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광장에 핵발전소 세운다면?

[울산반핵영화제] 개막작 <동경핵발전소>

6월10~12일 열리는 울산 반핵영화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고리와 월성의 핵발전소 단지들로 둘러싸인 울산이 핵 재앙에 직접 공격당할 수 있음을 알리고,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 폐기와 신규 핵발전소 추가건설을 중단할 것을 촉구해온 '반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핵 없는 안전한 울산을 꿈꾼다”를 주제로 준비한 영화제다.

울산 중구 성남동 소극장 품에서 총 9편의 영화가 3일에 걸쳐 상영되며, 1만원(청소년 5000원)으로 전편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핵활동기금 마련에 보탬도 주게 된다. 핵발전소를 주제로 한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다큐멘터리로 아이들, 청소년들도 함께 볼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과 주제로 준비되어 있다. 첫날 상영되는 <동경핵발전소>를 소개한다.


“서울시청 광장에 핵발전소를, 여의도에 핵폐기물 저장소를 세운다고 한다면?”

도쿄 도지사가 도청 행정관료들을 모아놓고 “도쿄에 핵발전소를 유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하는 영화는, 한 축이 핵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논쟁과 토론이 느리게 진행된다면, 다른 축은 실제 핵발전소 폭발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긴장감 있는 속도로 보여준다.

“설마 농담이겠지요?”라며, 도쿄로 들어오는 전기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조차 잘 모르는 도청 관리들에게 도지사는 조목조목 논지를 편다. ‘전기는 대도시에서 많이 쓰고 핵발전소 지지자도 도시에 많은데, 왜 푸르른 환경을 파괴하면서 지방에 세우는가? 후쿠시마의 어업은 물론이고 농지와 산림 등 1차 산업을 파괴하고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세우는 철탑과 송전선으로 경제적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가? 5000명의 시골사람이든 5000만명의 대도시 사람이든 개개인이 짊어지는 생명의 위험도는 같은 게 아닌가?’

핵발전소를 지지하고 전기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 바로 옆에 핵발전소를 짓겠다는 도지사의 주장은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그리고 윤리적으로 모두 타당해 보인다. 도지사의 말처럼 절대 안전, 깨끗, 필요성을 따질 때 핵발전소는 대도시에 어울릴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정글에 참신한 콘크리트 건물이 하나 증가할 뿐”인 것이다.

“나라를 망칠 수 있는 위험한 핵 정책은 열린 공간에서 논의할 문제”

이 영화의 백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토론 자체다. 핵발전소 유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도청 관리들의 끈질긴 토론을 통해 핵산업의 진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명확하게 드러난다.

<동경핵발전소>는 핵에너지에 무관심한 모든 사람들을 향한 선전포고이자 간절한 제안이다. 제발 얘기하자고, 열린 공간에서 논의하자고, 모두를 망칠 수 있는 핵에너지 정책은 반드시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지방의 얼마 안 되는 핵에너지 반대자와 1억 명의 방관자들, 핵발전소는 딴 세상 얘기라는 듯 무관심한 도쿄 시민들...

수명 다 한 핵발전소를 연장 가동한다 해도, 핵발전소가 추가 건설되고 있다 해도 너무나 조용한 이 한국 상황이 어찌 이리 똑같을까? 이 기괴한 침묵 속에서 국민들의 이성을 흡혈귀처럼 흡수한 홉스의 거대한 리바이어던과 핵발전소가, 그리고 침묵하는 무기력한 대중들이 동시에 겹쳐지는 건 자연스럽다.

“이 세상에 절대라는 게 있을 수 있겠는가?” 도지사의 마지막 말을 뒤로 ‘기적’처럼 안전한 도쿄의 밤에 비가 내린다. 감독 야마카와 겐의 마지막 질문. “지금 내리는 이 비를 어떻게 할 건데?”

* ps. 초등생 이상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이며, 덤으로 토론의 묘미를 배울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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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 핵발전소 , 반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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