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번 쓰러져도 결코 무릎 꿇을 수 없었던 그마음 그대로

[연설문] 김진숙 연설문 전문

살다보니 이런 날이 오긴 왔군요. 이런 해방감들이 얼마만입니까.

8년전 김주익이 한 달 넘게 봉쇄된 공장이 마침내 뚫려 사람들이 이 85호 크레인 밑에 모이던날 그 소 같은 사람이 울었습니다. 그랬던 사람을 우리는 끝내 못지켰습니다.

어제 용역들에게 공장문들이 차례차례 무너지는 걸 보면서 볼트 한가마니를 올렸습니다. 저 혼자 남게 되더라도 끝까지 싸울 생각이었습니다. 많이 보고 싶었고 애타게 기다린 만큼 만나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제가 오작교가 되어 등허리가 다 벗겨지더라도 우리 조합원들과 여러분들 꼭 만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조합원들 많이 다치고 귀때기 새파란 용역아이들한테 내동댕이 쳐지고 짓밟히는 걸 전 여기서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습니다. 6개월을 집에도 못가고 불면의 밤들을 술로 견디며 깨진 어항에서 흘러나온 금붕어 처럼 숨을 헐떡거리던 저 사람들에게 우리가 외롭지 않음을 우리의 싸움이 정당한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싶었습니다.

여러분 우리조합원들 한번 봐주십시오. 평생일한 직장에서 아무 잘못 없이 쫓겨난 사람들입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퇴거압력에 손해배상 가압류에 경찰서 몇 번씩 불려 다니고 가족들 성화까지 견뎌가며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다. 저 지친어깨에 가족들 생계를 걸머지고 밤엔 절망으로 쓰러지고 아침이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희망을 찾아 기를 쓰고 버텨온 사람들입니다.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가 목숨 던져 지켜낸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저들은 나를 버린다해도 나는 저들을 버릴수 없는 이유가 백가지도 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우리 조합원들이 혁명적 투지로 무장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키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6개월 전까지 살아왔던 삶을 지켜주고 싶은 것뿐입니다. 저녁이면 땀 냄새 풍기며 집에 돌아가 새끼들 끼고 저녁 먹고 여러분들이 오늘까지 누려왔던 그 소박한 일상들을 지켜내고 싶은 것뿐입니다.

술만 먹으면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이름을 부르며 우는 저 못나빠진 사람들. 가슴 속 맺힌 한을 이제 그만 풀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8년을 냉방에서 살았던 저의 죄책감도 이제는 좀 덜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이 85호 크레인을 생각하셨다면 이제부터는 우리 조합원들을 기억해주십시오. 2003년 그 모질었던 장례투쟁의 와중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현서, 다림의 애비, 고지훈, 김갑렬을 기억해주십시오. 짤린 동생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는 최승철을 기억해주십시오. 말기암으로 언제 운명하실지 모르는 아버지보다 동료를 지키기 위해 농성장을 지키는 박태준을 기억해주십시오. 비해고자임에도 이 크레인을 지키고 있는 한상철, 안형백을 기억해주십시오.

정리해고로 무너지고 용역깡패에게 짓밟힌 저 사람들을... 조남호가 버리고, 언론이 버리고, 정치가 버린 저 사람들을 함께 지켜주십시오.

백기완 선생님, 문정현 신부님, 박창수 동지 아버님, 박종철 동지 아버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을 만큼 뜨겁게 고마운 여러분. 제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비틀거릴 때마다 천수보살의 손으로 제 등을 받쳐주신 여러분. 꼭 이기겠습니다. 157일 아닌 1570일을 견뎌서라도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 여기까지 왔던 그 마음 그대로, 아흔 아홉 번 쓰러져도 결코 무릎 꿇을 수 없었던 그 마음 그대로, 굳건히 지켜내겠습니다.

기륭전자 동지들이 버텨왔듯이, 쌍차동지들이, 유성동지들이 버텨가고 있듯이, 그렇게 꿋꿋히 견뎌 나가겠습니다.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세력에게 감염된 인사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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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 , 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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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한예종학생

    그자리에 함께 하지못해 너무 안타깝지만 노동자들의 투쟁에 아직 희망이 있음을 확인하니 힘이 납니다. 저도 제 자리에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우린 반드시 승리할거예요

  • 네모

    투쟁!

  • 가족

    투쟁!!!!! 온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 풍뎅이

    정말 너무 고생하십니다.
    모쪼록 일이 잘 해결되길 기도합니다.

  • shuphan

    읽으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이 마음 그리고 한진의 투쟁 고령이지만 열심히 싸우고 있는 우리 조합원들에게 꼭 알려드릴 것입니다. 우리 분회장님도 "부산 한번 가야되는거 아니야?"라고 물으십니다. 전국 어디에서나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지지하고 있다는거 잊지 마시고 꼭 승리하여크레인에서 내려오세요. 김진숙 지도위원님!

  • 마음이 움직인다.

    쌍용, 기륭, 유성, 발레오...
    그리고 한진...
    마음이 움직인다.
    반드시...
    반드시..
    노동해방을 향한 진군의 걸음을 걸으리라는...
    그리고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 시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힘내십시오. 우리가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놓치 마시고.

  • 박정수

    연설내용보다 김진숙지도위원의 그 어린아이같이 맑고도 또랑또랑한 목소리, 끄트머리가 살짝 올라가며 스타카토로 끝어지는 그 어조가 내내 머리에, 가슴에 남습니다. 역사를 거슬러 과거에서 오는 목소리 같기도 하고 미래에서 온 목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잊지 못하겠습니다.

  • 어떤날

    몸 건강히,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더위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