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철강신화에 대한 두 개의 시선

석면의 공포와 개발독재시대에 대한 성찰 강조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사망 후 고인의 철강신화 업적만 부각되는 가운데 박 회장의 삶에 대한 두개의 논평이 눈길을 끈다.

문부식 진보신당 대변인은 14일 논평을 내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별세를 개발독재시대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지는 노동자들의 비보를 빈번히 접해야 하는 현실에서 고 박태준 명예회장에 대한 국가장 검토 논란은 양식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부식 대변인은 “개발독재시대의 공(功)은 과장된 신화와 함께 강조되고 반면 과(過)는 제대로 된 사회적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결과가 오늘의 재벌지배체제에 이르도록 만든 바탕이었다”며 “‘개발의 신화’가 부각되는 현상은 더욱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변인은 “고인의 죽음이 한쪽으로 치우친 지난 시대의 평가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명박 정부는 개발시대의 신화가 부각되는 현상을 부추기거나 여기에 오늘 자신이 맞닥뜨린 위기를 숨기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고, 유족의 뜻에 따라 조용하고 검소한 장례의식을 치르도록 돕기 바란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민주노총, “포스코 전체 노동자의 석면공포도 돌아봐야”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도 논평을 내고 “포스코 명예회장인 박태준씨의 사망원인이 석면 노출에 의한 폐질환이라고 한다. 한 생명의 명복을 바랄 일”이라면서 “박태준 회장이 아무리 현장을 누볐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현장과 거리가 먼 최고 경영진조차 석면의 공포를 피하진 못한 것”이라고 박 회장의 죽음과 석면의 문제를 연관지었다.

민주노총은 “60년대 포스코 제철소 건설 당시부터 현장에서 일해 온 건설일용노동자를 비롯해 포스코 전체 노동자의 석면공포는 누구보다 심각할 것이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에 대한 조명은 고인에 대한 예우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며 “포스코는 1980년부터 30년 동안 석면광물질인 사문석을 다량 사용해왔고 그로인해 사문석을 캔 광산노동자, 운반한 덤프기사 노동자 모두가 석면에 노출돼왔다. 그럼에도 정부와 포스코의 석면대책은 현장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철강신화 창조는 한 개인의 업적이 아니다. 현장의 수많은 위험 요소들을 직접 몸으로 감수하며 묵묵히 일해 온 수많은 노동자들이 진정한 신화의 주역들”이라며 “그 신화를 배경으로 국무총리까지 지냈던 고위급 인사의 몫일 뿐, 수 십 년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일용노동자들은 지금도 ‘소리 없는 살인자, 석면’의 공포 앞에 대책 없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석면공포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 대책을 촉구했다.

고 박태준 회장의 철강신화와 정치인생은 정치군인의 삶에서 시작했다. 1927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박태준 회장은 육사생도 시절 일본군 장교 출신 교관 박정희 중대장을 만나 맺은 인연으로 5.16 군사쿠데타에 가담했던 정치군인이었다. 또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포항제철 회장을 했고,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자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이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킨 노태우 대통령 밑에선 민정당 대표를 맡았다. 또 김대중 정권 때는 DJP연합으로 총리를 맡기도 했지만 지난 2000년 5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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