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갑작스러운 기후변화가 빈곤층들에게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을 힘이 없다. 그 힘은 화폐로 부터 발생하는 것인데, 빈곤층들에게는 화폐를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엄청난 화폐를 소유하고 있는 자본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을수 있는 것이다.
물론 기후변화를 완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재앙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법은 오히려 간단하다.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 이산화탄소이기 때문에, 이의 사용량을 줄이고 풍력이나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산업을 규제하고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일부 거대 자본은 이러한 해결책을 단호히 반대한다. 이윤창출이 존재가치인 자본의 입장에서 이윤이 발생하지 않는 방지대책을 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자본과 권력층들은 기후변화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그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문명이 붕괴하면 자신들에게도 커다란 손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과 권력층들은 개인의 실천과 시장 원리에 맡기는 방식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에 대해 영국 ‘기후변화 반대 운동(Campaign against Climate Change)’의 국제 간사인 조너선 닐은 결코 기후변화를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만 키우는 속임수라고 비판한다. 세계의 지도자들이 진정한 기후변화 해결책을 거부하는 속내는 그것이 기업의 이윤을 위협하고 전 세계 모든 주류 정당의 경제정책(신자유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들을 강제하려면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소비주의의 욕망에서 벗어나 희생을 감수해야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일부 환경운동가들의 주장도 방향이 잘못된 것이란다. 왜냐하면 진정한 기후변화 해결책은 전 세계 빈곤 문제의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에게 생활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은 평균 소득수준의 사람들을 대부분 배제하는 것이다. 또, 빈곤층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얘기다. 게다가, 각자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대부분 희생정신을 강요하는 사상이 깔려 있다. 이와 같은 희생의 윤리학은 녹색 소비를 강조하는 실천의 필요 불가결한 일부다. 사회 전반적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결국 밑바닥 사람들이 희생당하게 된다. 정부가 주택 단열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결국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난방을 줄이고 추위에 떨어야만 한다. 정부가 나서서 청정에너지 위주로 세계를 재편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가뭄과 흉작을 겪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조너선 닐은 세계사회포럼의 경험을 언급하고 있는 데, 세계사회포럼에 참여하면서 빈곤층들의 희생을 끌여들여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그는 기후변화 저지 운동에 노동조합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환경운동과 사회정의 운동 사이의 동맹, 즉 기후정의 운동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조너선 닐은 탄소 배출권 거래제나 바이오연료 보조금 지급 같은 시장 원리에 따른 ‘해결책’이 재앙적 기후변화를 막지도 못하면서 경제적 불평등만 더 키울 것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역시 명료하고 일관되게 대안을 서술하고 있지만 언제 현실화될까?
차 례
1부 문제의 규모
1장_ 갑작스러운 기후변화
2장_ 가난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마라
3장_ 희생은 대안이 될 수 없다
2부 당장 실현 가능한 해결책
4장_ 긴급한 조치
5장_ 청정에너지
6장_ 건물
7장_ 운송
8장_ 공업
9장_ 제대로 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기술들
10장_ 메탄과 숲
3부 왜 부자들과 권력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11장_ 신자유주의와 이윤
12장_ 기업 권력
13장_ 경쟁과 성장
4부 기후변화의 정치학
14장_ 교토로 가는 길
15장_ 2001년 이후의 기후 정치
16장_ 개인적 실천과 시장 원리 해법
5부 다른 미래
17장_ 기후 재앙
18장_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