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폭파 첫날, “한 숨도 못자고 못 먹은 하루”

강동균 회장,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 그것이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힘”

오랜 시간 강정마을을 지켜온 노신부가 아스팔트 위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었다. 문정현 신부는 “어제는 한 숨도 못자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다”며 건강을 묻는 질문에 “죽겠다”고 대답했다. 문 신부는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고는 품 안에서 담배갑을 꺼내 꽁초를 담고 다시 호주머니에 넣었다. 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노신부의 고된 하루가 지고 있었다.

  7일, 문정현 신부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7일 오전, 11시20분께 첫 번째 발파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이렇게 끝나는가 보다 하는 순간 다시 발파 소리가 들렸다. 오후 4시부터 20분 간격으로 6차례, 화약이 터졌다. 대림산업이 맡고 있는 2공구, 구럼비 해안 서쪽 침사지 쪽이었다. 대림산업은 케이슨(토목건축의 기초 공사를 할 때 사용하는 거대한 철근 상자) 제작장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날 오전 사업단, 해군관계자 등과 면담에 들어간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2시 발파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또 다른 가능성이 생기는가 생각했었지만, 사업단장은 이미 매설된 화약을 그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발파를 강행했다”며 오후 4시에 다시 시작된 발파의 이면을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화약을 제거하는 일이 위험한 일인지 다방면으로 알아봤지만 결론은 난이도 ‘0’ 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이었다”며 안전을 핑계로 발파를 강행한 사업단의 허구성을 비판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면담을 끝내고 나와 발언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저녁 7시, 강정마을에 도착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강정마을의례회관에서 마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 대표는 “민주당에서 특별대책위를 만들어서 발파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 대표는 “해군과 경찰들에 의해서 연행되고, 고문 당하며 인권유린이 말도 못하게 일어난다고 들었다”며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대책위에서 엄중하게 조사해서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에는 구럼비 바위에 기도를 하기 위해 헤엄쳐 가는 송강호 박사를 해군 특수부대가 수심 20m의 물속에서 폭행을 가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다.

신용인 강정마을 고문 변호사는 그와 유사한 사례가 수없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달라고 정동영 의원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신 변호사는 “걸핏하면 통행제한하고, 뭐만 하면 집시법 위반으로 체포한다”며 “헌법질서가 강정에서 다 무너지고 있다. 인권유린이 심각하다는 걸 국민들이 알면 분노하지 않을 국민이 없을 것”이라며 호소했다.

이날 한명숙 대표는 8일 예정된 야권연대 일정으로 서울로 돌아갔다. 한 대표가 공항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한 대표가 계속 남아서 마을에서 연대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길을 막아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과 고권일 해군기자반대대책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60년 전 제주에서 있었던 4.3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며 “제발 제주도를 가만히 두십시오. 자연 그대로, 평화를 사랑하며 살 수 있게 제발 제주를 가만히 두십시오”라며 호소했다.

이어 강 회장은 “역사는 오늘의 해군, 오늘의 기득권 세력, 기득권 세력에 기생하는 경찰을 기억할 것”이라며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 바로 이웃과 형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힘이다”고 소리 높였다.

  강정마을의례회관에 모인 주민들과 평화운동가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구호로 하루를 마무리한 마을 주민들은 8일 혹시 있을지 모르는 해군의 발파 작업과 서경석 목사 등 해군기지 찬성 단체의 집회에 대비하기 위해 곤한 몸을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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