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산공단 방사선 ‘대방출’, 피폭위험 노출된 노동자들

국가는 책임 방조, 기술원은 사건 축소, ‘처벌’조차 없어

지난 12월 30일, 부산시에 위치한 녹산공단에서 자연상태의 40배가 넘는 방사선이 누출되면서, 공단 내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대책마련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설명회를 통해, 해당 T업체의 콘크리트 차폐실 모서리 부분이 차폐되지 않아 그 틈으로 방사선이 누설된 것이라 밝혔다. 또한 기술원은 차폐보강 전까지 작업 중단 조치를 취했으며, 누출된 방사선 양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T업체는 지난 2010년 7월에도 방사선 유출 전력이 있어, 시민사회는 이번 방사선 유출사건이 정부와 업체의 관리부실이 낳은 예견된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하면서, 열악한 노동조건과 건강권 위협에 시달리는 녹산공단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출처: 반핵부산시민대책위]

‘방사선 대방출’의 피해는 하청, 이주,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 일반인들의 피폭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 밝혔다. 방사선량률이 최대인 지점에서 측정값을 적용했고, 해당 지역이 일반인이 오래 머물거나 통행하지 않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작 녹산공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아직도 방사선 피폭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2010년 7월에 이미 해당업체가 방사선 누출로 행정조치를 받았지만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정부 역시 관리를 소홀히 해 사건이 발생한 만큼, 이후에도 방사선 유출의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녹산공단 노동자 중 약 10%는 이주노동자들로, 이들 대부분은 공장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24시간동안 공단 안에서 방사선을 비롯한 유해인자에 노출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녹산공단 노동자의 35%이상이 조선기자재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어, 그만큼 일상적인 방사선 비파괴검사가 필요한 업체에 노동자들이 집중돼 있는 상태다.

또한 녹산공단은 1500여개 사업장에 3만여 노동자가 밀집해있지만, 사업장별 평균고용인원은 20인 미만의 중소영세사업장이 대다수다. 때문에 사업장별 노조 조직이 어려운 실정이어서 노조를 통한 노동, 건강권 확보 움직임이 더딜 수밖에 없다. 고용형태역시 하청, 기간제, 일용직 등이 혼재해 있는 상황이어서 4대보험 미가입,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임금이 만연해 있다.

신상길 민주노총부산본부 서부산 상담부장은 “설문조사를 하면 노동자들이 거의 정규직인줄 알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고용되는 형태는 사태하청, 간접고용, 일용직, 비정규직 등으로 존재하며 이주노동자들 역시 많은 분포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고용형태에서 건강권에 대한 의식은 미비한 실정이며, 방사선과 관련해서도 불감증을 느끼는 노동자들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50대 50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녹산공단 노동자 중 약 10%가 4대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근로계약서가 없거나 모르는 경우는 48.4%, 월급명세서가 없는 경우는 16.8%로 조사됐다. 노동시간은 1주 총 노동시간이 평균 54.9시간이고, 월평균 잔업시간이 53.9시간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68%가 직업성 질환을 호소하기도 했다.

문제는 방사선 피폭에 노출 돼 있는 노동자들이 사실상 ‘건강권’이나 ‘산재’를 주장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신상길 부장은 “방사선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방사선을 다루는 노동자들조차도 작업하기에 바빠 피폭 이후에 나타나는 건강 문제에 신경을 쓸수 없는 환경”이라며 “특히 방사선으로 인한 직업병 판결을 받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본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 노조에서는 현재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보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녹산공단 노동자들 중 70%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긍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아직도 21%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당해도 간단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대응을 포기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가 방사선 누출 책임 방조... 대책 마련해야”

녹산공단 방사선 누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노조 등은 정부의 철저한 원인규명과 안전대책, 관련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누출 장소에서 1km떨어진 곳에 주거밀집지역이 존재하고 있어, 지역 주민과 부산시민들 역시 ‘대책위’를 꾸리고 이후 대응책을 논의 중에 있다.

최수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기술원은 이번 누설이 X-레이 검사에서 나오는 방사선이라는 것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사건을 축소시키려 하고 있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에 유해한 엑스레이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상길 부장은 “실제 노동자들의 작업과정을 보면, 노동강도가 심하고 안전장치와 작업관행에 문제가 있는 만큼, 노동부는 실제적인 작업관행을 조사해 공개하고 녹산공단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방사선 영향평가, 현장조사에서의 노동단체 공동참여 등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노조와 노동안전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녹산노동자희망찾기’ 10여명은 11일 오전, 고용노동부 부산 북부지청을 방문해 지청장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면담 자리에서 “이번 사고는 유해사업장의 부실설비와 관계기관의 관리감독에 대한 직무유기 때문”이라며 △해당업체에 대한 엄중처벌과 결과 공개 △녹산공단 내 비파괴검사실태 및 방사선 영향에 대한 실태 공개 △녹산공단 비파괴검사 사업장에 대한 공동현장조사 실시 △해당사업장 및 사업장 주변 노동자를 포함한 방사선폭로노동자에 대한 역학조사 실시 △녹산공단 전체에 대한 특별안전진단 실시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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