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교섭창구 단일화’ 서면의결 강행

전원회의 무산 중노위 ‘서면의결’...“초등학교 가정통신문 돌리나”

오는 7월 1일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정종수, 중노위)가 노동위원회 규칙개정을 통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마련을 강행하고 있어 노동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중노위는 지난 5월 13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업무 내용을 담은 노동위원회 규칙을 개정하겠다며 공고를 발표하고, 의결을 위해 5월 24일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중노위의 규칙개정 강행에 반발한 노동자 위원들은 전원 불참선언을 했으며, 결국 성원미달로 회의가 무산됐다.

전원회의가 무산되자 중노위는 그 자리에서 전체 위원들에게 서면의결로 규칙 개정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노사정 위원 170명에게 ‘노동위원회규칙’ 개정안 서면의결 요청서를 발송하고 오는 31일까지 노동위원회규칙 개정안에 대한 서면의결서를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

중노위,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규칙개정 강행’
노동계, “초등학교 가정통신문 돌리나”


정종수 중노위 위원장은 지난 24일, 위원들에게 서면의결 요청서를 발송하고 “복수노조 관련 사건을 처리할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이 작년 10월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7월 법시행이 임박한 상황이므로 복수노조 관련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현행 노동위원회법에 따라 사건처리 절차 등을 규정한 노동위원회규칙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10월, 정부가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을 입법발의 했지만, 노동계를 비롯한 야당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에 대해 반발하며 법 개정이 지연되자 중노위가 노동위원회 규칙 개정을 통해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나선 것이다.

때문에 사실상 법 개정을 통해 개정되어야 할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을, 중노위가 ‘우회로’를 선택해 강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여론이 노동계 전체에 확산되고 있다. 특히 노동위원회 규칙 개정을 위한 전원회의에 노동위원들이 전원불참을 선언하며 반발하고 있는데도, 서면의결을 통해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노위는 ‘정부정책 실현의 총대를 멨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워졌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2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원회의가 무산되자마자 바로 당일 전체 위원들에게 서면의결통지를 하고 곧바로 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중노위의 업무처리행태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마치 초등학교에서 가정통신문 돌리듯이 의결절차가 추진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서 민주노총은 “아무리 전원회의 소집절차와 관련된 세부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 해도, 위원장이 장관급인 국가위원회의 최고의사결정기구 회의를 대신하는 의결절차를 이렇듯 졸속적으로 진행해도 되나”며 성토했다. 특히 노동위원회 규칙상으로는 연 1회 개최하도록 되어있는 전원회의가 3년 만에 개최되었음에도, 무산 이유나 안건에 대한 위원들의 입장, 의견수렴과 토론절차도 없이 서면의결로 강행되고 있어 절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한편 한국노총 역시 성명서를 발표하고 “중노위는 졸속적인 노동위원회규칙 개정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노동위원회의 실질적인 독립성과 중립성 확부를 위해 노력하라”며 “이 같은 요구에도 서면 결의 절차를 진행하여 노동위원회규칙 개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중노위 근로자위원 전원 사퇴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면의결로 통과될 가능성 높아
노동계, “위법적 중노위, 독립성 잃었다”VS중노위, “정상적인 절차”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개정을 위한 노동위원회 규칙개정이 중노위 위원들의 서면의결로 공이 넘어간 상황에서, 한 노동계 위원은 “서면의결로 규칙개정이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자 위원들이 서면결의를 모두 거부한다 해도,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들의 찬성으로 규칙개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면의결은 과반수 이상의 찬반으로 결정되면, 중노위 위원은 공익위원 70명, 사용자위원 50명, 노동자위원 50명으로 이뤄져 있다.

중노위는 오는 31일까지 서면의결서를 받아 규칙개정안이 통과되면, 6월부터 전국 지방노동위원회의 교육을 거쳐 오는 7월 1일 복수노조법 시행에 맞춰 규칙개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면의결을 통해 노동위원회 규칙개정이 강행된다 해도, 이에 대한 적법성 문제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법 상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한 분쟁을 노동위원회가 관장하도록 규정했지만, 현재 노동위원회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는 상태다. 특히 노동위원회가 새로운 업무를 관장하기 위해서는 근거 법률인 노동위원회법 규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작년 10월 정부가 입법발의한 노동위원회법 규칙 개정 통과가 요원해지자 중노위가 법률 개정 없이 단순 행정규칙인 노동위원회 규칙으로 해당 업무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중노위가 법에 담겨야 할 내용까지를 모두 일개 행정규칙에 담아 스스로에게 주어진 규칙제정권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월권행위를 계속해서 자행하고 있음에 분노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노위의 한 노동자 위원 역시 “이명박 정권 들어서 정부 편향적인 공익위원들이 중노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노위는 독립성과 자주성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노동부 하위기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노동위원회 규칙개정에 대해 노동계가 ‘위법’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 중노위 소속 한 공익위원은 “잘못된 주장”이라며 “노동법상 복수노조와 관련한 사건처리는 노동위원회에서 담당하게 되어있는 만큼, 심판위원회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관장한다는 규칙개정은 정상적인 절차”라고 주장했다.
태그

복수노조 , 중앙노동위원회 , 교섭창구단일화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