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인권조례 폐기 촉구하는 밀본 정기준의 후신들

정기준 "한글 반포는 지옥문", 보수단체 "인권조례 통과는 학교 붕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종영을 향하는 가운데 한글반포를 두고 세종과 정기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밀본의 본원 정기준은 사람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으며 한글 반포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한글 반포를 두고 정기준은 세종에게 “지옥의 문을 여는 것”이라며 “한글반포는 백성이 귀찮아져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성이 글자를 배우고, 스스로 배우는 재미를 깨닫는 것이 문자라는 권력을 가진 사대부에게는 ‘지옥’이 된다.

[출처: SBS <뿌리깊은나무> 캡쳐]

정기준은 세종에게 “백성이 글자를 알면 배우고 싶고, 배우다 보면 정치를 알게 된다. 나중에는 이들이 왕을 뽑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책임지지 않는 이들에게 정치를 맡겨서 되겠냐”고 말한다. 정기준의 눈에 백성은 보살핌의 대상이지 주체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성리학 이념 아래 왕과 사대부가 중심이 된 통치이념을 세운 15세기 조선 사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21세기에도 정기준과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안은 교실붕괴, 교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다. 또, 이들은 “전교조 홍위병이 되게 할거냐”며 학생들의 정치적 자유 보장을 부정한다. 16일 서울시 교육위원회 심사를 앞둔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 발의안을 부결을 촉구하는 이들이다.

  16일 9시 30분 한국교총 등 학생인권조례저지범국민연대가 인권조례 주민발의안 부결을 촉구하고 있다

16일 10시 예정된 상임위에 앞서 한국교총 등 63개 단체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 저지 범국민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인권조례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은 경기지역뿐 아니라 영향을 받은 다른 시도에서 발생한 학생, 학부모의 교원 폭언, 폭행사건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학생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기준이 백성을 바라보는 시각과 흡사하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교사는 교실에서 ‘권력’을 지녀야만 하고, 학생은 그 권력에 복종해야만 한다. 사대부의 지침에 따르고 복종해야 하는 백성으로 보는 6세기 전 밀본의 주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에서는 제 4조 3항은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 등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생의 교사 폭력 사례를 들며 학생인권조례가 이를 확산시킨다는 보수단체의 주장은 왜곡이다. 학생인권 조례 그 어디에도 학생의 ‘인권’이 교사의 ‘인권’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학교를 붕괴 시킨다는 보수단체의 주장은 마치 한글이 조선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정기준의 주장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보수단체들은 “초등학생 동성애자 만들고, 어린 학생들 임신과 출산을 조장한다”며 주민발의안을 반대하고 있다. 15일 이들이 서울시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탄원서는 주민발의안 제 6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규정을 문제삼고 있다. ‘학생은 임신 또는 출산,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왜곡된 성인식과 부작용이라며 학생들의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 보수단체들의 주장이 세종에게 “넌 백성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 넌 백성이 귀찮은 것이다”라고 말하는 정기준과 다르지 않다. 보수단체와 정기준은 모두 자신의 기준에서 지나친 ‘걱정’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차별없는 학교를 원하고, 백성들은 자신의 이름이라도 쓰고 싶어 할 뿐이다.

정기준은 한글을 보급하기 위해 ‘석보상절’을 인쇄 하려던 광평대군을 살해한다. 이유는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다룬 내용을 한글로 보급하려 했기 때문이다. 백성들이 성리학이 아닌 다른 종교의 이야기를 안다는 것에 한글반포를 또 한 번 문제 삼는다. 이 또한 종교사학에서 종교교육의 학생 선택권을 존중하자는 학생인권조례안 내용을 문제 삼는 보수단체들의 주장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16일 오전 9시 30분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가 학생인권조례 원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16일 학생인권조례 원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최헌국 예수살기 목사는 “선교한다며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기독교의 가르침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종교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에도 학교 존립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석보상절이 성리학을 위협한다는 정기준의 모습이 떠오른다.

14일부터 서울학생인권조례 원안 통과를 촉구하며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 들이 서울시 의원회관 로비에서 3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10시로 예정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 상임위 심의가 오후 4시로 연기됐다. 학생인권조례 심사 부결을 바라는 이들은 정기준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반면, 학생인권조례 원안 통과를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은 강채윤, 소이의 마음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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