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조직적일 수 없을 것 같던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그 어떤 조직보다 강한 조직력을 보이면서, 새로운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기대가 생기기도 했다. 과거 십년 동안,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외쳐왔던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 철폐’가 21세기 ‘희망버스’의 승객들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 노동운동의 평가와 반성도 제기됐다. 지금까지 왜 우리 노동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성을 유도하지 못했는지, 왜 관료주의에 갇혀 현장 노동자들이 주눅 들어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오고가고 있다. ‘희망버스’를 통한 새로운 노동운동의 모색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을 향한 희망버스는 멈춰섰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서는 희망버스로부터 파생된 다른 희망들이 시민들의 행동을 유도하고 있다. 거리에서 희망을 맛을 봤던 사람들은, 또 다른 희망을 만들기 위해 움직인다. 이후 희망버스의 노선과 진로의 설정이 그만큼 중요해진 시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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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운동, ‘희망버스’로 본 돌파구는?
희망버스 기획단은 16일,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희망버스 승객들과 함께하는 상상토론회’를 개최하고, 희망버스와 노동운동, 희망버스의 이후 진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지금까지 노동계의 구호에 그쳐왔던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 철폐’가 ‘희망버스’라는 시민들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만큼, 이후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고민들이 제기됐다.
토론회 2부, ‘희망버스와 노동운동’의 발제자로 나선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은 희망버스가 민주노조 운동에 던진 뼈아픈 과제를 털어놓았다. 그는 우선 “희망버스는 민주노총 활동가들에게 경탄과 경이와 ‘자괴감 깃든 무력증’을 꽤나 준 모양”이라고 평했다.
민주노총과 산별노조가 이미 ‘관료적 의식과 관료적 절차’가 고착 돼 동맥경화의 중증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희망버스의 상상력과 날렵함, 경쾌함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관료주의에 갇혀, 창의력과 상상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운동은 오직 교섭의 도구로 투쟁을 전개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문 소장은 “지금의 민주노조운동은 투쟁을 절차와 형식에 가두고, 현장 정서와 현장 동력이 투쟁을 밀고 가는 힘이 아니라 소시민의 자기방어로 전염돼 투쟁 전진을 막는 바리케이트가 됐다”며 “결과 희망버스라는 물결 앞에서 민주노총과 산별노조는 제 몫도 하지 못하고 세 살배기에 큰 황소가 코두레 뚫려 끌려가듯 방황해야 했다”고 평했다.
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 실장역시 “민주노총이 상반기 중앙 차원에서 결의대회를 한 것이 12번이었는데, 총 참여자가 2만 6천명 정도 된다”며 “다섯 번의 희망버스 참가자만 모아도 2만 6천명은 훨씬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현재 민주노총 중앙 간부 약 60명에서, 자신이 조합원이었던 사람은 12명이고, 직접 노조를 만들어봤던 사람은 9명 정도에 불과한 만큼, 민주노총은 내부에서조차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무엇보다 희망버스를 통해 위기의 민주노조 운동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기도 했다. 문 소장은 “희망버스는 생산과 투쟁에 ‘놀기’를 접목한 실천이었던 만큼, 가끔 과잉되고 또 가끔 주춤했지만 깔깔깔 웃는 투혼은 만성피로에 찌든 우리 민주노조운동이 첫째로 배워야 할 교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또한 민주노총 등 집회를 가면 너무 많은 투쟁과제의 나열로 항상 집중의 힘을 놓쳤고, 희망버스는 다양성과 동반됨을 유지하되, 사회적 집중을 형성했다”며 “결국 민주노조운동은 경중완급을 알고 일점 돌파를 하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전술 구사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정파적 노동운동에 대한 각성, 연대와 실천의 부활, 현장 중심의 투쟁 등의 개선책이 제기됐다.
희망버스, 이제 어디로 갈까
열려있는 희망의 공간에서, 자발적인 사람들이 모여 정리해고 철회에 대한 절실함을 전달했던 희망버스는 변화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사회전반에 심어 놓았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등의 ‘노동자’들의 문제가 곧 자신의 문제이며, 노동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또한 희망버스는 위계와 권위, 당사자와 외부세력이라는 이분법, 제도와 공권력을 넘어서면서 ‘해방공간’이라는 사회적 탈출구로 정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희망버스 또한 넘어서지 못한 채 벽에 부딪히거나 해결하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김혜진 희망버스 기획단 활동가는 “희망버스는 정리해고제도의 벽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며 “당연히 정리해고 제도에 대해 문제제기 해야 하고, 정리해고 제도를 없애는 정치적인 투쟁을 해야 하지만, 그 투쟁은 희망버스보다 조직적이고 책임있는 단위로부터 시작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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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김혜진 활동가는 “또한 희망버스는 위에, 승리를 위한 기획과 승객들의 자발성을 조화시키기 어려웠으며, 결국 정치권력이라는 힘을 넘지 못한 데에도 한계가 있다”며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승리했으나, 물리적 벽을 넘지 못했으며, 민주노총과 희망버스가 상승하는 힘을 주고받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승객들은 이후 희망버스의 진화와 새로운 목적지로의 출발을 기대하고 있다. 김혜진 활동가는 “희망버스가 다음에는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희망버스는 이후 다양한 변주로 넓게 퍼질 것”이라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드는 정치, 사회적 운동과 불복종 운동을 통한 권리 획득, 사회적 힘이 필요할 때 더 큰 연대로 모이는 확장력과 자발성을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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