잘못”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안충석 신부는 14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봄에 다섯 번의 걸친 총회에서 전국교구 주교님들과 수도회 아빠스(원장)들이 모여서 문제를 깊이 검토, 논의한 끝에 결론을 내려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게 된 것인데 성명서에 반대라는 말이 들어있지 않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하라는 자세다’라고 해석한 것은 마치 장님이 코끼리의 배를 만져서 벽과 같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오해를 일으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다른 지체도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정 추기경님께서는 최근 이미 고통 받는 지체들에 대해서 마치 떨어져나간 지체처럼 발언과 처신을 해오셨다”며 “도의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이렇게 잘라져 나간 지체밖에 되지 않아 양심적인 용퇴를 촉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 신부는 또 정 추기경이 앞서 4대강과 관련한 문제를 “전문가에게 맡기라”고 한 데 대해서도 “사제직에 있는 예언직은 장차 일어날 일을 내다보면서 지금 당장 회개하라고 촉구하시는 건데 그 예언직을 자포자기하신 것이고 그것은 사목자로서는 결코 해선 안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주교황청 한국대사를 지낸 성염 전 대사는 같은 날 ‘CBS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제들이 추기경께서 4대강에 노골적으로 찬성했거나 정부 편을 들었다는 점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교황께서 죽 강조해 오신 환경사목에 대한 또 주교회의가 함께 의결한 우리 환경에 대한 우려를 정식으로 부정하고, 주교회의 밖에서 발언한 것으로 비친 점을 문제 삼는 것 같다”며 “한국천주교를 하나의 몸으로 한 덩어리로 보기 때문에 그분의 실수를 한국 교회 전체의 공동 허물로 여기면서 그분을 감싸겠다는 충정이 추기경님의 용퇴라는 말까지 나오게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이번 사제들의 성명 발표를 두고 일각에서 너무 정치문제화 하는 거 아니냐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아우구스티누스 신국론에서는 사회, 경제, 정치문제에 대해서 관심 갖고 표명하고 책임지는 것을 사회적 사랑이라고 했다”며 “지금 현재 가톨릭 교회입장에서는 사회교리를 따르는 신자가 있고 개인적, 파당적인 입장 때문에 그것을 거부하는 신자가 나누어 질 수 있지만 가르침 자체에서는 예외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성염 전 대사는 “신앙과 삶을 둘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보라는 것이 가톨릭 교회의 사회교리이기 때문에 일단 자기를 가톨릭신자라고 정의하게 되면 그 가르침도 따라야 하는 것이 가톨릭신자의 현재 입장”이라며 “이회창 대표도 가톨릭 신자이지만 신앙과 삶을 따로 따로 분리해서 얘기하는 것이 가톨릭신자로서는 상당히 가르침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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