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총리 주재로 17차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제주 해군기지를 예정대로 2015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사를 방해하는 이에 대해선 누구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도 함께 포함됐다.
이에 ‘제주해군기지건설저지를위한전국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29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정부의 강행 방침을 비난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을 비롯한 강정 주민들도 급히 상경해 함께했다.
▲ 제주해군기지건설저지를위한전국대책회의 |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국장은 기자회견 입장발표를 통해 “지금 제주엔 또다른 4.3과 용산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계엄이고 독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사무국장은 또 “문제가 발견돼 국회에서 예산까지 삭감된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며 해군기지 건설 사업에 정당성이 없음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총리실은 스스로 오류를 인정해놓고 며칠 만에 말을 바꿔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
강정균 마을회장도 격앙된 목소리로 정부의 강행의사를 비판했다. 강 회장은 “사업 시작 당시 주민 동의 없이는 진행하지 않겠다는 말과 달리, 고작 87명의 동의로 해군기지 사업이 시작됐다”면서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강 회장은 또 “김황식 총리는 전 세계에 6~7척 밖에 없다는 15만 톤급 크루즈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일이 없다고 발언한지 며칠 만에 또 말을 바꾸고 있다”며 “정부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왜 민군관 합동 검증을 하지 않고 왜 자체조사만을 고집 하는가”라며 정부의 말 바꾸기 태도를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사안은 설계 오류에 관한 문제였다. 고권일 해군기지반대마을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설계 오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설계대로라면 4천 톤 규모의 구축함이 출항하기 위해서는 예인선 3대가 필요하고, 1만 7천 톤의 선박은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에 따른 항만설계 최대 풍속에서 10.8m/s를 줄이고 항로상에 다른 배가 한 척도 없는 맑은 날에만 입출항이 가능하다”며 해군 기지의 설계오류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강조했다.
정치권도 정부의 해군기지 강행 의사를 반대했다. 제주도 출신인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은 “해군기지는 평화를 오히려 방해하고, 국민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며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해군기지 건설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의 홍희덕 의원도 “설계 오류와, 부족한 경제성이 밝혀졌음에도 며칠 만에 대통령이 하라니까 강행하겠다는 김 총리는 소신을 가지라”면서 “즉시 해군기지 건설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강행입장 표명에도 끝까지 싸우겠단 결의의 발언들도 이어졌다. 문규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는 “누구든 기지 건설을 막으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이번 강행 발표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말하며 “내가 범죄인이 되고 수 십 번 감옥에 다녀와도 끝까지 아름다운 제주를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법적대응에 대한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해군에게 내어준 공유수면매립면허승인처분 취소의 권한은 제주도지사에게 있다”면서 “도지사에게 승인처분 취소를 요구할 것이고 만약 요구가 거부된다면 그 거부에 대한 헌법소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설계 오류가 법정의 쟁점이 될 것”이며 “법정이 곧 온 국민이 지켜보는 토론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가자 대표는 김황식 국무총리와 국무총리실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자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해 결국 사무관급의 실무자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해야 했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항의서한 전달을 마치고 돌아와 “국민을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국가 시책이 오히려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며 “마을 주민들은 만나주지도 않고 아무 결정권이 없는 실무자만 내려보내는 무책임함”에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어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특검을 도입해서 인권유린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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